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노동정책 중간점검-상] 노동시간단축-시간제 일자리 증가...초단시간 노동자 보호정책 필요하다
[文정부 노동정책 중간점검-상] 노동시간단축-시간제 일자리 증가...초단시간 노동자 보호정책 필요하다
  • 용윤신 기자
  • 승인 2020.01.13 17: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동시간 단축에 시간제 일자리 증가 영향 
사회보험·주휴수당 등 각종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 존재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서는 주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노동자 보호방안 마련 시급

문재인 정부는 2017년 국정과제에서 ‘휴식 있는 삶을 위한 일·생활의 균형 실현’ 목표를 제시하며 연간 노동시간을 1,800시간대까지 줄이겠다고 공약했다.

현재 노동시간 단축 정책은 '주 52시간 상한제'를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는 장시간 노동을 통해 소득보전을 하는 초장시간 노동자를 겨냥한 정책이다. 하지만 그 반대편에서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시간제 일자리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전환은 세계적으로 그 사례가 소수라고 알려져있다. 노동전문가들은 시간제 노동자가 증가하고 있지만 증가 인원의 상당수가 노동취약계층에 집중돼있어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적 대책 마련을 주문한다.

■ 노동시간 단축...연 1,900시간대 진입

한국의 연간 노동시간 변화(OECD, 2019)
한국의 연간 노동시간 변화 | OECD
근로형태별 주당 노동시간 2004-2018 | 2019 한국고용동향
근로형태별 주당 노동시간 2004-2018 | 2019 한국고용동향

연간 노동시간으로 살펴봤을 때 노동시간은 지속해서 줄어왔다. 특히 주 40시간 노동제가 점차 적용된 2004년부터 2011년까지 노동시간이 급격히 감소하고 이후 정체되기도 했지만 최근 주 52시간 상한제 영향으로 다시 감소하는 중이다.

2018년 한국의 연간 노동시간은 2,000시간대를 벗어나 1,900시간대로 진입했다(OECD, 2019). 문재인 대통령는 지난 7일 신년인사에서 ”정부는 그동안 노동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 등 노동자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왔으며, 그 결과 통계작성 이후 처음으로 연간 노동시간이 2,000시간 아래로 낮아졌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 노동시간 단축에 시간제 일자리 증가가 미친 영향

취업시간대별 노동자 분포 2017.8-2018.8
취업시간대별 노동자 분포 2017.8-2018.8 | 2019 한국고용동향

하지만 노동시간이 단축된 데에는 정책의 영향과 더불어 시간제 일자리 증가의 영향을 살펴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주 45시간 이상을 일하는 초장시간 노동 집단이 줄어드는 한편 주 17시간 이하의 초단시간 노동 집단이 증가하는 등 노동시간 집단구성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개발원이 2019년 5월 발표한 사회동향 보고서 ‘노동시간 최근 추이와 주 52시간 상한제 도입에 따른 노동시간 최근 동향’에 따르면 “노동시간은 노동자 구성상의 변화, 특히 시간제 노동자의 증감 및 시간제 노동의 길이에 따라서도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실제 2017, 2018년 8월 관련 통계에서 1년 사이 45~53시간 구간과 54시간 이상의 장시간 노동자는 26.3% 줄어든 반면 17시간 이하와 18~35시간 구간 시간제 노동자는 32.3% 늘었다.

보고서를 작성한 권현지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제도 변화 후 나타난 한국 사회 노동시간의 전반적 감소 추세를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으나, 17시간 이하 초단시간 노동자 비중이 확대된다는 점, 그리고 초단시간 노동자의 대부분이 비정규직 노동자라는 점은 노동시간 축소가 노동시장 취약계층의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자아내게 한다”고 밝혔다.

■ 초단시간 노동의 증가...저소득층의 월 임금인상률 하락으로 이어져

월 임금 10분위별 주당 평소 근로시간
월 임금 10분위별 주당 평소 근로시간
월 임금 10분위별 주당 평소근로시간 변화
월 임금 10분위별 주당 평소근로시간 변화

초단시간 노동의 증가가 월 임금인상률이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분석도 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지난 6일 이슈페이퍼를 통해 “저소득층에서 초단시간 노동자가 증가하고 월 임금인상률이 하락했다”고 밝혔다.

2018~2019년 소득분위에서 1분위의 시간당 임금인상률은 19.9%로 가장 많이 증가했지만, 단시간 노동 증가의 영향으로 월 임금인상률은 1.9%로 가장 낮았다. 심지어 2019년은 1~2분위의 시간당 임금인상률이 8.3~8.8%로 높음에도 불구하고, 월 임금인상률은 –2.4~-4.1%로 오히려 하락했다.

시간당 임금인상률 증가에도 불구하고 월 임금인상률이 하락한 원인은 단시간 노동의 증가에 있다. 2019년 한 해 동안 1분위는 2.8시간, 2분위는 3.1시간 노동시간이 줄었다. 특히 1분위 초단시간 노동자 비율은 2017년 31.4%에서 2018년 33.7%, 2019년 41.9%로 늘어났다.

김유선 이사장은 “초단시간 노동이 빠른 속도로 늘어난 데는 고용주들이 주당 노동시간을 15시간 미만으로 쪼개기 한 탓”이라며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노동자가 늘어나고 있는 원인을 ▲근로기준법 상의 유급주휴와 연차휴가 미보장,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상의 퇴직금 미보장, ▲기간제보호법 상의 기간제 사용기간 제한 미적용, ▲4대 사회보험 중 고용보험·국민연금·건강보험 가입의무가 없는 등 고용주에게 각종 편익이 잇따르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 괜찮은 시간제 일자리, 네덜란드에는 있다

2015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시간제 일자리 확산이 소득불평등과 빈곤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시간제 비율 증가와 이로 인한 근로시간 단축이 주로 빈곤층에서 발생했으며 시간제 비율 증가가 가구의 빈곤할 확률을 증가시키고, 시간제로의 취업도 빈곤 탈출을 돕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소득불평등을 개선하면서 일자리 나누기 효과도 있는 양질의 시간제 노동은 없을까. 

네덜란드는 시간제 노동자 비중이 39%에 육박할 만큼 시간제가 보편화 된 나라이다. 1990년에 법적 제도적 개혁으로 시간제가 임금이나 사회보장, 기타 근로여건에서 전일제와 차별받지 않도록 보호장치를 마련한 덕분이다. 그 결과 시간제의 비중은 확대됐고 특히 여성의 고용률은 70%까지 증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과) 대조적으로 네덜란드는 시간제 일자리의 고용지위상의 격차를 감소시키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함으로써 시간제에 대한 노동공급을 늘리는 경로를 걸어온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현경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위원은 “세계적으로 초단시간 노동자가 늘어나는 추세이지만 네덜란드 케이스처럼 질 좋은 일자리로서의 시간제 일자리는 드물고 초단시간 노동자들이 사회보장 제도의 보호나 주휴수당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노동시간 단축 더불어 초단시간 노동자 보호방안도 마련해야

알바노동자 | 비즈트리뷴
알바노동자 | 비즈트리뷴

정부는 주 52시간 상한제 보완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듯하다. 장시간 노동상황을 감독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정부는 300인 이상 사업장의 장시간근로실태의 조사결과를 발표했고, 중소기업이 안정적으로 노동시간을 단축할 수 있도록 ‘근로시간 단축 현장지원단’을 운영하고 있다. 이런 정책은 주로 그동안 초과노동을 통해 임금 보전을 해온 장시간 노동자들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제 그 대척점에 있는 초단시간 노동자에 대한 대책에도 눈길을 돌려야 한다. 전문가들은 초단시간 노동자가 늘어나는 현상 자체를 두고 문제라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초단시간 노동자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이들을 보호할 정부정책이 필요하다는데 입을 모았다.

김유선 이사장은 보고서 말미에 “초단시간 노동자에게 ▲시간비례 원칙에 따라 근로기준법상의 유급휴가와 연차휴가 보장,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상의 퇴직금 보장, ▲기간제보호법상의 기간제 사용기간 제한 적용, ▲고용보험·국민연금·건강보험 가입의무 부과가 필요하다”며 “이는 이미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가 권고한 사항이다”라고 밝혔다.

[비즈트리뷴(세종)=용윤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