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트리뷴] '신중 경영'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IPO 승부수 통할까
[핫트리뷴] '신중 경영'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IPO 승부수 통할까
  • 김현경
  • 승인 2018.12.12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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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재 회사'에서 벗어나 새 도약 이룰지 관심

 

[비즈트리뷴=김현경 기자] 생명보험업계 유일한 오너 CEO로 18년간 교보생명을 이끌어 온 신창재 회장이 기업공개(IPO) 승부수를 띄웠다.

 

그동안 인수합병(M&A)과 신사업 진출 계획을 번번히 백지화하며 신중한 경영 전략을 펼쳐온 신 회장이 IPO를 공식화하자 업계는 그 배경에 주목했다.

 
특히, 최근 생보업계는 저금리 기조에 따른 이차역마진 부담 증가, 업권 경쟁 심화 등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불확실한 대내외적 경영 환경까지 겹쳐 증시도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이런 가운데 교보생명이 IPO를 결정한 것은 자본 확충이 시급하다는 판단 때문으로 분석된다. 
 
오는 2022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킥스)가 도입되면 부채 평가 기준이 원가에서 시가로 바뀌는 만큼 회사의 부채 비중도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지급여력(RBC)비율이 292%인 교보생명은 재무건전성이 탄탄한 보험사로 평가된다. 하지만 새로운 회계 기준에서도 안정적인 재무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2조~5조원에 달하는 추가 자본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된다. RBC비율은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측정하는 지표로 금융당국의 권고치는 150%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새로운 제도 변화(IFRS17·킥스)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수 조원의 자본 확충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됐다"며 "내년 하반기를 목표로 IPO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보생명은 앞서 지난해 7월에도 5억달러(약 5600억원) 규모의 해외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자본을 늘리고, 지난해 말 만기보유증권의 계정을 재분류해 RBC비율을 40% 가량 끌어올리기도 했다.
 
한편, 재무적투자자(FI)인 어피니티 컨소시엄의 풋옵션(투자금 회수를 위한 지분 매수청구) 행사 압박도 신 회장이 IPO에 나선 배경으로 꼽힌다.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IMM프라이빗에쿼티(PE) 등으로 구성된 어피니티 컨소시엄은 교보생명의 IPO가 수차례 무산되면서 지난 10월 지분 24%에 대한 풋옵션 행사를 통보했다.
 
해당 풋옵션에는 교보생명이 2015년 9월까지 상장하지 않을 경우 신 회장이 FI가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을 다시 매입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FI가 풋옵션을 행사할 경우 수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신 회장 입장에서는 부담이 크다. FI의 풋옵션 행사 철회를 설득하기 위해 IPO 카드를 꺼내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동시에 신 회장은 교보생명에 대한 지배력 약화 우려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IPO 과정에서 신주를 발행할 경우 신 회장의 지분이 희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교보생명의 최대주주는 신 회장(33.8%)이고,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지분은 39.4%다. 2대주주는 지분 24%를 보유한 어피니티 컨소시엄이다.
 

2000년 적자 기업이던 교보생명이 생보업계 '빅3'로 성장한 밑바탕에 신 회장의 강력한 오너십이 있었던 만큼 교보생명 입장에서는 IPO가 달갑지 않을 수 있다.

 
당시 신 회장은 오너십을 바탕으로 과감한 세대 교체와 조직 정비를 단행했고, 불필요한 사업을 정리하며 내실 다지기에 주력했다. 그 결과 2500억원의 적자와 2조4000억원의 자산 손실을 기록하던 교보생명은 신 회장 취임 1년 만에 1400억원의 흑자를 달성하게 됐다. 이를 바탕으로 도약의 기회를 마련한 교보생명은 지난해 순이익만 6740억원을 기록하는 대형사로 성장했다. 2000년 당시 25조원이었던 총자산도 지난 9월 기준 107조8000억원으로 약 4.5배 가량 성장했다.  
 
지난해 말 금리상승기에 29조7000억원 규모의 만기보유증권을 매도가능증권으로 바꾸는 과감한 투자 전략을 세운 것도 오너십 경영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보통 매도가능증권은 시가로 평가돼 채권가격이 떨어지는 금리상승기에는 평가 손실이 발생한다. 교보생명은 IFRS17과 킥스 대응 차원에서 자산 듀레이션과 부채 듀레이션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IFRS17과 킥스에서는 보험 부채와 투자 채권 등 자산 사이에 듀레이션(잔존만기) 격차가 벌어지면 보험사가 쌓아야 할 자본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러한 행보는 단기적으로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새로운 회계 기준에 맞춰 중장기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신 회장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보통 보험사 CEO들은 단기간에 수익을 올려 성과를 내야 해 중장기 전략을 세우기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실제 당시 진행했던 계정 재분류를 통해 교보생명의 RBC비율은 기존 255.6%에서 295%까지 오르기도 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오너 경영인이 있는 회사가 다 그렇지만 교보생명도 신창재 회장의 회사라는 이미지가 강하다"며 "그동안 신 회장의 오너경영 체제에서 교보생명이 급격하게 클 수 있었기 때문에 오너십에 타격이 있을 거란 우려가 그동안 계속 IPO를 미룬 이유일 것"이라고 말했다. 
 
교보생명의 IPO를 둘러싸고 우려의 시각이 적지 않다. 다만, 특유의 신중함과 인내심으로 적자기업 교보생명을 생보업계 '빅3'까지 키워냈던 신 회장이 장고 끝에 내린 결정인 만큼 우려를 잠재우고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교보생명은 이번 IPO를 통해 성장성과 수익성을 키워 신 회장이 강조해왔던 '자산 100조 기업' 달성에도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다음은 신창재 교보생명 대표이사 회장의 프로필이다.

 

▲1953년생(65세) ▲1978년 서울대 의과대학 의학과 졸업 ▲1989년 서울대 의학대학원 석·박사 학위 ▲1987~1996년 서울대 의과대 교수 ▲1993년~ 대산문화재단 이사장 ▲1996년 교보생명 부회장 ▲1999년 교보생명 이사회 의장 ▲2000년 교보생명 대표이사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