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한전, 나주 시민들의 '소확행' 공간이 되다
[르포] 한전, 나주 시민들의 '소확행' 공간이 되다
  • 김려흔
  • 승인 2018.09.04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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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리뷴(나주)=김려흔 기자] 지난 8월 29일. 더위가 조금 가셨다고 하나 나주 평야의 더운 열기는 한창이었다.나주역에 도착해 혁신도시까지 차로 이동하면서 논과 밭을 지났다.

 
16개 공공기관이 나주 혁신도시로 이전한 지 3년이 지났다. 혁신도시로 진입하니 '도심인듯 도심아닌 도심같은' 느낌이 다가왔다. 빼곡히 조성된 아파트단지들과 공공기관 근무자 수에 비해 주변 시설은 턱없이 부족해 보였다. 이것도 그나마 발달된 것이라고 했다. 한국전력공사가 관계자의 '밥먹을 곳도 마땅치 않다'는 말이 우스갯 소리가 아니었음을 실감했다.
 
혁신도시를 한바퀴 돌아보고 한전 관계자에게 물어본 첫 마디는 "여기 영화관은 있어요?"였다. 한전 관계자는 멋쩍은듯 웃으며 "그럼요, 크지는 않지만 CJ CGV가 생겼어요"라고 답했다.
 
영화관 하나가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은 아파트 세대를 바라보니, 나주시민들은 어떻게 문화생활을 하는지 문득 의문이 들었다.   
 
 
 
그러는 사이 한전 본사에 도착했다. 에너지 회사답게 태양광이 펼쳐져 있고 건물 외관 역시 에너지기능을 한다고 했다.
 
그러나 도착하고 나서도 차를 주차할 곳이 없었다. 한적한 도로에 비해 한전 본사의 주차장 상태는 어수선했다. 빈틈없이 차들이 주차해 있지만 턱없이 부족해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과거 이명박 정부의 공기업 구조조정과 일부 언론이 제기했던 타 공공기관의 '호화 청사 신축' 논란의 여파로 한전 본사 신사옥은 당초 41층으로 계획됐으나 31층으로 축소됐다. 이같은 이유로 한전 직원들은 극심한 주차공간 부족난에 시달리고 있다. 
 
이와관련, 한전은 내년초에 실내체육관과 별관을 신축, 주차공간을 확대할 계획이다. 다만 기존대비 약 255면이 늘어난다해도 주차난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안타까웠다.
 

 

 

 
어렵게 주차를 하고 들어선 한전 본사 1층에는 한전 직원들 외에 일반 시민들도 적지않았다.  '1층에 있는 은행 볼 일을 보기 위해서인가 더위를 피하기 위해서인가'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1층 한켠에 있는 '스마트 도서관'이 눈에 들어왔다.
 
한전 스마트 도서관에 들어가보니 시설관리와 공간활용 등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한전 스마트 도서관은 요즘 시대에 대형 서점과 같이 문화공간으로 꾸며졌다. 책만 읽는 것이 아니라 쉼터와 각자 개인이 필요한 곳으로 활용을 할 수 있게 끔 공간 활용도 우수했다.
 
지인과 함께 이용을 할 때도, 개인이 혼자 이용을 할 때도, 책을 보다 잠시 쉬고 싶을 때와 같이 상황에 따라 즐길 수 있는 공간들이 여유롭게 마련돼 있었다.
 

 

 
특히 요즘 카페에도 혼자서 공부를 하거나 업무를 하는 사람들을 위해 트인 독서실 같은 공간을 꾸린다. 스마트 도서관안에 책이 진열된 끝 창가쪽에는 자유롭게 문화생활을 즐기는 사람들과 분리돼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별도로 마련돼 있다. 1인 1콘센트는 물론이고, 책을 읽지 않아도 공부나 업무를 눈치보지 않고 할 수 있다.
 

 

 
감탄하며 자세히 둘러보니 세미나룸이 눈에 들어왔다. 조용한 공간에 있어도 되는 것인지, 한전 직원들은 회의공간이 사무실에 따로 마련돼 있을텐데 '이곳을 이용하는 시민이 많을까'라는 의구심이 스치는 사이 중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여러명이 사용하러 들어갔다. 스터디그룹을 하는 분위기였다. 그 학생들을 보니 한전 본사에 오기전 둘러보았던 나주의 환경들이 떠올랐다. 
 
사실 이같은 시설은 구청 시청에서 많이 운영을 한다. 그러나 책들은 물론이고 오래됐거나 공간활용에 있어서 효율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앞서 한전 1층에 들어오기 전 영화 포스터를 보며 "이거 잘 안보죠?"라고 물었는데 "아뇨 상당히 보러오시는 분들이 많아요"라고 했던 대화가 생각났다.
 
영화 무료 상영은 많은 곳에서 하고 있어서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나주 혁신도시에서 거주하는 시민이라면 소중한 문화생활의 한 부분일 것 같았다.
 
영화관이 1개 있다고는 하나 영화관까지 이동하지 않고 아파트단지들과 가까운 한전에서 최신영화를 공짜로 쾌적한 환경에서 관람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나주의 생활환경권에서는 메리트가 크다. 
 
그동안 한전의 이슈들이 떠오른다.  공기업들이 정부 기조변화에 따라 국민들을 위한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는 뉴스들을 자주 접한다. 한전은 국민들이 느끼기에 공기업 중에서도 가장 가까운 공기업이다. 다만 다른 공기업들에 비해 국민을 위한 프로그램이나 봉사활동 소식은 상대적으로 많지 않았다.
 
그러나 한전은 알리기 위한 단편적인 봉사가 아니라 '함께 생활하는 공간'을 공유하며, 시민들의 편의와 소소한 행복을 위한 실천을 묵묵히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