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와 식량위기①] 원주민들의 식량 체계가 무너지고 있다 
[기후변화와 식량위기①] 원주민들의 식량 체계가 무너지고 있다 
  • 문상희 기자
  • 승인 2021.07.28 10: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출처: Treehugger/Chris Vogliano
출처: Treehugger/Chris Vogliano

최근 전세계 곳곳에서 목격되는 폭우와 폭염, 가뭄 등은 기후위기를 실감하게 한다. 그런데 이처럼 기후이변이나 기후재해를 직접 겪지 않더라도, 기후위기의 증거는 이미 우리 일상 속에 깊숙이 침투해 있었다. 다름 아닌 '식탁'에 말이다. 기후변화가 지속된다면 당연하게 여기던 계절 과일들을 더이상 먹지 못 할 수도 있고, 어떤 지역에서는 기본 식량을 구하는 것도 어려워질 수 있다. 이번 기사에서는 이처럼 기후변화가 초래하는 식량위기에 대해 다뤄본다.

◼︎ UN, "기후변화 가속화로 토착사회 식량체계 위협"

최근 유엔(UN)은 기후변화가 가속화되고 경제적인 압박이 커지면서 북극 지방부터 아마존까지 전세계 토착사회의 전통적인 채집 기술이 위협받고 있다고 전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UN FAO)의 전문가에 따르면, 토착민들이 유지해 온 식량체계는 자원낭비가 없고 계절에 적응하는 만큼 효율성의 측면에서 전세계에서 가장 지속가능한 식량체계라고 볼 수 있다. 토착민들은 거주지역 인근에서 발견할 수 있는 재생가능한 자원을 주식량으로 취하며 계절에 따라 적절하게 토지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FAO측 보고서는 최근까지도 토착민들의 식량체계에서 '쓰레기'라는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출처: osc.org
출처: osc.org

◼︎ 핀란드 이나리 사미족, 전통적인 식량체계는 '어획'과 '순록 고기'로 해결 

해당 보고서에서 사례로 든 핀란드 이나리 사미(Inari Sami)족의 경우, 어획과 순록 고기로 대부분의 식량을 해결한다. 토착사회는 선조로부터 전해지는 땅에 대한 지식과 지혜를 활용하며, 이나리 사미인들의 전통적인 순록 몰이는 순록들의 이주 주기에 맞추어 이루어진다. 순록치기들은 매년 어디로 순록을 데려가야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순록들을 놓아먹일 수 있을지 알고 있다. 또 이들은 조상들의 지혜뿐 아니라 전문적인 지식을 활용하여 계절이나 날씨에 따른 어업 기술을 조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와 같은 전통적인 식량채집 방식들이 최근 위기에 처했다. 기후변화와 가공식품 수입증가로 인해서다.

유엔식량농업기구 토착민사업부문장인 욘 페르난데스데라리노아(Yon Fernandez-de-Larrinoa)는 로이터(Reuters) 통신을 통해 "기후변화는 토착민들과 그들의 식량체계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큰 압력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 얼음 녹으면서 겨울철 순록 먹이 감소...무너지는 토착민들의 식량 체계 

가뭄과 생태계 파괴, 야생식물 감소, 강수 패턴과 계절의 변화, 이상기후 등으로 인해 토착민들의 식량체계는 크게 타격을 입은 상태다. UN측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이나리 사미족은 자신들이 모는 순록들에게 먹이를 따로 먹이기 시작했다. 순록들이 겨울철 동안 주요 식량인 이끼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보통 겨울철 순록들은 얼음 밑에서 이끼를 충분히 발견할 수 있었지만 더이상은 어려운 상태다. 이유는 간단하다. 얼음이 녹고 있기 때문이다"라는 것이 UN FAO측의 설명이다.

UN FAO측의 보고서는 핀란드뿐 아니라 카메룬, 인도, 솔로몬제도, 말리, 콜롬비아와 과테말라의 토착사회에 기후변화가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주목했다.

출처: middlebury.edu
출처: middlebury.edu

◼︎ 사라져가는 지속가능한 식량생산 방식...기후변화 가속화 및 식량위기 가능성 ↑

일부 지역에서는 토착사회 내 화폐 통용이 늘면서 토착민들이 점점 기존의 물물교환이나 식량분배, 공동체제 등으로부터 멀어지는 사례를 확인할 수 있었다. 토착민들이 금전적인 수익을 내게 되면서 그동안의 지속가능한 식량채집 방식이 과도한 어획이나 사냥으로 바뀌었고, 이는 결국 생물 다양성의 손실로 이어지고 있다. 또, 지역 시장에서 판매되는 가공식품에 대한 토착사회의 의존도가 점점 더 높아지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토착사회의 식량체계가 무너지면서 토착민들의 식량 안정성이 위협받는 것은 물론, 지속가능한 식량체계가 점점 더 줄어들면서 지구의 기후변화 위험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와 같은 변화가 또다른 세계의 식량위기를 불러오기 전에, 토착사회에서 수십, 수백년에 걸쳐 내려온 삶과 자연에 대한 지혜를 활용하여 지구를 구할 방법이 절실히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