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의 팩자타] 최저임금 8350원, 편의점주 살릴려면?
[기자들의 팩자타] 최저임금 8350원, 편의점주 살릴려면?
  • 전지현
  • 승인 2018.07.16 11: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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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현장에는 언제나 다양한 의견이 존재합니다.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하나의 팩트(사실)을 두고도 엇갈린 해석이 나옵니다. 독자들도 마찬가집니다. 독자들의 다양한 의견은 비즈트리뷴 편집국에도 매일매일 쏟아집니다. 그래서 비즈트리뷴 시니어 기자들이 곰곰이 생각해 보기로 했습니다. '기자들의 팩자타(팩트 자각 타임)'은 뉴스 속의 이해당사자 입장, 그들의 다른 시각, 뉴스 속에서 고민해봐야 할 시사점 등을 전하는 코너입니다.<편집자 주>
 
[비즈트리뷴=전지현 기자] "최저임금 인상과 정부정책 등으로 운영환경이 악화된다면 편의점 점주들은 범법자가 되거나 실업자 및 빈곤층으로 몰락할 수 밖에 없습니다.", "상생지원금이요? 매장당 20~30만원 수준이니 턱없이 낮을 수 밖에요."
 
전국편의점가맹점주협회(전편협)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안 결정을 앞둔 지난 12일에 가진 간담회자리에서 밝힌 내용입니다. 전편협은 이 내용을 앞세워 내년도 최저임금 동결과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화를 요구했고, 이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전국 편의점 동시 휴업 등 단체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죠.

 

하지만 이틀여 뒤 최저임금위 결정으로 2019년도 최저임금은 8350원으로 결정됐습니다. 의결한 최저임금이 8월5일까지 고용노동부 장관 고시로 확정되면 2019년 1월1일부터 효력이 발생합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편의점점주들은 즉각 대응 태세에 돌입했습니다. 인건비 인상을 고려한 월 하루 공동휴업, 내년 1월부터 심야할증과 카드결제 거부 등이 거론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죠. 결국 임금인상에 따른 피해는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편의점 점주들의 주장이 너무 최저임금에만 맞춰져 있는 것은 아쉬운 대목입니다. 최근 협회가 간담회 장소에서 공개한 점주 수익분석표를 놓고 따져 보겠습니다.
 
협회는 전국 편의점점주들이 지난해 최저임금 인상 전 월평균 전체 수익에서 인건비가 41% 차지했지만 올해 48%로 증가했다고 했습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지난해 398만4000원(최저임금 시급 6470원 적용)에서 올해 463만7000원(최저임금 시급 7530원적용)으로 65만원3000을 더 지급하는 것이었는데요.
 
이를 감안해 내년도 최저임금 시급 8350원을 적용할 경우, 편의점 점주는 인건비로 514만2000원을 지급,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1만원 시대' 정책으로 2년새 115만8000원을 더 지불하는 셈이 됐습니다. 점주입장에서는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는 금액이죠.
 
그러나 편의점점주들의 생계문제가 최저임금에만 달렸다고 볼 수 있을까요.
 
◆로열티·공격출점만 낮춰도...최저임금 인상 여파는 '미미한 수준'
 
전국 7만여 편의점점포 중 브랜드 점포는 5만여개가 존재, 편의점주 대다수가 대기업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대기업 브랜드를 사용하는 편의점 가맹점은 통상 매출총이익에서 일정부분을 브랜드사용료조로 본사에 지불하고 있는데 이를 흔히 '로열티'라고 부릅니다.
 
GS25 사례를 놓고 로열티를 살펴 보겠습니다.
 

GS25 홈페이지에는 가맹점이 타입별로 수익추구형(H타입, 순수가맹점), G-타입(순수가맹점), 공공투자형(R타입, 위탁가맹점), 안정추구형(A타입, 위탁가맹점) 등 4개로 구분되고 있었습니다. 점주가 본사에게 지불하는 로열티는 최소 20%(수익추구형)에서 최대 55%(안정추구형)까지 존재하더군요.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4월 발표한 편의점 점포당 매출액은 5077만원으로 이를 기준한 매출총이익은 대략 1300만원에서 1500만원 수준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해 메리츠종금리서치센터가 조사한 2016년 기준을 적용, GS리테일의 순수가맹점(46%)과 위탁가맹점 비중(54%)이 비슷하다는 점을 감안해 GS25 점주의 평균 로열티를 환산해 왔습니다. 
 
매출총이익 1300만원을 거두는 수익추구형 타입 점주는 260만원을, 안정추구형 점주는 715만원을 지불하는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본사측에서 로열티수수료만 낮춘다면, 2년새 부쩍 올라선 시급인상금 115만8000원을 고통금을 점주들과 분담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오는 셈이죠. 때문인지 '본사측에서 로열티를 5%만 축소해도...'란 점주들의 하소연이 들린 이유가 설명되더군요.
 
물론, 본사측은 '우리도 남는 돈이 없다'고 말할 것입니다. 실제 GS리테일 영업이익률은 지난 2016년 3%에 육박(2.94%)했지만 지난해에는 2%에 그쳤습니다. 이 기간, 편의점 본사는 돈을 적게 벌면서도 점주 등에 대한 관리비용인 판매관리비를 2016년 1조1688억원에서 지난해 1조3936억원으로 19.2% 올렸더군요.
 
하지만, GS리테일의 지난해 이익잉여금(유보금)은 1조8017억원으로 전년(1조7575억원)에 비해 442억원이, 2년전(1조5607억원)에 비해선 2410억원 늘었습니다. 버는 돈이 유보금으로 차곡차곡 쌓이는 것이죠.
 
본사측의 공격적인 출점도 점주들의 매출하락을 부추기는 또 다른 원인으로 지적됩니다. 같은 상권내 과다 출점으로 점포당 매출이 하락하기 때문입니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에 따르면 2017년 말 편의점 점포수는 3만6823개로 전년보다 12.9% 늘었고, 올해 6월 말 기준으로는 4만1000개로 추산됩니다. 그러나 지난 2015년 4억5099만원이었던 편의점 점포당 연평균 매출액은 지난 2016년 4억2799만원으로 5.4% 감소했습니다.
 
현재 편의점 출점은 250m의 거리제한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편의점간 거리가 아닌, '동일 브랜드' 사이를 기준으로 하고 있어 분쟁과 매출 경쟁이 늘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카드수수료 대형마트 수준으로, 담배세금 편의점 매출서 제외한다면...
 
'이익창출'을 추구하는 기업에게 공동으로 손해를 감수하라 할 순 없겠죠. 정부 역시 업계가 제기하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편의점업계는 최저임금 인상 외에도 점주 수익 감소에 영향을 미쳤던 주요 요인 중 하나로 높은 카드 수수료율을 꼽고 있습니다. 앞서 정부는 편의점주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카드 중개수수료 산정방식을 정액제가 아닌 정율제로 바꾼다고 발표, 연매출 5억원 이상 편의점에게 카드 수수료율 혜택을 적용함으로써 기존 2.5%에서 2.3%로 조정키로 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대형마트 카드수수료 0.7%에 비해 여전히 높은 수준입니다. 편의점 카드수수료율을 2.3%에서 0.7%까지 낮춘다면, 점주들이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부담을 한층 완와할 것이란 시선이 지배적입니다.
 
편의점 매출 중 45%가 담배 판매라는 점도 업계가 지적하는 부분입니다. 편의점에서 4500원짜리 담배 한 갑을 팔 때 담배 세금를 제외하고 남는 금액은 418원. 이중에서 카드 수수료까지 제외하면 이윤은 더 떨어지기 때문이죠.
 
담배 매출 때문에 전체 매출이 뻥튀기 돼 편의점이 지불해야할 카드 수수료가 높아지는 데다 사실상 편의점주가 과세당국 대신 세금을 걷어주면서 카드 수수료까지 부담하는 셈입니다. 소상공인이 대부분인 편의점주들의 수익성을 위해서라도 매출에서 담배 세금을 제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는 오늘 오후 2시, 최저임금 인상 관련 긴급회의를 통해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요구했습니다. 그 속에는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업종별·지역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것과 ▲가맹수수료 인하 ▲근접 출점 ▲카드수수료 문제 등에 대한 정부 책임을 촉구하며 '을과 을'의 싸움이 되지 않도록 호소가 담겼습니다.
 
편의점 점주들의 생존권 문제로까지 번진 최저임금 인상 여파. 본사와 정부가 점주 고통분담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플랜 가동에 나선다면, 오히려 '소득주의 성장'을 향한 한국 경제 선순환 구조가 완성될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