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 진짜 실력 나올 것"…이재용 부회장의 '133조' 비메모리 투자 승부
"이제부터 진짜 실력 나올 것"…이재용 부회장의 '133조' 비메모리 투자 승부
  • 이연춘
  • 승인 2019.04.25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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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비메모리 투자 프로젝트 가동...이 부회장, 실력과 노력으로 승부수

[비즈트리뷴=이연춘 기자] "반도체 경기는 안 좋지만, 이제부터 진짜 실력이 나올 것이다."

석달 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공언이 첫발을 내딛었다. 이 부회장의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1위 달성 프로젝트가 본격 가동됐다. 위기의 순간에서 "실력과 노력으로 세계적 초일류 기업의 리더로 인정받고 싶다"고 말했던 이 부회장의 보폭이 넓어지고 있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의 비메모리 반도체 프로젝트는 2009년 이건희 회장의 '비전 2020' 선언이후 10년 만의 장기 비전 선언으로 볼 수 있다. 세계 1위 메모리 반도체 사업을 일으킨 이 회장처럼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사실상 창업의 각오로 뛰겠다는 이 부회장의 의지가 드러난다.

이 부회장의 비메모리 투자 프로젝트는 지난 1월 문재인 대통령과 재계 총수들의 청와대 회동에서 예고됐다는 평가다. 당시 일부 기업인과 경내 산책에 나서면서 '반도체 경기가 안 좋다는데 요즘 어떤가'라는 문 대통령의 질문에 "좋지는 않지만 이제부터 진짜 실력이 나올 것"이라고 답했다. 이 부회장의 자신만만한 모습이 엿보였다.

▲문재인 대통령(사진 오른쪽)과 대화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 왼쪽).

문 대통령은 이 부회장에게 "우리는 반도체 비메모리 쪽으로의 진출은 어떻느냐?"고 물었고, 이 부회장은 "결국 집중과 선택의 문제"라며 "기업이 성장하려면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이 부회장은 같은 달 경기도 삼성전자 화성캠퍼스에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을 만나 "2030년에는 메모리 1위는 물론 비메모리에서 1위를 달성하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주력제품인 D램의 업황 악화를 기술 초격차 전략으로 돌파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삼성전자로서도 메모리 반도체는 가격 변동성이 큰 만큼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할 필요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2020년까지는 D램 가격이 내려가는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보고 있다.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당분간 가격 하락 추이가 지속될 것"이라며 "반도체 수요가 둔화하면서 재고가 증가하고 설비 가동률은 높아지면서 가격 하락이 가속하고 있다"고 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올해부터 2030년까지 12년 동안 133조원을 시스템 반도체에 투자하기로 했다. 이 중 절반 이상을 첨단 연구개발(R&D) 분야 고급 인력 육성에 쓸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24일 이 같은 내용의 '반도체 비전 2030' 전략을 공개했다. 2030년까지 12년간 R&D 분야에 73조원, 첨단 생산 시설에 60조원을 투자하는 내용을 담았다. 연평균 11조원 규모다. 지난해 삼성전자 시스템 반도체 분야의 R&D와 설비 투자 대비 각각 2~3배 늘어난 수준이다.

삼성은 첨단 기술을 연구하는 고급 인력 양성과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 조성을 위한 상생 전략도 내놨다.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를 연구하는 고급 인력 1만5000명을 채용하기로 했다. 투자 등으로 인한 직·간접 고용유발효과는 43만5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삼성전자는 시스템 반도체 산업 중에서도 파운드리를 1순위로 겨누고 있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1위 대만 TSMC보다 시장점유율(2018년 기준)이 36%포인트나 낮은 2위(14.9%)다. 삼성전자는 시설투자액 60조원 중 58조원을 경기 화성 극자외선(EUV) 라인 등 파운드리 경쟁력 향상에 쏟아부어 TSMC를 잡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