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트리뷴]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외형·내실 다잡고 '아시아리딩뱅크' 도약 시동
[핫트리뷴]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외형·내실 다잡고 '아시아리딩뱅크' 도약 시동
  • 김현경
  • 승인 2018.09.07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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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리뷴=김현경 기자]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특유의 전략가 기질로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 인수에 성공하고 '리딩뱅크' 재탈환의 발판을 마련했다.

 
행원으로 시작해 신한은행장을 거쳐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되기까지 30여년을 신한금융그룹에 몸담은 정통 '신한맨' 조 회장은 회사의 성장 과정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본 인물로 그룹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으며 지난 2017년 신한금융 회장에 올랐다.
 
회장 취임 직후부터 그는 균형있는 그룹 포트폴리오 기반의 성장 전략 구축을 강조했다. 그룹 순이익의 절반 이상을 은행에 의지하는 현재의 수익구조에서 탈피해 비은행부문을 강화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그가 비은행부문 강화를 강조한 데에는 순이익 기준 그룹 내 비중이 크지 않았던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을 2013년부터 2년간 이끌어온 경험이 바탕이 됐다. 이번 오렌지라이프 인수도 비은행 계열사 가운데 가장 취약한 부문으로 꼽히는 생명보험분야를 키우겠다는 그의 의지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신한금융은 이달 5일 사모펀드운용사 MBK파트너스가 보유한 오렌지라이프 지분 59.15%(4850만주)를 주당 4만7400원, 총 2조2989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인수·합병(M&A)으로 신한금융은 외형과 내실, 두 마리 토끼를 다잡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우선 자산규모가 커지며 외형면에서 큰 성장을 보였다. 올해 6월 말 기준 오렌지라이프의 자산 3조5375억원을 더하면 신한금융의 총자산은 484조8195억원으로 늘어 현재 자산 규모 1위인 KB금융지주(463조3374억원)를 앞설 수 있게 된다.
  
특히 9년간 차지하고 있던 리딩뱅크 자리를 지난해 KB금융에 내준 뼈아픈 상처도 극복할 수 있을 전망이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2조948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 3조343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한 KB금융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도 1조7960억원으로 KB금융(1조9150억원)보다 1200억원 가량 적다. 
 
하지만 지난해 3402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한 오렌지라이프를 품에 안으며 신한금융은 리딩뱅크 자리 재탈환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오렌지라이프는 올해 상반기 누적순이익만 1800억원이다. 물론, 신한금융이 오렌지라이프의 지분 59.15%만 보유하고 있는 만큼 실적이 신한금융에 100% 반영되지는 않는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조흥은행, LG카드 등 과거 신한지주의 M&A 성공 역사를 고려할 때 시너지 기대감은 크다"며 "오버페이하지 않고 오렌지생명과 같은 대형 M&A를 이끌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조 회장의 염원이었던 비은행부문을 강화해 수익구조를 고르게 재정비했다는 점에서 외형성장 뿐만 아니라 내실 다지기에도 성공한 모습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신한금융 전체 순이익(2조5028억400만원)에서 신한생명 순이익(700억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2.79%다. 오렌지라이프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이 1800억원이고, 이중 지분 59.15%를 신한금융이 보유한다는 것을 고려해 단순 계산할 경우 신한의 생명보험분야 순이익은 약 1000억원 가량 증가한 1700억원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전체 순이익에서 생보분야가 차지하는 비중도 기존 2.79%에서 6.79%로 증가하게 된다.
 
현재 신한금융 계열사들의 순이익 비중은 신한은행(1조2718억원) 50.82%, 신한카드(2819억원) 11.26%, 신한금융투자(1827억원) 7.29%, 신한생명(700억원) 2.79%, 신한캐피탈(649억원) 2.59% 등의 순이다.
 
자산 규모면에서도 비은행 부문 비중이 늘어난다. 위지원 한국신용평가 금융·구조화평가본부 실장은 "총자산이 31조4000억원인 오렌지라이프생명 지분 인수로 보험부문 자산은 62조원 규모로 확대된다"며 "이에 따라 비은행 부문 비중이 23.6%에서 28.5%로 상승함으로써 사업다각화가 진전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2020 스마트 프로젝트 순항 中…아시아리딩그룹 꿈꾼다
 
조 회장의 목표는 '비은행부문 강화'에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이를 기반으로 지속성장 가능한 수익모델을 구축하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글로벌 중심으로 확장해 아시아리딩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원대한 꿈을 제시했다.
 
그리고 그 꿈이 허황되지 않도록 구체적이고 뚜렷한 목표인 '2020 스마트 프로젝트'를 제시했다.  
  
그룹 중장기 과제인 '2020 스마트 프로젝트'는 2020년까지 신한금융의 계열사들이 각 분야에서 선두기업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 금융환경의 글로벌·디지털화에 맞춰 현지화를 적극 추진하고, 디지털 특화상품을 선보여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집중한다.
 
즉, 금융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를 선도하는 '리딩그룹'으로 나아가겠다는 것. 이를 위해 조 회장은 계열사간 협업 강화를 통해 시너지를 확대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는 '원(One) 신한' 전략을 마련했다.
 
'원 신한' 전략은 그룹의 조화로운 성장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그룹 내 비중이 큰 그룹사는 지속적인 한계 수익 돌파를 추진하고, 현재 비중은 낮아도 향후 발전가능성이 큰 그룹사는 과감한 투자와 실행을 투자하는 전략이다. 
 
조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신한금융의 전 그룹사가 '원 신한' 전략을 기반으로 '2020 스마트 프로젝트'를 추진한 결과, 그동안 신한금융은 글로벌IB 사업 규모 확대, 서울시금고 유치 성공, 신한리츠운용 출범에 따른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등 의미있는 성과를 냈다. 특히, 지난해 은행의 글로벌사업 부문은 수익이 전년 동기 대비 45.5% 급증한 761억원을 시현, 아시아리딩뱅크에 한 걸음 다가섰다는 평가다.  
 
뿐만 아니라 신한금융은 신성장동력 창출을 위해 금융지주와 은행, 금융투자, 생명보험 등 4개 부문에서 각각 축적해온 자산운용 지식과 경험을 함께 공유하고 협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기도 했다.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하고 국내 리딩뱅크로서의 자리를 공공히 한 신한금융이 아시아리딩뱅크로의 도약에도 성공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모인다.  
 
지난 3일 조 회장은 그의 목표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조 회장은 이날 열린 신한금융그룹 창립 17주년 기념식에서 "지난해부터 '2020 스마트 프로젝트'에 심혈을 기울인 결과 성공의 결실이 하나 둘 축적되고 있다"며 "그룹 및 글로벌IB 사업확대, 신한 리츠 운용 설립, 서울시금고 유치 등과 함께 베트남 ANZ 리테일, 푸르덴셜 소비자금융 인수 등을 통해 신한의 시장을 더욱 넓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원 신한은 그룹사의 단순한 합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신한을 남과 다르게 하는 차별적 경쟁력이자 임직원의 지식과 경험, 역량을 한데 모아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현장의 원동력"이라며 "대한민국 최고금융그룹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더 높은 시선으로 창도하는 신한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프로필이다.
 
▲1957년생(61세) ▲1976년 대전고등학교 졸업 ▲1981년 고려대학교 법학과 졸업 ▲1984년 신한은행 입행 ▲1992년 신한은행 뉴욕지점 대리 ▲1995년 신한은행 인사부 차장 ▲1998년 신한은행 미금동지점장 ▲2000년 신한은행 세종로지점장 ▲2002년 신한은행 인사부장 ▲2004년 신한은행 기획부장 ▲2006년 신한은행 강남종합금융센터 센터장 ▲2009년 신한은행 전무 ▲2011년 신한은행 부행장 ▲2013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 ▲2015년 신한은행장 ▲2017년 신한금융그룹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