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 vs 하나…제3인터넷전문은행 '양강 구도'
신한 vs 하나…제3인터넷전문은행 '양강 구도'
  • 김현경 기자
  • 승인 2019.02.20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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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 컨소시엄 '혁신성' vs 하나금융 컨소시엄 '노련함'

[비즈트리뷴=김현경 기자] 하나금융지주가 제3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신규 인터넷은행 시장은 신한금융지주와 하나금융의 '양강 구도'로 전개되고 있다.

SK텔레콤, 키움증권 등 안정적인 시장 지위를 확보하고 있는 기업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한 하나금융은 '노련함'으로, 디지털시대 새로운 금융플랫폼으로 떠오르고 있는 토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한 신한금융은 '혁신성'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19일 하나금융은 SK텔레콤, 키움증권과 AI, 빅데이터, 새로운 ICT 기반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위한 컨소시엄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이 컨소시엄은 향후 금융과 IT, 핀테크 등 다양한 파트너사의 참여를 통해 신개념 융합기술을 구현한다는 계획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하나금융의 핀테크와 AI, 블록체인 기반의 금융 서비스와 SK텔레콤의 앞선 ICT 기술력, 키움증권의 20년간 축적된 온라인 증권 운영 노하우 등을 바탕으로 혁신 금융서비스를 주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신한금융그룹, 하나금융그룹 사옥/사진제공=각 사
(왼쪽부터) 신한금융그룹, 하나금융그룹 사옥/사진제공=각 사

금융권에서는 하나금융의 인터넷전문은행 시장 참여를 두고 예상됐던 결과라는 평가다.

그동안 하나금융은 '디지털 전환'을 선포하고 업무 방식, 기업 문화 등 전 부문에서의 디지털화를 시행하는 등 '디지털 금융'에 남다른 관심을 보여왔다.

국내 금융그룹으로서 최초로 스마트폰뱅킹 서비스를 오픈한 이래 블록체인 기반 글로벌 로열티 서비스 'GLN'과 인공지능 금융비서 '하이뱅킹', 통합멤버십 플랫폼 '하나멤버스', SK텔레콤 합작 모바일 생활금융 플랫폼 '핀크(Finnq)' 등을 선보이며 디지털 금융시장을 선도해 왔다.

업계는 하나금융이 인터넷전문은행을 통해 이 중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해온 'GLN' 서비스를 기반으로한 혁신 기술을 선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

GLN 서비스는 글로벌 은행과 유통회사, 포인트 사업자 등이 보유하고 있는 디지털 자산을 해외 어느 곳에서든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파이낸셜 로밍 서비스다. GLN 서비스 준비 기간만 4년을 보낸 하나금융은 대만, 독일, 말레이시아, 러시아, 미국, 베트남, 싱가포르, 영국, 인도네시아, 인도, 일본, 중국, 태국, 호주 등 15개국 50여개 업체와 제를 맺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인터넷전문은행 시장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이기보단 기업들이 기존에 갖고 있던 서비스에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데 포커스를 둘 것으로 보인다"며 "하나금융의 경우 국가간 장벽 없이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구축하는 데 힘을 써왔던 만큼 GLN을 활용해 국가간 송금 서비스 등을 차별화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주주는 키움증권이 될 예정이다. SK텔레콤의 경우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자산 10조원 이상 대기업) 규정에 걸려 인터넷은행 지분보유 한도가 10%로 제한된다. 금융위원회가 ICT기업과 핀테크기업 참여 독려 차원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심사 시 '혁신성'에 높은 점수를 부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하나금융이 대주주로 참여할 가능성도 낮다.

한편, 간편 금융서비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와 손잡고 인터넷전문은행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신한금융은 플랫폼 사업 강화에 중점을 둘 것이란 분석이다.

신한금융과 토스 모두 강력한 플랫폼 사업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어서다. 자회사 신한은행의 모바일 통합앱 '쏠(SOL)'은 대부분의 금융업무를 간편하게 처리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출시 1년만에 800만 가입자를 확보했다.

공인인증서 없이 쉽고 빠른 송금이 가능한 토스는 계좌·카드·신용·보험 등 각종 조회서비스 뿐만 아니라 펀드·해외 주식 등 다양한 투자 서비스도 제공하는 종합 금융서비스 플랫폼이다. 현재까지 누적 다운로드수만 2200만건을 넘었으며 누적 송금액은 33조원을 돌파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 혁신성 부분에 방점을 두고 있는 상황에서 토스와 같은 핀테크 업체가 가진 혁신적인 속성은 매력있게 느껴질 수 있다"며 "인터넷전문은행은 결국 플랫폼이 기본이 돼야 하는 비즈니스인데, 우리의 기술력과 토스의 플랫폼이 제휴하면 큰 시너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한금융 컨소시엄의 대주주는 토스가 될 예정이다. 하나금융 컨소시엄에 비해 규모면에서는 작다는 평가지만, 혁신성면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을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토스가 국내 최초로 핀테크 기업 중 자산가치 1조원 이상의 유니콘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는 점에서 눈에 띄는 플레이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까지 상황으로보면 하나금융 컨소시엄은 방대한 데이터를 갖고 있는 각 산업의 공룡(기업)들이 힘을 모았다는 점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미 시장에서 계속 거론됐던 플레이어들이라는 점에서 새로워 보이지 않을 수는 있다"고 판단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신한금융이 토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한다는 발표가 나왔을 때 신선한 조합이라는 점에서 업계가 굉장히 주목했었다"면서 "하나금융쪽에 비해 규모는 작을 수 있지만 혁신성 부분에서 훨씬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제3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결과는 오는 5월 나올 예정이다. 금융위는 다음달 26~27일 예비인가 신청서를 받은 후 외부평가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심사를 거쳐 오는 5월 최종 결과를 발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