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트코 수준으로 수수료 내려라"…한숨 쉬는 카드사들
"코스트코 수준으로 수수료 내려라"…한숨 쉬는 카드사들
  • 김현경
  • 승인 2018.08.22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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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가맹점 압박, 수수료율 인하 '이중고'…"대형가맹 수수료 올리는것 현실적 불가능"

[비즈트리뷴=김현경 기자] 영세·중소가맹점을 중심으로 카드수수료율이 지속 인하되면서 실적 악화일로를 겪고 있는 카드사들이 계약 해지를 빌미로 수수료율 인하를 요구하는 대형가맹점들 눈치까지 봐야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대형가맹점은 매출이 커 이에 따른 수수료 수익도 상당해 카드사들로서는 부담을 안고 갈 수밖에 없는 처지에 몰리고 있다.

 

특히, 밴수수료 체계 개편에 따라 카드사들이 당장 이달 말부터 대형으로 분류되는 거액결제가맹점에 대해 수수료율을 인상할 수 있게 되면서 상황은 한층 복잡해졌다.

 

금융당국으로부터 대형가맹점에 대한 수수료율을 인상하라는 지침이 내려왔지만, 이 가맹점들이 '계약 해지' 카드까지 내밀며 반발할 경우 카드사 입장에서는 수수료를 인상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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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 6월 26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카드사 사장단 간담회에서 '밴수수료 체계 개편'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한 카드사 고위관계자는 "새로운 수수료 체계에 따라야 해서 여신금융협회 차원에서 개별 가맹점들에 전산상으로 수수료율이 인상될 것이라는 공문을 발송했지만, 가맹점들이 수수료율을 인상했으니 더 이상 당신들 카드를 받지 않겠다는 식으로 나와버리면 카드사로서는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최근 업계 이슈인 코스트코와 카드사간 독점계약 입찰경쟁도 대형가맹점과의 계약을 위해 카드사에서 과도하게 수수료율을 인하한 경우로 볼 수 있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연 매출 3조~4조원에 달하는 미국 대형 유통업체 코스트코는 국내에서 18년간 독점계약을 맺어온 삼성카드와 계약을 종료하고 현대카드와 새로 계약을 맺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그동안 삼성카드가 코스트코에게 0.7%의 수수료율을 제공해온 것이 드러난 데 있다. 이는 전체 가맹점 평균수수료율인 2.09%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치다. 금융위원회에서 제시한 거액결제가맹점 평균수수료율 2.04%와 소액결제가맹점 평균수수료율 2.00%에도 미치지 못한다. 일반 대형마트에 제공하는 평균수수료율 1.5%의 절반도 안되는 수치다.

 

코스트코가 일반 대형가맹점과 달리 한 카드사와 독점계약을 맺고 있고, 외국계 업체라는 점 때문에 특수한 경우로 분류되기는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0.7%의 수수료율은 적정 수수료율에 한참 미치지 못한 수치라고 평가한다. 즉, 마케팅비용 등을 빼면 결국 마진이 거의 남지 않는 계약이라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 계약을 체결하려는 이유는 결국 매출이 큰 대형가맹점을 통해 고객유입 효과를 볼 수 있어서다. 현재 코스트코를 이용하는 고객은 1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카드의 코스트코 제휴카드도 30만장 이상 발급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코스트코와 삼성카드의 수수료율 0.7% 계약으로 다른 대형가맹점들이 카드사에 가하는 압박 수위도 높아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반 대형가맹점들이 초대형마트인 코스트코에게 제공하고 있는 0.7% 수준에 맞춰 수수료율을 낮춰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영세가맹점, 일반가맹점은 이미 적자 수준에 들어섰고 중소가맹점도 절반 이상은 손해를 보고 있는 상황인데 그나마 마진이 조금 남는 대형가맹점들마저 코스트코를 예로 들면서 수수료율을 낮춰달라 압박을 하고 있으니 영업하기가 점점 더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카드수수료율 인하 여파로 신한·삼성·현대·KB국민·우리·롯데·하나카드 등 7개 카드사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상반기(1조3249억원)보다 33% 감소한 896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일회성 이익으로 실적이 크게 개선됐던 것을 고려해도 약 10% 하락한 실적이다. 수수료율 인하에 따른 카드사 수익성 악화가 가시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또다른 관계자는 "2007년부터 카드수수료가 계속 인하된 탓에 이미 카드수수료로 이익을 얻는 것은 불가능한 수준"이라며 "밴수수료 정률제가 도입되면서 소액가맹점 수수료율은 낮아지고 거액결제 가맹점 수수료율은 못올리게 돼 사실상 또 한 번 전체 수수료율이 인하된 거나 마찬가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카드업계에선 수수료율 인하에 따른 손실을 모두 카드사가 감당해야 하는 현재의 구조가 계속된다면 몇년 안에 폐업하거나 매각될 곳이 몇 곳은 나올 것이란 관측까지 나온다.

 

카드업계 전문가는 "당국에서는 대형가맹점 카드수수료율을 올리면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고 얘기하는데 사실 무책임한 발언"이라며 "수수료율 인하는 의무화 해놓고, 인상 부분에 대해서는 카드사들이 가맹점들과 잘 협의해보라는 식으로 손을 놓고 있는데 카드사들은 계약이 끊길까봐 전전긍긍하고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형가맹점) 카드수수료율을 인상하기 어려운 현재 구조에서 (중소가맹점) 수수료율만 계속 내려간다면 카드사들도 비용을 절감해야 하기 때문에 결국 카드 혜택 감소나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것"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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