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다는 카드사, 올해도 대주주·오너에겐 '배당잔치'
힘들다는 카드사, 올해도 대주주·오너에겐 '배당잔치'
  • 김현경 기자
  • 승인 2019.03.04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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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기순이익 감소에도 배당성향은 높아져
비씨 65.2→87.9%, 삼성 42.5→49.5%, KB 60.6→60.8% 상향

[비즈트리뷴=김현경 기자] 잇단 가맹점 카드수수료 인하로 경영 악화를 호소하고 있는 카드사들이 여전히 '배당 잔치'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소비자 혜택을 줄이고, 대형가맹점 카드수수료율을 인상하는 등 앓는 소리를 내던 모습과 달리, 대주주인 금융지주와 오너기업의 배만 불리는 고배당 정책은 유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KB국민·삼성·현대·BC·롯데카드 등 카드사 6곳은 지난해(2018년) 결산 결과에 대해 올해 주주총회에서 총 8569억원 규모의 현금배당을 확정했다. 1조1188억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했던 2017년보다 23.4% 줄어든 규모다. 지난해 실적 악화를 겪은 카드사들이 배당금 규모를 줄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당성향은 오히려 확대되거나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그래프=김용지 기자
그래프=김용지 기자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5194억원으로 전년 대비 43.2% 감소한 신한카드는 배당금 규모를 6000억원에서 3377억원으로 낮췄다. 하지만 배당성향은 65%로 전년(65.7%)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캠코 매각 이익 등 일회성 요인으로 순이익(3292억원)이 10.9% 증가한 국민카드는 배당금 규모를 1800억원에서 2000억원으로 늘렸다. 배당성향은 60.8%로, 역시 전년(60.6%)과 유사했다.

삼성카드는 당기순이익이 감소했음에도 배당금 규모를 늘린 경우다. 삼성카드는 지난해 전년 대비 10.7% 감소한 3453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지만, 배당금 규모는 1708억원으로 전년(1644억원)보다 64억원 증가했다. 배당성향도 42.5%에서 49.5%로 증가했다.

BC카드는 순익 감소폭 대비 배당금 감소폭이 작아 배당성향이 크게 확대됐다. BC카드의 순이익은 35.1% 줄어든 955억원이었고, 배당금 규모는 12.4% 감소한 840억원으로, 배당성향은 65.2%에서 87.9%로 대폭 확대됐다.

롯데카드는 배당금 규모를 전년보다 54.8% 증가한 336억원으로 공시했다. 현대카드는 배당금 규모를 전년 대비 45.8% 줄인 308억원으로 정했지만, 아직 지난해 순이익이 공시되지 않은 만큼 배당성향은 발표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카드사들이 카드수수료 인하 여파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고배당 정책을 유지해 대주주인 금융지주와 오너기업의 주머니를 채우는 데 치중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신한카드와 국민카드는 각각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카드는 삼성생명(71%), BC카드는 KT(69%), 롯데카드는 롯데쇼핑이 최대주주다. 현대카드는 현대자동차(37.0%)와 기아자동차(11.5%), 현대커머셜(24.5%)로 구성된 현대자동차그룹이 최대주주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배당성향이 높은 이유에 대해 카드사들은 한목소리로 "주주가치 제고 차원"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카드사의 경우 삼성카드를 제외하고는 모두 비상장사인 데다 금융지주나 오너기업의 자회사인 경우가 많아 배당금이 결국 그룹사로 흘러가게 된다.

특히, 카드사들의 고배당 정책이 문제시되는 이유는 카드업계 경영 상황이 계속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적자기업 전환설과 구조조정설이 끊임 없이 제기되는 등 어려운 상황에서 그룹사에만 이익이 돌아가는 고배당 정책을 유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이미 다수의 카드업계 전문가들은 지난해 말 카드수수료율 개편으로 카드업계에 연 8000억원 규모의 손실이 발생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윤종문 여신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지난해 11월 말 정부의 카드수수료 개편안이 발표된 이후 열린 여신금융포럼에서 "금융당국의 카드수수료 개편 방안으로 신용카드사의 사업리스크가 어느 때보다도 커졌다"며 "이번 카드수수료 개편 영향으로 카드사의 3년간 당기 순손실 누적액은 1조5000억원으로 추정된다"고 진단했다.

김덕수 여신금융협회장도 "최근 카드수수료 인하로 카드사의 수수료 수익 감소가 불가피해 졌고, 매년 8000억원 이상의 수수료 수익이 감소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최근 카드수수료율 인상을 둘러싸고 대형가맹점과 갈등을 빚고 있는 카드사들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여론이 형성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카드사들은 카드수수료율 적격비용 재산정에 따른 경영 악화를 이유로 지난 1일부터 대형가맹점의 카드수수료율을 기존 1.8~1.9%에서 2.1~2.3%로 올렸고, 이에 반발한 대형가맹점들은 카드사와 계약을 해지하겠다며 맞불을 놓은 상태다.

실제 이날 오전 현대자동차가 신한카드와 국민카드, 삼성카드, 롯데카드, 하나카드 등 5개 카드사와 가맹점 계약 해지를 발표하고, 금융당국도 카드사와 대형가맹점간 카드수수료율 갈등을 예의주시하는 등 파장은 커지는 모습이다.

이에 이런 상황에서 고액의 배당금이 그룹사로 흘러가고 있는 카드사들에게 카드수수료 인하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지적할 명분도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