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떠오른 롯데카드·손보 '패키지 매각', 가능성은…셈법 복잡해진 한화
다시 떠오른 롯데카드·손보 '패키지 매각', 가능성은…셈법 복잡해진 한화
  • 김현경 기자
  • 승인 2019.04.09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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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한화에 '롯데카드 개별매각' 거절 의사 전달
한화 "롯데손보 인수 관심없어"
패키지매각 딜 성사 가능성 낮아…롯데카드 매각 의지 없나

[비즈트리뷴=김현경 전지현 기자] 이달 본입찰을 앞두고 롯데 금융계열사 매각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최근 롯데그룹이 '롯데카드-롯데손해보험' 패키지 매각을 위해 한화그룹에 롯데카드 개별 매각 거절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개별 매각으로 방향을 정했던 롯데가 다시 패키지 매각으로 선회하면서 한화의 롯데카드 인수에도 빨간불이 켜졌다는 분석이다.

9일 해당 인수전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한화그룹이 롯데 측에 롯데카드만 팔라고 제안했는데 패키지 매각을 원했던 롯데에서 이를 거부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롯데그룹은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 롯데캐피탈 등 롯데 금융계열사의 매각을 공식화했다. 2017년 10월 지주사로 전환된 롯데는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원칙에 따라 금융사의 주식을 소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롯데는 오는 10월까지 금융계열사 지분을 모두 매각해야 한다.

매각 공식화 이후 매각 주관사인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이 예비입찰을 진행했고, 각 금융계열사에 대한 적격예비인수자(숏리스트)를 선정했다.

롯데카드·롯데손해보험 사옥 전경
롯데카드·롯데손해보험 사옥 전경

현재 롯데카드 숏리스트에는 한화그룹과 하나금융지주, 사모펀드 MBK파트너스, 한앤컴퍼니, IMM프라이빗에쿼티가 이름을 올렸다. 롯데손보의 경우 MBK파트너스와 JKL파트너스, 한앤컴퍼니 등이 선정됐다. 다만, 롯데캐피탈은 매각을 잠정 보류한 상태다.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은 적격 예비 인수후보자들을 상대로 오는 19일 본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애초 롯데는 롯데카드와 롯데손보에 대한 패키지 매각을 추진하다 시장의 반응이 좋지 않자 개별 매각으로 전환했다. 예비입찰 결과 롯데카드와 롯데손보 인수를 원하는 곳이 각각 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롯데가 다시 패키지 매각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숏리스트에서 확인할 수 있듯 한화그룹은 롯데카드 인수전에만 참여한 상태다. 손해보험업의 성장성이 높지 않은 데다 롯데손보의 경우 장기보험 중심 사업 포트폴리오가 한화손해보험과 겹쳐 사업 다각화 측면에서도 효용성이 낮다.

반면, 한화그룹은 카드사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또 롯데카드의 경우 한화그룹이 인수해도 롯데 유통계열사와의 시너지 효과가 기대돼 매력적인 매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롯데의 패키지 매각 카드로 한화의 M&A 셈법도 복잡해졌다. 이런 이유로 시장에서는 한화의 롯데카드 인수전 완주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실제 시장에서도 한화가 롯데카드 인수를 위한 실사를 진행하고는 있지만, 인수 의지가 강해 보이지 않은 것 같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한화그룹 관계자는 "M&A 자체가 은밀히 진행되기 때문에 소수의 실무진 외에는 관련 내용을 확인하기 어렵다"며 "한화에서는 처음부터 롯데카드에만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패키지 매각을 고려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롯데카드 매입을 주도하고 있는 한화생명 측에서는 롯데카드 인수 포기설에 대해 "실제 그런 소문이 시장에 있던 것으로 알고 있지만 관련해서 아는 바는 없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롯데카드 매각 의지가 처음부터 없었던 것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된다.

롯데카드와 롯데손보 인수를 원하는 곳이 각각 달라 M&A가 성사되기 위해서는 패키지 매각보다는 개별 매각이 유리한데, 롯데가 패키지 매각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카드는 고객 기반이 롯데 유통계열사와 상당 부분 겹쳐 큰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는 회사인 만큼 신 회장 입장에서 이를 전면 매각하기엔 아쉬움과 부담이 있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롯데카드 매출의 30% 가량은 롯데백화점과 마트 등에서 발생하고 있다. 또 업계 5위의 중소형사인 롯데카드는 롯데 유통계열사와의 높은 사업 연계성으로 카드업황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서도 안정적인 사업 기반을 보유한 회사로 평가받는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롯데가 지분을 전면 매각하는 것보단 롯데쇼핑이나 마트와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연계 마케팅 효과도 볼 수 있도록 롯데카드 지분을 일부 남기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유통을 주력으로 하고 있는 롯데그룹 입장에서는 사업 시너지가 큰 롯데카드를 포기하기가 매우 어려웠을 것"이라며 "현행법상 금융 계열사를 팔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롯데카드를 포기할 수 없었던 신 회장이 차명계좌로 롯데카드를 우회적으로 소유하는 방식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소문이 시장에서 돌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한편, 롯데 금융계열사의 패키지 매각 가능성에 대해 롯데그룹 관계자는 "아직 본입찰도 들어가지 않았고, 우선협상자가 선정된 것도 아니어서 지금 단계에서는 확인이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