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오 DGB금융 회장, 대구은행장 겸직 명분 '조직 안정화'…끝없는 내홍만
김태오 DGB금융 회장, 대구은행장 겸직 명분 '조직 안정화'…끝없는 내홍만
  • 김현경
  • 승인 2019.01.15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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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은행장 둘러싼 갈등만 7개월째…경영활동 '안갯속'

[비즈트리뷴=김현경 기자] "고객중시 경영으로 고객 신뢰 회복, 올바른 DGB운동을 통한 윤리·정도·지속가능 경영을 실천하겠다."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이 지난 2일 DGB금융그룹 시무식에서 밝힌 올해 경영목표는 윤리경영을 통한 고객 신뢰 회복이었다.
 
하지만 2주가 지난 지금, DGB금융그룹은 김 회장의 DGB대구은행장 겸직을 두고 와해되는 모습이다. 계속된 내홍에 윤리경영은 물론, 이번 겸직을 두고 김 회장이 내세운 '조직 안정화'라는 명분도 무색하게 됐다는 지적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1일 DGB금융 자회사최고경영자추천후보위원회에서 대구은행장 후보로 추천된 김태오 회장은 이날 대구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와 29일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대구은행장에 최종 선임된다.

DGB금융 자추위는 "대구은행 추천 후보자 2명을 포함한 6~8명의 후보자에 대한 논의를 거친 후 현재 경영위기를 가장 효과적으로 수습해 고객에 대한 신뢰를 근본적으로 회복하고, 조직안정과 통합 및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이 한시적으로 겸직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결론을 내렸다"며 김 회장의 행장 겸직 추천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대구은행장 공석 사태가 장기화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김 회장이 대구은행장을 맡기 위해서는 대구은행 이사들로 구성된 임추위와 주주총회를 거쳐야 하지만 이사회에서 김 회장의 행장 겸직을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DGB금융 관계자도 "이번 안건이 은행 임추위에서 가결되기만 하면 주주총회에서는 그냥 확정된다고 보면 된다"며 "오늘 임추위 결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구은행 이사회는 은행 독립성 보장을 위해 '회장·행장 분리 체제'를 구축하는 것은 물론, 내부 출신 행장이 선임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당장 이날 있을 임추위에서 김 회장의 겸직안이 부결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내부 갈등 봉합에 앞장서야 할 상황에서 오히려 행장 겸직을 강행한 것을 두고 김 회장의 리더십에 의문을 제시하고 있다. 그룹 내부에서도 "카리스마 있던 모습이 이제는 독선적으로 비친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흘러나온다.
 
DGB금융과 대구은행간 갈등은 지난해 6월 김 회장이 취임 직후 계열사 임원 절반 이상을 해임하고, 은행의 행장 추천권을 지주사로 옮기는 내용의 지배구조 개선안을 발표하는 등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단행하면서 시작됐다. 대구은행 이사회는 조직 개편안이 김 회장의 행장 겸직을 염두에 둔 것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왔다.
 
그때마다 김 회장은 '회장·행장 분리' 체제를 유지할 것이란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지만, 결과적으로 행장 겸직을 맡게 되면서 조직 쇄신을 명분으로 그동안 단행했던 시도들도 '조직 장악을 위한 포석'이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갈등이 격화하자 DGB금융은 은행장 후보 추천 과정을 구체적으로 담은 담화문을 발표하고, 빠른 시일 내 후계자 육성 프로그램을 가동할 것이란 입장을 밝히는 등 사태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그룹 내부에서 김 회장의 겸직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김 회장의 경영활동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