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훈·위성호·함영주 행장 임기만료 임박…연임 키워드는 '리스크 관리'
이대훈·위성호·함영주 행장 임기만료 임박…연임 키워드는 '리스크 관리'
  • 김현경
  • 승인 2018.11.19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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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적으론 연임 유력, 내년엔 내실 다지기 필요...위·함 행장, 개인 리스크 극복해야

[비즈트리뷴=김현경 기자] 연말과 내년 초로 이어지는 주요 은행장들의 임기만료에 따라 이들의 연임 여부가 금융권 최대 관심사로 꼽히고 있다.


올해 사상 최대 실적 달성을 앞두고 있는 은행권의 인사 키워드는 '리스크 관리 역량'이다. 내년 은행업에 대한 잿빛 전망이 쏟아지고 있어서다. 은행권은 미중 무역전쟁과 내수경기 침체, 대출규제 강화 등 대내외적 상황으로 경영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가계대출 규제에 따른 대출부문 성장세 둔화가 예고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계대출 중심의 자산구조를 유지해온 은행 입장에서는 타격이 크다. 실제 올해 은행들의 호실적은 양호한 대출부문 성장세의 역할이 컸다.

 

앞서 지난 1일 한국금융연구원은 정부의 강도 높은 가계대출 규제에 따라 내년 국내 은행의 순이익을 올해보다 2조원 감소한 9조8000억원으로 추정했다. 또 내수 경기 침체와 기준금리 인상 전망 등으로 소기업과 영세 자영업자의 대출 부실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과 신흥국 금융 불안에 따른 수출기업 부진과 불안정한 시장 상황 등도 주요 리스크로 꼽힌다.
 
이런 상황인 만큼 내년 각 은행을 이끌어갈 수장들의 리스크 관리 역량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인사 평가 요소로 고려될 전망이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은행 내부적으로도 내년 경영 상황이 좋지 않을 것이란 불안감이 팽배하다"며 "업계에서는 은행 경영진들이 내년 신년사에서 '리스크 관리'를 경영 화두로 제시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런 경향이 이번 인사 평가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요 은행장 중 이대훈 NH농협은행장의 임기가 다음달 만료된다. 위성호 신한은행장과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은 내년 3월 임기가 끝난다.
 

 

먼저, 위성호 신한은행장은 올해 3분기 1조9165억원의 누적 순이익을 기록하며 2011년 이후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해 업적만 보면 연임이 유력한 상황이다.

 
위 행장은 리스크 관리에도 탁월한 모습이다. 올해 9월 말 기준 신한은행의 NPL커버리지비율은 143%로,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NPL커버리지 비율은 부실채권 대비 충당금을 얼마나 쌓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NPL커버리지 비율이 100%를 넘을 경우 부실채권을 모두 회수하지 못해도 충당금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뜻이다.
 
건전성 지표도 양호한 수준을 유지했다. 올해 9월 말 기준 신한은행의 대손비용률은 역대 최저 수준인 10bp를 기록했고, 연체율은 지난해 대비 5bp 줄어든 0.26%를 기록했다.
 
다만, 위 행장의 경우 최근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가 추가 수사를 권고한 '남산 3억원 사건'의 수사 대상에 오른 점이 부담이다. 이 사건은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이 이백순 당시 신한은행장을 통해 남산자유센터 주차장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 측근에게 비자금 3억원을 전달했다는 의혹인데, 위 행장이 2010년 검찰 수사때 이 사건 관련 진술자가 진술을 번복하도록 회유했다는 게 과거사위의 판단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위성호 행장은 신입행원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올라온 케이스이기도 하고, 신한은행에서만 30년 넘게 근무했기 때문에 신한은행에 잔뼈가 굵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실적도 워낙 좋았다"면서도 "다만, 조용병(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채용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데 위성호 행장마저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르면 신한금융에 타격이 클 수밖에 없어서 이런 부분도 고려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함영주 행장이 이끄는 하나은행은 올해 3분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1% 증가한 1조7576억원의 누적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2015년 외환은행 통합 이후 3분기 누적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이다.
 
다만, NPL커버리지비율은 다소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9월 말 기준 NPL커버리지비율은 84.1%로 지난해 3분기 78.8%보다 5.3%포인트 개선됐다. 자산건전성은 개선됐다. 3분기 누적 대손비용률은 0.12%로 지주사 설립 이후 최저 수준을 달성했고, 연체율은 지난해 3분기와 동일한 0.29%를 기록했다.
 
이렇게 최대 실적으로 연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함 행장도 채용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는 점이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함 행장은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면접점수를 조작하거나 특정 대학 출신에게 높은 점수를 주는 등 특혜를 준 의혹을 받고 있다.   
 
다음달 임기가 끝나는 이대훈 NH농협은행장도 연임이 유력해 보인다. 이 행장은 올해 농협은행이 호실적을 기록하는 데 큰 공을 세운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농협은행은 올해 3분기 9339억원의 누적 순이익을 기록해 출범 이후 사상 최대 실적을 시현했다. 이 행장 개인에 대한 리스크도 없어 큰 무리 없이 연임에 성공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농협은행의 NPL커버리지 비율은 올해 9월 기준 86.05%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01%포인트 증가하며 가파른 개선세를 보였지만, 다른 은행에 비해 다소 낮은 NPL커버리지 비율은 개선점으로 꼽힌다. 연체율은 0.52%를 기록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농협금융이 경쟁력을 높이겠다면서 계열사 1년 임기제를 운영하고 있는데, 1년 임기는 사실 중장기 전략을 세우기에는 너무 짧고 다른 은행들에 비해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도 어려워 말이 많았다"며 "이대훈 행장은 실적이나 사업면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고 있고, 김광수(농협금융지주) 회장도 인사에서 중장기 계획을 고려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연임할 것이란 얘기가 계속 나오는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