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노동정책 중간점검-하] 4명중 1명 자회사, 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 정책 잘 되고 있나
[文정부 노동정책 중간점검-하] 4명중 1명 자회사, 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 정책 잘 되고 있나
  • 용윤신 기자
  • 승인 2020.02.03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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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공사에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 2017.5.12 | 연합뉴스
2017년 5월 인천공항공사에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직후인 2017년 5월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방문해 “비정규직 제로화(ZERO) 정책”을 선언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 20여년 간 노동자에게 가장 심각한 문제가 고용불안이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우선 2020년까지 공공기관의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할 것을 약속했고 이에 따라 정부는 비정규직 전환 목표를 설정, 지속적으로 실적을 공개해왔다. 정부는 3일 브리핑을 통해 목표인원이었던 19만3천명 대비 17만4천명 정규직 전환이 완료됐다고 밝혔다. 질적인 부분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노동자들의 삶이 얼마나 나아졌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 2020년까지 공공기관 비정규직 20만 5천명 정규직 전환 목표

추진일정 | 고용노동부
추진일정 | 고용노동부

문재인 대통령의 인천공항공사 방문 이후인 2017년 7월 20일 6개 기관이 합동으로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정부는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전체 인력을 41.6만명으로 추산했다. 공공부문 총인원은 217만 명이며, 이 중 비정규직은 전체의 19.2%. 유형별로 보면 기간제 24.6만명 파견용역 17만명이었다. 기관별로 보면 공공기관 교육기관이 전체비정규직의 67%로 나타났으며, 특히 교육기관은 전체 기간제의 39%, 공공기관은 전체 파견용역의 61%를 차지하고 있었다. 

상시·지속적 업무는 정규직 전환할 것을 원칙으로 세우며 ‘상시·지속적 업무’의 기준을 연중 9개월 이상 계속되며 향후 2년 이상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업무로 규정했다. 또한, 국민의 생명·안전과 밀접한 상시·지속업무는 직접고용을 통한 정규직화를 원칙으로 정했다.

정부는 이와 같은 원칙에 따라 20.5만명을 2020년까지 전환하기로 했다. 1단계 정책 추진을 통해 2019년 12월 말 기준 18.9만 명을 전환결정했고, 전환완료 인원은 17.4만명이었다. 또한 2018년 5월말 2단계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2019년 12월 말 기준 5,813명을 전환결정했다. 현재까지 18.5만명이 전환됐다고 정부가 공식 발표했으며 예정대로 올해 3단계 전환이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인다.

■ 우려의 목소리 뒷전으로 한 자회사 통한 정규직 전환

브리핑하는 임서정 노동부 차관 | 연합뉴스
브리핑하는 임서정 노동부 차관 | 연합뉴스

하지만 무분별한 자회사 전환으로 인해 비정규직 제로 공약의 당초 목적이 퇴색되고 있다고 비판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2019년 말 기준으로 전체 공공기관 중 47개 기관이 약 62개의 자회사가 설립·운영해 정규직으로 전환을 결정했다. 

상법상 자회사는 발행주식의 절반 이상을 모회사가 소유한 경우로 정의된다. 공공기관은 지방공기업의 경우 100%, 공기업·준정부기관의 경우 50%이상의 출자를 통해서 자회사를 설립하고 해당 기관의 업무를 위탁하거나 대행시키는 형태다.

노동계는 자회사 지배구조 및 운영 사례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이유로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 전환에 반대해왔다. 이제까지 공공부문의 자회사가 용역회사처럼 운영되거나 비용 효율성 확대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돼왔던 사례가 많고, 공공기관 모회사와 자회사 간 임금과 복지격차가 두 배 이상 벌어지는 등 심각한 수준이며, 자회사 노동자의 고용지위가 불안정해 유사시에 민간으로 아웃소싱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 전환시 전문성 강화와 독자성 유지를 전제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노동연구원은 2018년 4월 고용·노동브리프를 통해 “모자회사간 협의체 구성 및 운영, 모회사 노사협의회에 자회사 사용자 및 근로자대표의 참여 등이 구체적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은 3일 브리핑에서 "자회사 운영사항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하여 '바람직한 자회사 설립·운영모델안'의 이행에 필요한 개선방안을 금년 3월 중에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 정규직화 하면서 일부 처우 개선됐지만, 여전히 공무직 등 별도 직군 분리돼

한국노동연구원은 작년 5월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자 만족도 및 처우 관련 조사 결과’를 통해 정규직 전환 이후 처우 개선 성과를 발표했다. 406개 기관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수당을 포함한 월 급여는 기간제의 경우 평균 16.9%, 파견·용역의 경우 평균 15.6%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명절 상여금(52.8%), 복지 포인트(62.0%), 급식비(43.4%)가 반영됐다고 응답한 비중이 절반 정도에 이르며, 일부 응답자는 교통비, 경조사 휴가, 병가 등도 추가로 받은 것으로 나타나는 등 처우가 전반적으로 개선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환자는 여전히 공무직 등 별도 직군으로 분리돼 있다. 이에 대해 별도 직군 및 정원으로 신규채용 과정을 거치는 대부분의 노동자에게 과거의 차별적 임금과 근로조건 등이 그대로 답습될 가능성이 있으며, 향후 기존 정규직과 또 다른 차별과 격차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는 문제제기가 있어왔다(김철, 2019).

■ 민간영역의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 필요

공공부문 정규직화를 시작으로 민간부문 비정규직 문제는 해결 방향을 찾겠다는 당초 정부의 목표를 상기해보면 현재 정부의 제도에 만족하기는 어렵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비정규직 규모와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9월 기준 비정규직 규모는 855만 7천명이다. 전체노동자를 100으로 봤을 때 비정규직 비율은 41.6%로, 축소됐던 비정규직 규모가 다시 증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규직 전환의 민간 확산을 위해서는 ‘비정규직 사용 사유 제한 원칙’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지난 20일 열린 ‘한국의 노동 2020’포럼에서 비정규직 증가의 원인으로 비정규직 남용을 규제할 수 있는 입법 미비를 지목했다. 그는  "상시·지속 업무와 생명·안전 업무에는 정규직 고용을 의무화하고, 계절적 사유나 임신 출산 육아 등 합리적 이유가 있는 상황에만 비정규직을 사용하도록 제한하겠다는 법 개정을 약속했으나 노사간 이견을 이유로 법 개정안조차 제출하지 않고 있다”며 “진행이 멈춰있는 비정규직 사용사유제한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비즈트리뷴(세종)=용윤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