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모드' 한은, 기준금리 1.50%로 동결…"아껴뒀다 10월 인하"(종합)
'신중모드' 한은, 기준금리 1.50%로 동결…"아껴뒀다 10월 인하"(종합)
  • 김현경 기자
  • 승인 2019.08.30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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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글로벌 변동성 확대...수출·설비투자도 부진"

지난달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하한 한국은행이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30일 오전 이주열 총재 주재로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50%로 동결했다.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 미국 장단기 국채금리 역전, 일본 수출규제, 원화 약세, 내수 경기 부진 등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된 만큼 한은이 신중한 태도를 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금리동결은 시장의 예상과 일치하는 결과다. 앞서 지난 14일부터 20일까지 금융투자협회가 채권시장 전문가 200명(96개 기관)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78%가 8월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시작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시작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시장은 한은이 두 차례 연속 금리를 인하할 정도로 경제 상황이 악화되지 않았다는 점 등을 들어 이달 금리동결을 전망했다. 앞서 지난달 18일 한은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연 1.50%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한은이 두번 연속 금리를 인하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이 마지막이다.

최근 원화가 약세 흐름을 이어온 것도 이번 금리동결 결정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미·중 무역분쟁, 일본 수출규제 등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외 환경이 악화하면서 원·달러 환율은 이달 들어 1220원까지 치솟았다. 이런 상황에서 한은이 금리를 인하할 경우 원화 약세가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

한은의 신중한 태도에는 다음달 예정된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도 배경이 됐을 것이란 분석이다. 미 연준의 추가 금리인하 시기가 확실하지 않은 만큼 한은이 9월 FOMC 결과를 확인한 후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할 것이란 관측이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한은이 올해 추가 금리인하에 나설지에 쏠린다. 이미 한은은 이날 발표한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향후 거시경제와 금융안정 상황의 변화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완화정도의 조정 여부를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혀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특히, 대내외 경기에 대한 한은의 부정적 평가가 강화된 만큼 올해 안으로 금리인하 시기가 결정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한은은 의결문에서 "국제금융시장에서는 미·중 무역분쟁 및 이에 따른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등으로 주요국 국채금리와 주가가 큰 폭 하락하는 등 가격변수의 변동성이 확대됐고, 건설투자 조정과 수출 및 설비투자 부진이 지속된 가운데 소비 증가세가 약화되면서 성장세 둔화 흐름을 이어갔다"고 밝혔다.

시장 전문가들은 금리인하 시기는 다음 금통위가 열리는 10월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7월 금통위 이후 원·달러 환율이 급등했고 연준의 정책 의지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높은 만큼 9월 FOMC를 확인한 뒤 10월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금융시장의 불안이 더 이상 확대되지 않고 내년 하반기부터 국내 경제가 반등할 것이란 전제 하에 올해 10월과 내년 1분기 각각 1번씩 총 2번의 추가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한다"고 전했다.

 

[비즈트리뷴=김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