바람 잘 날 없는 인터넷전문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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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현경 기자
  • 승인 2019.03.26 16: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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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뱅크' 신한금융지주·현대해상 불참 선언…컨소시엄 균열
카카오뱅크·케이뱅크, 대주주 적격성 문제 '골머리'

[비즈트리뷴=김현경 기자] 신한금융지주가 참여할 예정이었던 제3 인터넷전문은행 '토스뱅크' 컨소시엄이 균열하는 등 정부의 인터넷 전문은행 활성화 계획이 출발부터 순탄치 않다.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시행, 바젤Ⅲ 적용 유예 등 정부가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정작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자리를 잡는데 고전하고 있는 모습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8월 서울시 중구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열린 '인터넷 전문은행 규제혁신 현장방문' 행사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8월 서울시 중구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열린 '인터넷 전문은행 규제혁신 현장방문' 행사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날부터 오는 27일 오후 6시까지 인터넷전문은행 예비 인가 신청을 받는다.

현재까지 시장에 공개된 참가자는 하나금융지주와 키움증권, SK텔레콤, 11번가 등으로 구성된 '키움뱅크' 컨소시엄과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와 무신사, 알토스벤처스, 굿워터캐피탈 등 벤처캐피탈로 구성된 '토스뱅크' 컨소시엄이다.

키움뱅크는 키움증권이 최대주주로, 하나금융이 2대주주로 참여할 예정이다. 토스뱅크는 토스가 지분 67%를 태워 최대주주가 되고 나머지 지분을 알토스벤처스 9%, 굿워터캐피탈 9%, 리빗캐피탈 9%, 한국전자인증 4%, 무신사 2% 등이 나눈다.

토스뱅크의 경우 현재의 컨소시엄을 구성하기까지 과정이 쉽지 않았다. 애초 토스뱅크에는 신한금융, 현대해상 등 자본력을 갖춘 금융사들이 참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사업 방향을 두고 토스 측과 부딪치다 결국 예비 인가 신청 5일 전 사업 불참을 선언했다. 

이후 카페24, 한국신용데이터 등 다른 컨소시엄 구성원들도 줄줄이 빠져나가며 토스뱅크 자체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지만, 토스가 벤처캐피탈을 새 파트너로 맞이하며 기사회생했다.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구성한 컨소시엄이지만, 금융당국의 심사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금융권에서는 자금조달방안, 주주구성, 안정성 등의 측면에서 토스뱅크가 낮은 점수를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등 기존 인터넷전문은행과 경쟁하면서 원활한 은행업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수년 내 자본금 1조원 이상을 확보해야 하지만, 토스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에서다.

또 하나금융과 키움증권, SK텔레콤 등 대기업들로 구성된 키움뱅크와 비교해서도 규모와 자본력면에서 경쟁력이 낮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전통적인 은행과 다른 모습을 표방한다고 해도 인터넷 은행도 결국 은행인데 토스뱅크 주주구성을 보면 은행업 노하우를 가진 곳이 없다"며 "신한금융이 빠진 뒤로 다른 기업들이 줄줄이 빠진 것을 보면 금융업이나 자본금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큰 금융사가 없다는 것에 불안함을 느끼고 다들 돌아선 것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신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이 금융권의 큰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출범 2년차를 맞는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등 기존 인터넷전문은행들도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기는 마찬가지다. 신규 인터넷 전문은행보다 한 발 앞서 나간 만큼 경쟁력을 키워야 하지만, 현재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발목이 잡혀있기 때문이다.

앞서 정부가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를 위해 은산분리(은행자본과 산업자본 분리) 완화를 골자로 하는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을 시행하면서 지난달부터 ICT기업이 인터넷은행 지분을 최대 34%까지 보유할 수 있게 됐지만, 대주주 자격 문제로 카뱅과 케뱅의 대주주가 이들의 지분을 더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경우 기존 은행들과 차별화된 혁신기술을 선보이기 위해서는 ICT기업의 자본이 시급하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인터넷은행 최대주주는 최근 5년 동안 금융 관련 법령과 공정거래법 등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의 선고를 받은 적이 없어야 한다.

하지만, 카카오가 대주주인 카카오뱅크의 경우 김범수 의장이 카카오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는 과정에서 계열사 5곳을 누락해 신고한 혐의로 벌금 1억원의 약식 명령을 받은 것이 문제가 됐다. 김 의장이 이에 반발해 정식 재판을 청구했지만, 또 벌금형을 받는다면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높다.

케이뱅크의 대주주인 KT도 지분을 확대하기 위해 최근 금융당국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다만, KT도 지하철 광고 입찰 담합 등으로 2016년 7000만원의 벌금형을 받은 전력이 있어 적격성 심사가 통과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렇듯 금융권의 '메기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를 받으며 출범했던 기존 인터넷전문은행은 물론 신규 인터넷전문은행들까지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지원이 무색하게도,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 때까지는 짧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