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역사 한솔그룹, 모친 뜻따라 차분히 일군 조동길·조동혁 '형제 경영'
50년 역사 한솔그룹, 모친 뜻따라 차분히 일군 조동길·조동혁 '형제 경영'
  • 전지현
  • 승인 2019.01.30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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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어지는 한솔家 4세 경영 보폭…형제간 계열분리 점치는 시각도
[비즈트리뷴=전지현 기자] 한솔그룹의 정신적 지주이자 실세였던 이인희 고문이 향년 91세로 별세하면서, 한솔그룹 경영에 관심이 모인다. 고(故) 이 고문은 일찌감치 한솔그룹을 제지와 케미칼로 나눠 삼남과 장남에게 맡겼왔다. 모친의 별세로 향후 그룹의 경영분할 구도가 어떻게 될지 점치는 목소리도 나온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한솔그룹은 크게 한솔제지와 한솔케미칼로 나뉜다. 고 이 고문은 슬하에 3남 2녀를 뒀는데, 삼남인 조동길 회장에게 한솔그룹을 맡겼다.
 

현재 한솔그룹은 한솔제지를 비롯해 한솔페이퍼텍, 한솔홈데코, 한솔테크닉스, 한솔개발, 한솔로지스틱스, 한솔EME, 한솔신텍, 한솔PNS, 한솔인티큐브 등 11개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부문별로는 소재사업군에 한솔제지, 한솔아트원제지, 한솔페이퍼택, 한솔홈데코, 한솔테크닉스, 한솔케미칼이 있으며, 솔루션사업군에 한솔EME, 한솔신텍, 한솔로지스틱스, 한솔개발, 한솔인티큐브, 한솔PNS가 있다.
 
장남은 조동혁 한솔케미칼 회장(한솔그룹 명예회장), 차남은 조동만 전 한솔그룹 부회장이지만, 실제 한솔그룹 경영에 참여하는 자녀는 장남과 삼남 뿐이다. 조 전 부회장은 양도소득세 등 세금 715억원을 체납해 승계에서 완전히 제외됐다.
 
고 이고문은 지난 2001년 한솔제지 사령탑을 삼남인 조 회장에게 물려주면서 경영권 승계를 마무리했다. 당시 세 아들은 아무말 없이 모친의 뜻을 따랐던 것으로 전해진다. 고 이 고문은 경영에서 손을 뗐지만, 정신적 지주로써 뒤에서 조언을 통해 실제 회장 역할을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대표 여성 경영인으로 굴곡진 한솔 50년 역사 이끈 고 이인희
 

한솔그룹의 모태는 전주제지다. 1965년 창업 이후 고 이 고문은 1983년 전주제지 고문을 역임하면서 적극적인 투자를 추진해 국내 최대 제지회사로 도약하게 했다. 제지를 중심으로 목재, 화학, 레저, 건설, 물류, IT, 환경 등 친환경 소재와 솔루션 사업으로 사업을 다각화해왔다.

 
이후 1991년 삼성그룹에서 전주제지를 분리해 독립경영을 시작, 제2의 창업을 했다. 당시 변경한 이름이 한솔제지다.
 
이 고문은 사명을 순 우리말인 한솔로 바꿨으며, 1993년 새로운 경영이념체계 완성을 통해 한솔그룹 시대를 새롭게 열었다. 인쇄용지, 산업용지, 특수지 등에 대한 투자를 통해 종합제지기업으로 기틀 마련하고, 국내 30대 대기업집단에도 진입한다.
 
1998년 한때 IMF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겪으면서 대기업집단에서 제외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그룹 구조조정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이 고문의 수완으로 상당수 계열사 및 자산을 매각하거나 축소하는 방식의 내실경영 기틀을 마련, 크고 작은 인수합병을 통해 지난해 기준 자산규모 5조로 대기업집단 60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한솔케미칼, 한솔그룹으로부터 독립 체제 속도전 붙을까?
 
재계에서는 이 고문의 별세로 향후 한솔그룹이 제지와 케미칼로 계열이 분리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솔케미칼이 테이팩스 인수와 상장으로 몸집을 불리면서 한솔그룹으로부터 계열분리를 하는데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한솔홀딩스는 지난 2015년 지주사 전환에 따라 한솔케미칼 지분을 매각해 상호출자를 해소한 바 있다. 한솔케미칼은 지난해 3분기 기준, 한솔홀딩스 지분을 3.83% 보유하고 있는데, 이 지분을 정리하면 그룹으로부터 독립할 수 있다.
 
한솔그룹을 이끄는 삼남 조 회장은 미국 보스턴의 앤도버고와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삼성물산과 JP모건을 거쳐 전주제지에 입사, 이사대우로 일했다. 한솔제지 기획조정실담당 부사장과 부회장을 거쳐 2002년 그룹 회장으로 취임했다. 이후 조 회장은 2002년 회장 취임 때 2조원대이던 그룹 연매출을 지난해 5조원대까지 키웠다.
 
조 회장은 슬하네 1남1녀를 뒀는데 이중 장남인 조성민씨가 지난 2016년 말부터 경영에 참여했다. 성민씨는 지난 2014년 미국 프린스턴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2016년 상반기까지 자산운용사 'KYNIKOS ASSOCIATES'에서 애널리스트로 근무하다 한솔홀딩스 기획부서 과장으로 입사했다.
 
장남 조 한솔케미칼 회장은 그룹의 또 다른 핵심 축인 한솔케미칼을 맡고 있다. 조 회장은 한솔그룹 명예회장으로 직함을 올려두고 있지만, 그룹은 동생인 조 회장이 이끌고 있다. 하지만 조 회장은 한솔케미칼에선 최대주주로 독자경영을 하는 실세다.
 
조 회장은 지난 2014년부터 장녀인 조연주 부사장을 한솔케미칼 경영에 참여시켰다. 조 부사장은 현재 범삼성가 4세 중 사내이사 명단에 이름을 올린 유일한 주인공으로, 한솔케미칼을 주도적으로 이끄는 인물이자 조 회장의 후계 1순위로 점쳐지는 중이다.
 
미국 웨슬리대학교에서 일본어와 미디어아트를 전공한뒤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와튼스쿨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2010년부터 미국 의류업체 빅토리아시크릿에서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한 뒤, 2014년 한솔케미칼 기획실장으로 입사해 각종 M&A 사업 계획을 주도하며 신성장동력 발굴에 힘쓰
고 있다.
 
이외에도 조 회장은 슬하에 2녀1남을 뒀으나 조 부사장을 제외한 희주씨와 현준씨는 그룹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