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의 고민…대우조선해양 품기도, 외면하기도 '부담'
삼성중공업의 고민…대우조선해양 품기도, 외면하기도 '부담'
  • 강필성
  • 승인 2019.02.11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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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리뷴=강필성 기자] 삼성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두고 열흘이 넘게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31일 산업은행이 대우조선의 인수의향서(LOI)를 삼성중공업에 발송한 이후 현재까지 결론을 내지 못한 것이다. 이 고민은 산업은행이 허용한 만기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국내 1, 2위 조선사가 합치는 '메머드급 빅1'의 탄생에 대한 우려와 인수 과정의 부담이 함께 작용했다는 평가다. 

1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 입장에서는 대우조선은 품기도, 외면하기에도 부담스러운 매물이다. 

조선업계 3위인 삼성중공업 입장에서는 2위 사업자인 대우조선 매물이 탐나지만 인수 과정에는 막대한 부담이 불가피하다. 그렇다고 마냥 현대중공업의 품으로 가는 것을 방치하자니 향후 경쟁구도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실제 시장에서는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을 품게 될 경우 기존 3강 체제에서 1강 1중 체제로 전환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은행 측은 2강 체제라고 표현하고 있지만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의 수주잔고는 각각 261척 3279만 DWT(재화중량톤수), 68척 1423만 DWT로 이들의 합은 삼성중공업의 수주잔고 네 배가 넘는다. 

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그룹이 이 과정에서 규모의 경제에 의한 원가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중공업 입장에서는 기존 빅3 체제일 때보다 직접적인 경쟁이 힘들어지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 셈이다. 

김홍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경쟁사였던 삼성중공업이 상대적으로 원가 경쟁력 약화 및 대부분 선종에서 점유율 하락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렇다고 삼성중공업이 대우조선의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기에는 부담이 적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산업은행이 대우조선을 현대중공업그룹에 매각하는 과정이 기존 구주매각 방식이 아닌 현대중공업의 분할, 중간지주 설립을 통한 주식교환 방식을 택했다는 점이다. 이는 지주회사 체제가 아닌 삼성중공업으로서는 택하기 힘든 방식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삼성중공업도 현대중공업과 유사한 형태로 법인 분리 후 중간지주사를 설립해 대우조선을 인수, 지주사와 산업은행의 지분을 교환하는 방식이 되거나 중간지주 없이 삼성중공업의 지분을 산업은행이 보유한 대우조선 지분과 교환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이 방식대로라면 삼성중공업의 주주인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전기 등이 참여한 대규모 유상증자가 불가피하다. 삼성그룹의 삼성중공업 지분이 21.93%에 불과해 주식 교환 방식을 취할 경우 산업은행이 최대주주로 올라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이 보유한 대우조선의 지분가치만 2조원이 넘는다. 

산업은행은 이처럼 복잡한 매각 방식을 택한 이유가 인수사의 재무부담을 덜기 위해서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는 그룹 차원의 대규모 유상증자가 불가피한 삼성중공업의 상황에는 맞지 않는 평가다. 

무엇보다 삼성중공업의 자금 여력이 현대중공업그룹과 비교해 크게 뒤쳐진다는 점에서 인수에 대한 부담감은 적지 않다. 

결국 삼성중공업 입장에서는 인수를 하지 않아도, 인수에 나서도 독(毒)이 되는 상황에 처했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삼성중공업의 대우조선을 둔 고민은 만기까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중공업 측은 “현재까지 대우조선 인수에 대해서는 결정된 바 없다”며 “빅2 체제의 유·불리는 시간이 더 흐르고 전체적으로 살펴봐야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