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CJ헬로비전 인수, '불공정 경쟁 vs 시장 키우기'
SKT-CJ헬로비전 인수, '불공정 경쟁 vs 시장 키우기'
  • 승인 2016.01.17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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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리뷴]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은 14일 '통신 사업은 땅 짚고 헤엄치기'라고 할만큼 독과점이 단순하게 이뤄질 수 있는 구조임을 시사하며, "이번 SKT의 CJ헬로비전 인수는 땅 안 짚고도 헤엄치고 갈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 부회장은 신년 기자 간담회에 참석해 "SKT가 방송법이 개정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인수합병을 서둘러 추진했는데, 만약 이번 M&A가 허가된다면 불공평한 경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SKT의 CJ헬로비전 인수 허가 여부는 통합방송법이 확정된 후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대해 SKT는 LG유플러스의 주장이 제기된 다음날인 15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급변하는 ICT 환경에서 타사의 정상적인 경영 활동에 대해 아전인수격 해석 및 주장만을 반복하고 있는 경쟁사의 행태에 대해 심각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어 "LG유플러스의 주장은 통합방송법의 취지를 곡해한 것" 이라며, "통합방송법은 방송법과 IPTV법을 일원화/체계화하는 과정으로, 추가적인 규제 도입이 아닌 시장 변화에 발을 맞추겠다는 취지이다"고 말했다.

▲ (왼쪽부터) SK텔레콤 장동현 사장, LG유플러스 권영수 부회장 l 출처=SKT,LGU+
 

■ SKT는 유료방송 요금을 인상할 것이다?

LG유플러스가 경제학 교수진에 의뢰한 “SKT-CJ헬로비전 기업결합의 경제적 효과분석”보고서에 따르면 SKT가 이번 인수를 통해 유료방송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면 이용요금이 대폭 인상될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이번 연구는 국내 저명한 경제학 교수들이 주관하여 CJ헬로비전의 전국 23개 서비스 권역에서 1,000여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약 두 달 간 진행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결합 시 가격인상 가능성을 나타내는 지수인 ‘GUPPI’가 이번 M&A의 경우 30.4%에 달해 SKT가 CJ헬로비전 인수합병 후 유료방송 요금을 인상시킬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GUPPI(Gross Upward Pricing Pressure Index, 가격인상압력지수)는 CATV 요금 인상에 따른 전환율, CATV대비 IPTV 요금비율, IPTV 마진율 등을 고려해 산정하는 것으로, 이 수치가 높을수록 합병기업의 요금인상 가능성은 높아진다.

2014년 공정거래위원회는 시력교정용 안경렌즈 1위 업체인 ‘애실로(Essilor Anera Investment PTE.LTD)’가 2위인 ‘㈜대명광학’의 주식취득을 심사할 때 GUPPI가 20%에 달해 가격인상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기업결합을 불허한 바 있다.

이번 M&A가 합병불허된 ‘애실로’ 사례보다 GUPPI가 10% 포인트 이상 높다는 것은 이번 연구 보고서에 나타나 있는 사항이며, '독점시장에서는 궁극적으로 상품가격이 인상된다’는 보편적 시장원리에 따라 SKT의 시장 지배력이 강해질수록 이용요금은 지속적으로 인상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윤용철 SK텔레콤 PR실장은 "요금은 정부 승인 사항으로 지금까지 인상된 전례가 없다"며, "SO는 방송법에 따른 요금 상한제, IPTV는 IPTV법에 따른 정액승인제 규제를 받고 있어 사업자의 임의적 가격 인상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급속한 케이블TV 가입자의 IPTV 전환 추이를 감안할 때, 케이블TV 사업자가 5~10% 가격을 인상하는 경우 가입자의 대규모 이탈이 예상된다"며, "통신 시장은 수요 대체성이 충분해 특정 사업자의 일방적인 요금 인상 가능성은 현저히 낮으며, 특히 유료방송(케이블TV, 위성방송, IPTV)은 향후 시장 경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LGU+가 분석에 사용한 수치는 해당 기업의 상세 재무 지표에 대한 분석없이 단순히 공시 자료를 피상적으로 분석한 것에 불과해 큰 오류가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 SKT가 통신시장을 독식할 것이다?

LG유플러스는 이번 M&A에 따른 국내 통신시장 구조변화를 자체 분석한 결과, 합병 시 3년 이내에 SKT가 경쟁사들을 압살하고 통신시장 전반을 독식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이통통신 시장에서 CJ헬로비전의 KT망 알뜰폰 가입자 흡수, CJ헬로비전 방송권역에서 SKT 이동전화 가입자 증가 등으로 49.6%의 점유율이 ‘18년 최대 54.8%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동전화를 포함한 방송결합상품 시장에서도 CJ헬로비전 가입자의 결합상품 가입비중이 SK브로드밴드 수준으로 점차 증가하게 되면 SK텔레콤의 결합상품 점유율은 2015년 44.9%에서 2018년에는 최대 70.3%까지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는 합병 즉시 CJ헬로비전 초고속 가입자 확보, CJ헬로비전 유료방송 가입자 중 SK 초고속 미가입자 추가 가입 유도 등을 통해 25.1%의 점유율을 2018년에는 최대 40%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SKT는 LG유플러스가 추정한 점유율 수치에 대해서 "매우 자의적이고 근거가 없으며, 비현실적인 가정에 기반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결합상품은 소비자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힐 뿐만 아니라 결합을 통해 할인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에게 이익이 된다며, 특히 기존 결합상품을 선택할 수 없었던 SO 가입자들의 편익 증대 효과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도 주장했다.

또 초고속인터넷 시장에 대해서는 "SKT의 CJ헬로비전 인수 후에도 여전히 초고속인터넷 시장의 확고한 1위는 KT라며, 유료방송 선택 결정요소는 초고속이 핵심이라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말했다.
 

■ SKT, 독과점에 따른 ‘경쟁제한성’ 요건 충족하나

LG유플러스는 이번 M&A는 이동통신 1위 사업자와 알뜰폰 1위 사업자간 결합임과 동시에 지역 유선방송 1위 사업자와 전국 IPTV 사업자간 합병으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 제 7조 4항의 ‘경쟁제한성 추정요건'에 해당된다고 지적했다.
 
경쟁을 제한하는 기업결합 여부를 판단하는 핵심요소인 ‘경쟁제한성’은 결합당사 회사의 ▲시장점유율 합계 50%이상 ▲해당시장 점유율 합계 1위 ▲2위 사업자와 점유율 차이가 1위 사업자 점유율의 25% 이상 등 3가지 요건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다.

공정거래법 제 16조는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기업결합인 경우 합병불허(당해 행위의 중지), 주식처분, 영업양도 등의 강력한 시정조치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LG유플러스는 SKT가 이번 기업결합으로 KT의 알뜰폰 가입자 매출 흡수를 통해 가입자 기준 이동통신시장 점유율이 51.1% (2015년 9월 가입자 기준 SK텔레콤 점유율 49.6% + CJ헬로비전 점유율 1.5%)가 되므로 경쟁제한성 추정기준인 ‘점유율 50%이상’ 요건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2위인 KT와의 점유율 차이가 법정 기준보다 크다며, 합병 후에도 SKT가 여전히 이동통신시장에서 부동의 1위라는 점을 들며 3가지 경쟁제한성 추정요건을 모두 충족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대해 SKT는 "CJ헬로비전 인수 후에도 헬로모바일이 유치한 알뜰폰 가입자는 여전히 KT망을 쓰는 KT 가입자"라며, "SKT는 도매제공 의무사업자로서 대가/조건 등을 임의로 정할 수 없고, 알뜰폰 시장으로의 부정적 영향을 차단하는 제도적 안전장치가 이미 마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또 LG유플러스는 유료방송시장에서도 CJ헬로비전의 전국 23개 방송권역 중 14개 권역이 경쟁제한성 추정 요건에 해당되며, CJ헬로비전 전체 방송권역에서 독점적 1위 사업자로서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대해 SKT는 전국사업자인 IPTV, 위성방송 등 이미 강력한 경쟁재가 있는 상황에서 독점지역을 규정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며, 채널 구성, 컨텐츠 품질, 영업 조직, 기술적 측면에서 압도적 우위에 있는 사업자의 시장경쟁력을 전혀 감안하지 않고, 점유율이 높다고 해서 케이블TV의 시장지배력이 높은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LG유플러스는 이번 기업결합이 대기업 브랜드 파워와 알뜰폰의 저렴한 가격을 이용해 이동통신 3사를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독행기업(Maverick)’인 CJ헬로비전을 영구 제거한다는 점에서 경쟁제한성이 심각하다며, 중장기적으로는 가격인상 등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기 때문에 결합규제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고 설명했다.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이번 M&A로 이동통신 1위 사업자가 알뜰폰 1위 사업자를 인수하게 되면 소비자에게 싼 값의 알뜰폰을 확산시키겠다는 정책취지는 완전히 실패로 돌아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윤용철 SK텔레콤 PR실장은 "LGU+가 주장하는 플랫폼 간 소유/겸영 규제는 방송통신융합을 촉진하고자 하는 수평규제 정책에 정면으로 반할 뿐 아니라 국제적인 방송통신 산업 추세를 무시한 것" 이라며, "경쟁제한성에 대한 사항은 SKT가 제출한 자료를 검토해 정책당국이 객관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사의 주장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가운데, 정책당국에서는 어떤 결과를 내릴지가 주목된다. [비즈트리뷴 권안나 기자 kany872@biztribu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