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와 식량위기 ③] 2020년 '기아' 더 늘었다···기후변화 책임은 얼마?
[기후변화와 식량위기 ③] 2020년 '기아' 더 늘었다···기후변화 책임은 얼마?
  • 문상희 기자
  • 승인 2021.07.29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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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IFPRI
출처: IFPRI

최근 전세계 곳곳에서 목격되는 폭우와 폭염, 가뭄 등은 기후위기를 실감하게 한다. 그런데 이처럼 기후이변이나 기후재해를 직접 겪지 않더라도, 기후위기의 증거는 이미 우리 일상 속에 깊숙이 침투해 있었다. 다름 아닌 '식탁'에 말이다. 기후변화가 지속된다면 당연하게 여기던 계절 과일들을 더이상 먹지 못 할 수도 있고, 어떤 지역에서는 기본 식량을 구하는 것도 어려워질 수 있다. 이번 기사에서는 이처럼 기후변화가 초래하는 식량위기에 대해 다룬다. 

◼︎ 2020년, 세계 인구 10%가 영양실조 겪어

지난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이하 코로나19)가 세계 경제와 구직 시장, 공급망 등에 타격을 입히면서 식량 자원 가격이 높아졌고, 그 결과 전세계 인구의 약 10%에 해당하는 7억 6,800만 명 가까이가 영양실조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유엔이 가장 최근에 발표한 연간 식량안보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영양실조 인구는 직전해인 2019년보다 1억 1,800만 명 늘어, 2019년의 8.4%보다 살짝 늘어난 비율을 보였다. 보고서에서 지칭하는 '영양실조'이란 최소 1년의 기간 동안 일상적으로 건강하고 활동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하게 식량을 섭취하지 못해, 오랜 기간 굶주려 온 상태를 의미한다. 특히 아이들에게 있어 영양실조는 영구적인 피해를 낳을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심각한 문제다. 

출처: middleeast.in-24
출처: middleeast.in-24

◼︎ 2014년부터 세계 영양실조 늘어나...코로나19가 사태 더욱 악화시켰다

영양실조는 예맨이나 콩고공화국, 부룬디 등과 같은 저소득 국가 사이에서 가장 흔하고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문제다. 독일이나 캐나다, 호주 등과 같은 부유한 국가에는 유엔식량농업기구(FAO) 기준의 영양실조를 겪고 있는 사람 수가 극히 적다. 

이와 같은 영양실조 문제를 줄이기 위해 국제사회가 수십년 동안 기울여 온 노력의 결실은 지난 2014년부터 이미 불안정해지기 시작했다. 안타깝게도 팬데믹의 여파로 경제 문제까지 더해져, 세계 곳곳에서 기아가 나타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21년 여름 기준, 빈국들의 전면적인 경제 반등 가능성은 매우 낮은 상태다. 

◼︎ 옥스팜, "기후변화・팬데믹이 악화시킨 기아, 코로나19보다 더 치명적"

기아는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나타난다. 사회적 갈등이나 빈곤, 기후변화가 대표적이며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도 그 원인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기아의 원인은 '기후변화'다. 

최근 국제구호기구 옥스팜(Oxfam)은 기후변화가 세계 기아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옥스팜의 보고서에 따르면, 기아는 이제 코로나19보다도 더 인류에 치명적이다. 현재 전세계에서 코로나19로 인해 1분마다 7명꼴로 사망자가 발생한다면, 만성적인 기아는 1분당 11명의 사망자를 낳고 있다. 55개국에서 대략 1억 5,500만 명의 사람들이 극단적인 수준의 식량위기에 처해있고, 그중 약 13%에 해당하는 2,000만 명의 사람들이 올해 식량위기를 처음 겪게 되었다고 옥스팜은 설명한다. 

이 식량위기 문제는 특히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에서 두드러지며, 에티오피아와 마다가스카르, 남수단과 예맨 단 4개국 내 5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기아에 가까운 상태다. 이들의 기아 문제는 팬데믹 이전에 비해 6배 이상 더 악화된 상황이다. 

출처: aa.com.t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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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후변화가 증폭시킨 재해, 15개국 1,600만 명 영양실조로 몰고 가 

옥스팜 측은 급증한 기아의 주요 원인으로 전쟁・갈등을 꼽지만, 최근의 코로나19가 이 문제를 더욱 악화시켰다고 지적하며, 세번째 주요 원인으로 '기후변화'를 꼽고 있다. 지난해 극한기후재해로 인해 전세계는 약 500억 달러(한화 약 57조 6,900억 원)에 달하는 금전적 피해를 입었다. 옥스팜은 기후변화가 증폭시킨 재해들로 인해 전세계 15개국 1,600만 명의 사람들이 위기 수준의 영양실조를 겪게 됐다고 분석했다. 

또한, 이와 같은 기후위기의 여파로 농업 및 식량 생산량이 63%로 줄었으며, 기후변화의 책임이 가장 적은 빈국과 취약계층이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다. 기후변화가 야기한 기후재해의 빈도와 강도가 강해지면서 이미 취약계층인 사람들은 이 같은 재해를 견디기 더욱 어려우며, 결과적으로 빈곤과 기아의 굴레에서 빠져나올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옥스팜은 기아를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빠르고 강력한 대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국제사회는 세계 식량안보를 위한 자금을 늘리고 분쟁을 중단해야 하며, 개발국에 코로나19 백신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무엇보다도 기후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긴급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특히 옥스팜은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부유국들이 유의미한 수준으로 배출가스를 줄여야 하며, 기후 탄력성이 있는 식량 체계에 투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