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 물가에 원화 약세...한은, '10월 금리인하' 두고 깊어진 고민
마이너스 물가에 원화 약세...한은, '10월 금리인하' 두고 깊어진 고민
  • 김현경 기자
  • 승인 2019.09.04 11: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장 "디플레이션 진입은 아냐"
힘 받는 10월 금리인하론...원화 약세에 자금유출 우려 '확대'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디플레이션 우려가 확대하자 한국은행의 10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지난 3일 통계청은 8월 소비자물가지수가 104.81로 지난해 8월 대비 상승률이 0.0%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월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0%를 기록한 것은 사상 처음으로, 이는 통계 집계 이래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소수점 세자릿수까지 따지면 -0.038%로 사실상 마이너스인 셈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디플레이션 우려도 확대되고 있다. 디플레이션이란 상품 및 서비스 전반에 걸쳐 물가 상승률이 일정 기간 지속적으로 0% 밑으로 하락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기자실에서 기준금리를 1.50%로 동결하기로 한 금융통화위원회의 결정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기자실에서 기준금리를 1.50%로 동결하기로 한 금융통화위원회의 결정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이에 정부와 한은은 긴급 거시정책협의회를 열고 "이번 마이너스 소비자물가는 일시적 현상"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현재의 저물가 국면은 농산물·석유류 등의 가격 하락폭이 컸던 탓이란 게 정부 측 설명이다. 즉, 상품 가격 하락과 같은 공급 측 요인으로 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만큼 디플레이션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보통 경제공황으로 이어질 수 있는 디플레이션은 수요 측의 급격한 감소로 발생한다.

시장 전문가들도 마이너스 소비자 물가가 곧바로 디플레이션 진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김희원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소비자물가 하락은 공급 측 물가 하락 요인에 더해 기저효과까지 가세한 결과"라며 "핵심소비자물가 역시 연말에는 1%대 복귀가 가능해 디플레이션 우려는 아직 이른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이번 마이너스 소비자 물가로 한국은행의 10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다. 이미 시장에서는 디플레이션 우려를 잠재우고 경기부양에 힘을 보태기 위해 한은이 빠른 시일 내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마이너스 물가는 또 다른 통화완화를 위한 논거"라며 "물가상승률이 정체를 보인 이유로 기저효과와 같은 기술적인 요인이 크게 영향을 미쳤으나 금융시장에서 기대하는 추가적인 통화완화에 대한 기대는 이번 물가 지표를 통해 더욱 강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글로벌 무역 분쟁, 일본 수출규제 등 대외 상황 악화에 원화 약세가 지속되고 있는 점은 한은의 금리인하 결정에 부담이다. 최근 한국 경제를 둘러싼 악재가 겹치면서 원/달러 환율이 1220원까지 치솟는 등 원화 약세가 계속되고 있다. 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3.6원 내린 1212.0원에 출발해 오전 11시18분 기준 1210.20원을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경기 둔화로 안전자산 쏠림 현상이 나타나면서 원화 약세 현상은 지속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당분간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는 1200원 수준을 계속 유지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은이 금리를 인하할 경우 자금 유출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은 내부에서도 이미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이 기존 1명에서 2명으로 늘기도 했다.

그만큼 통화정책을 통한 경기 부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미여서 10월 금통위를 앞두고 한은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성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낮은 물가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를 자극할 수 있는 재료인데 9월 전년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월보다 마이너스 폭을 더욱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며 "10월 금통위가 열리기 약 2주 전인 10월 초 9월 소비자물가를 확인한 뒤 시장의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트리뷴=김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