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글로벌 인재로 미래 예약] ① 해외투자 관심 커져 '아낌 없는 투자'
[증권사 글로벌 인재로 미래 예약] ① 해외투자 관심 커져 '아낌 없는 투자'
  • 어예진
  • 승인 2018.11.12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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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차원 넘어, 생생한 현지 '투자정보' 제공 기회

 

[비즈트리뷴=어예진 기자] 모든 식물에는 ‘생장점’이라 불리는 조직이 있다. 뿌리나 줄기 끝부분에서 세포분열과 기관 형성을 되풀이하며 성장하는 에너지의 원천이다. 그렇다면 회사라는 조직의 ‘생장점’은 무엇일까. 바로 사람, 인재라 단언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오래전부터 증권사들이 추구해온 인재 육성 기조가 최근 해외 사업 성장의 에너지 원천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비즈트리뷴은 이런 증권사들의 '인재육성 프로젝트' 현황과 트렌드, 미래를 살펴본다.  

 

◆ '강남 엄마' 뺨치는 직원 교육·복지

소위 '증권맨'이라고 불리는 금융투자업계 종사자들은 끊임 없이 공부한다. 경제 흐름을 읽고 기업의 생리를 알아야 시장에서 이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오래전부터 증권사들은 직원들의 교육에 힘써왔다. MBA를 지원해주기도 하고, 전문성 교육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해외연수 지원도 적극적이다. 잘하는 직원에 대한 포상의 의미도 있고, ‘현장학습’으로써도 역할이 있다. 안에서는 직원 복지 차원이었지만, 큰 그림으로 보면 결국은 인재 양성을 통한 글로벌 역량 확대였다.

우선, 한국투자증권은 직원들의 직무역량 강화와 전문성 확대를 위한 교육 복지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해외 대학원 및 MBA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글로벌 사외위탁연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우수 사원으로 선발되면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 선진금융시장 견학과 해외현지법인 방문 등 해외연수도 보내준다.

NH투자증권에는 과장 승진자 전원을 해외연수 보내주는 제도가 있다. 1987년부터 31년 째 시행 중이다. 회사 주인이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고 지속된 전통 있는 복지제도다. 과장 승진자들끼리 팀을 짜고 가고자 하는 나라를 직접 선택한다. 그곳에서 공부하고자 하는 내용을 담아 결재 올리고, 돌아와서는 연수 결과를 정리해 프레젠테이션까지 진행한다.
 
◆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로 가라
 
새로운 비약을 위해서는 개척하고자 하는 곳의 제일선을 명확하게 아는 것이 중요하다.

증권사들의 해외 사업 확장을 위해서는 사업 먹거리를 찾는게 우선이 아니라, 먹거리를 찾을 사람을 키우는 것이 먼저였다. 복지 차원에서 시작된 직원들의 해외 연수가 최근 장기적인 해외 진출 역량 육성을 위한 하나의 전략으로 변하는 추세다.

2008년 38억달러(약 4조3000억원) 수준이던 금융투자업의 해외투자는 2017년 140억달러(약 15조8600억원)로 3배 넘게 증가했다. 해외법인 설립이나 해외 신규 투자, 기업 인수 등이 이에 속한다. 같은 해 해외 신규 법인 수도 159개사로, 전년도 133개사보다 20%가 늘었다. 

해외 사업이 증가하면서 한계도 나왔다. 해외법인이라 할지라도 현지에서 직접 고용된 외국인들은 문화와 사고가 달라 본사의 사업 기조를 이해하고 업무를 처리하는데 종종 아쉬움이 생겼다. 정확한 사업 의도와 회사의 철학을 알고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토박이 직원이 필요했다.

미래에셋대우는 해외 진출에 가장 먼저 눈을 뜬 곳이다. 현재는 해외 거점에 자리잡은 현지법인만 11개, 사무소 3개까지 총 14개에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어 증권사 중 가장 많다. 수익이 안돼 '접네 마네'했던 시절도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직원들을 내보내 현지 생존 능력을 키웠다. ‘글로벌 전문가 육성 프로그램’을 만들고 사내 공모를 거쳐 3개월에서 1년 동안 IB 등 현지 비즈니스에 직접 투입했다. 직원들의 해외 전문성 역량이 높아진 것은 물론 비즈니스 측면에서의 성과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글로벌 프런티어’ 제도를 통해 직원 복지와 해외사업 확장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글로벌 인재로 성장할 직원을 선발해 해외사업의 전략적 요충지에서 1개월 가량 연수를 진행하는 프로그램인데, 지난해부터 시작해 현재까지 56명의 글로벌 프런티어들이 순차적으로 업무 수행하고 있다. 현지시장의 특수성을 이해하고 사업기회를 발굴해 업무영역을 확대하는 것이 목적이다. 주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서 상품개발과 IB, 시장조사, 현지상황에 맞는 리스크 관리 방안 모색 등 다양한 활동 전개하고 있다.
 
◆ 영업도 글로벌하게... “그 집은 해외 주식 전문가 안 키워요?” 

해외 주식투자에 대한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이 날로 커지는 추세다. 한 때는 해외리포트에만 의존해야 했던 때가 있었다. 직접 보지는 못했는데, 외국계 리포트에서 ‘이렇다고 하니 그런 줄’ 알고 투자했던 시기였다. 리포트의 왜곡도 심했고 정확한 정보도 부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주식 투자는 날로 증가했다. 증권사들이 본격적으로 해외주식중개서비스를 내놓기 시작한 2012년 29만3700만달러(약 3조3159억원)에 불과했던 해외주식 거래대금은 2016년 세 자릿수를 넘어서며 지난해 227억1400만달러(약 25조6441억원)를 기록했다. 올해 10월 말 기준으로 280억4700만달러(약 31조6651억원)를 넘어서면서 이미 지난해 거래대금을 돌파한 상황이다.
 


이 같은 추세에 맞춰 대형증권사들을 중심으로 해외주식 전문가 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

삼성증권은 ‘글로벌 PB 연구단’ 제도를 통해 우수 PB들에게 미국뿐 아니라 이머징 시장과 선진기업을 견학할 수 있는 기회를 지원하고 있다. 또 해외 지역전문가 연수제도를 통해 투자 대상으로 가장 주목받는 중국과 베트남 등 이머징 국가에 인력을 파견한다. 현지 시장 연구를 비롯해 정치, 경제, 사회를 비롯한 폭넓은 분석을 병행해 해외 시장 분석 능력에 전문성을 높였다.

이 프로그램으로 지난해 일본에 다녀온 배경숙 송파WM지점 PB팀장은 “긴 불황을 지나 수출 호조에 따른 경기 개선을 보이고 있는 일본 산업의 역동적 사업전략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을 바탕으로 한 일본 투자기회를 고객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게 돼 뿌듯하다”고 말했다.

KB증권도 해외 주식 전문 PB 육성을 위해 연 2회 해외 현지 연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과 미국 등 아시아 국가와 선진국을 골고루 선정해 방문한다. 이렇게 육성된 해외 주식 전문 PB는 영업점에 배치해 투자자들의 해외주식 상담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주식뿐 아니라 채권, 금융상품까지도 직원들이 직접 해외로 뛰는 분위기가 증권가에 만연한 상황이다. 해당 국가 현지인을 리서치센터 연구원으로 고용해 보다 신뢰도 높은 리포트를 작성하는 곳도 있다. 국내 투자자들의 수요가 높아지는 만큼 증권사들이 제공하는 정보의 양과 질은 꾸준히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