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국조선 빅3 '공식 깨졌다지만
[기자수첩] '한국조선 빅3 '공식 깨졌다지만
  • 승인 2016.03.20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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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조선소 ㅣ 현대중공업
 
[비즈트리뷴] 한국조선산업은 늘 세계 최강임을 자부했다.

글로벌 톱3는 늘 한국기업이 차지했고 당연시됐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이 그 주역이다. 한때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2위자리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일본업체는 글로벌 톱 10밖에 밀려나있었다.

이러한 한국조선업의 자존심에 상처가 났다.

국내 조선업계가 지난해 고전하는 사이에 일본조선업체가 3위로 치고 올라섰다.

일본의 이마바리 조선그룹이 삼성중공업을 제친 것이다. 

20일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조선그룹 기준으로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그룹은 지난 2월말 수주 잔량 기준 각각 882만5천CGT(표준화물 환산톤수, 204척)과 844만CGT(139척)으로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일본 이마바리 조선은 수주잔량 696만4천CGT(244척)로 4위 삼성중공업(508만1천CGT, 101척)을 크게 앞질렀다. 일본의 재팬 마린 유나이티드도 세계 10위(258만5천CGT, 73척)에 이름을 올렸다.

중국기업도 약진했다. 양쯔쟝 홀딩스(331만1천CGT, 130척)가 5위, 상하이 와이가오치아오(283만9천CGT, 74척)가 7위, 후둥 중화(260만8천CGT, 55척)가 9위에 올랐다.

나머지 순위는 한국기업의 몫이었다. 현대미포조선이 6위(297만9천CGT, 136척), STX조선이 8위(261만2천CGT, 68척)로 10위권에 포진했다.

국내기업 하나가 '빅3명단'에서 빠진것은 씁쓸할 수 있으나, 작금의 국내 조선업계를 들여다보면 내실경영이 우선임을 강조할 수 밖에 없다. 

▲ 거제 옥포조선소 ㅣ 대우조선해양
 
과거 일본은 세계 최대 조선 강국으로 군림했으나 고임금과 비효율적인 생산 체제가 심화하면서 2000년대 이후로는 사양 산업으로 여겨져왔던 게 사실이다.

이번 성적표는 일본조선업계의 화려한 재기보다는 해양플랜트의 부실 등 국내 조선업계의 시행착오에 따른 '일시적인 결과'가 아닌가 싶다. 

국내 조선 3사는 지난해 총 8조5000억여원의 적자를 냈다. 대우조선해양은 영업손실 5조5051억원, 현대중공업은 1조5401억원, 삼성중공업이 1조501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웬만한 기업이라면 거덜이 날만한 경영실적이다.

조선 3사는 그만큼 2015년은 지난 20~30년이래 최악의 한해였다.

이제 조선3사는 '해양플랜트'의 부실을 뼈아프게 받아들이며 수익경영 전환을 위해 '돈되는 수주 영업'으로 전략을 전환하고 있다.

과거 한국조선업계가 일본조선업계를 넘어선 배경에는 일본기업과 국내기업의 전략 차이가 적지않다.

일본기업들은 효율성만을 고집해 표준화된 선박건조에만 집중했다.

반면 한국조선업계는 선주가 원하는 '맞춤형 선박'시장에 과감하게 뛰어들었고 '초대형선박 수주'를 휩쓸었다. 

그에따른 기술력의 격차가 오늘날의 한국조선 위상을 쌓아올린 밑걸음이 됐다.

때문에 초대형선박 시장에서 국내 조선 3사의 경쟁력은 일본조선이나 중국조선을 압도하고 있다.

업황이 회복되고, 내부적으로 체질개선만 병행한다면 '글로벌 빅3' 순위는 언제든 국내기업의 몫이란 얘기다.

지금 국내 조선3사에게 필요한 것은 '저가 일감'보다는 '돈되는 일감'이다.

우선 적자 부실을 털어내고, 흑자기조로 전환하는 게 급선무다. 

▲ 거제조선소 ㅣ 삼성중공업
 
[비즈트리뷴 채희정기자 sincerebiztribune@biztribu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