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갑질 콜센터'가 필요한 나라
[기자수첩] '갑질 콜센터'가 필요한 나라
  • 권안나 기자
  • 승인 2016.04.11 21: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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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서민민생대책위 까페
 
 
[비즈트리뷴] 최근 몽고식품 김만식 명예회장, 대림산업 이해욱 부회장, MPK그룹 정우현 회장이 '갑질 논란'으로 피소된 데 이어, 현대BNG스틸 정일선 사장도 운전기사 폭언·폭행을 일삼은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뜨겁다.
 
일부 재벌 오너들의 ‘안하무인’격 행태가 알려질 때마다 국민들은 분노하고 공분이 하늘을 찌르지만 이들의 인간 존엄성 유린 행위는 멈출 줄 모른다.
 
정일선 사장은 자신의 수행기사에게 A4 140여 장에 달하는 매뉴얼을 제대로 지키지 못할 때마다 폭언과 함께 폭행을 일삼았고, 이 같은 사실이 불거져 나오자 서둘러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문을 게재했다.
 
김만식 명예회장과 이해욱 부회장도 운전기사에게 폭언·폭행을 일삼았고 정우현 회장은 MPK그룹 빌딩의 경비원이 자신이 아직 안에 있는데도 셔터를 내렸다는 이유로 뺨을 때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지난해 '땅콩회항' 사건에 비해 달라진 대목은 갑질논란이 불거지자 마자 이들이 사과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위기대응능력은 분명 달라졌다.
 
'문제의 오너들'이 직접 사과하고 사태진화에 점에서는 지난해보다 다소 나아졌을 지 모른다.
 
그러나 사태의 당사자들은 머리를 조아리고 사과하거나 회사 홈페이지에 몇 줄의 사과문만 올리면 사건이 얼렁뚱땅 무마될 것으로 보는 것 같다.
 
진정성 담긴 반성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얘기다.  
 
더욱이 솜방망이 처벌로 그치는 경우도 허다하다.
 
특히 몽고식품과 미스터피자 경우처럼 불매운동으로 확산될 경우 그 피해가 '문제를 일으킨 장본인' 보다 생업에 종사하는 직원들에게 불똥이 튀는 경우도 적지않다.
 
대림산업의 경우 이번 사태의 논란으로 현직에서 물러난 임원은 이 부회장이 아닌 전문경영인이었다.
 
급기야 시민단체가 '갑질피해 콜센터'를 운영하는 '씁쓸한 시대'를 마주하고 있다. 
 
시민단체인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과 정우현 MPK그룹 회장을 각각 서울남부지검과 서울서부지검에, 정일선 현대BNG스틸 사장을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했다.
 
이 단체는 여기서 그치지않고 '24시간 갑질 피해 신고 콜센터(☎ 02-2632-0412)'를 운영하겠다고 한다.
 
피해신고가 들어오면 내용을 검토해 민·형사 소송 등의 법률 지원으로 피해 구제에 나서고, 사회적 공분이 가라앉아 관심도가 떨어진 사안도 추적을 통해 보상이 적절히 이뤄졌는지, 보복은 없었는지 등도 사후 검증하기로 했다.
 
우리 사회에서 '문제의 오너들'이 갑질을 일삼지 못하도록 '특별법'이라도 만들어야 하는걸까.
 
'갑질논란'에 대한 국민의 스트레스가 임계치를 넘어서고 있는 만큼 사법기관에서도 '솜방망이 처벌'을 멈추고, 엄정한 수준의 처벌로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아울러 재벌 오너들도 "기업은 사람이다"라는 공존의 가치를 실천하는 경영관의 정립도 절실하다.
 
공존하지 않고는 존경받는 기업으로,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살아남기 어렵기 때문이다.
 
[비즈트리뷴 권안나 기자 kany872@biztribu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