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11개 사법·사정기관서 동시 조사…전례없는 기록에 '마녀사냥' 우려도
한진, 11개 사법·사정기관서 동시 조사…전례없는 기록에 '마녀사냥' 우려도
  • 이연춘
  • 승인 2018.07.02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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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리뷴=이연춘 기자] 최근 한진그룹은 국내 경제사에서 드문 진귀한 기록을 세우는 중이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달 28일 탈세 및 횡령·배임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소환되며 포토라인에 선 것이 대표적이다. 올해 들어 한진그룹 총수일가가 포토라인에 선 것은 이번이 정확히 10번째다. 

이와 함께 검찰, 공정위, 관세청, 법무부, 국토교통부,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등 총 11개 사법·사정기관이 동시에 한 그룹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것도 전례를 찾을 수 없는 기록이다. 한 기업에 대한 정부의 총력전이 펼쳐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재계 일각에서 한진그룹을 두고 사실상 여론몰이식 ‘마녀사냥’이라고 보는 것도 이같은 기록과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다. 

2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한진그룹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정부기관은 경찰, 검찰, 관세청, 법무부, 국토교통부,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교육부,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농림축산검역본부 등 총 11곳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진그룹은 티는 내지 못하지만 속이 타들어가는 지경이다. 

사업적인 영향도 나타나고 있다. 한진그룹의 계열사 진에어는 현재 면허 취소냐 아니냐는 기로에 놓여 있다. 만약 면허 취소된다면 2000여명의 진에어 직원, 1만여명의 협력업체 직원의 삶의 터전이 사라지게 된다. 

 

아울러 대한항공과 한진칼의 지분의 상당수를 갖고 있는 국민연금도 직접 압박에 나서고 있다. 기업의 일탈 행위에 대한 공개적 우려 표명하며 공개서한을 발송한 것. 국민연금의 이같은 주주권 행사는 한진그룹이 최초다. 

조 회장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도 이런 맥락의 ‘압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미 한진그룹에 대한 수차례 압수수색 및 전방위적 수사가 이뤄졌고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없는 대기업 총수임에도 전례 없이 빠른 속도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이다. 

조 회장 일가와 한진그룹을 바라보는 재계의 반응은 대체로 비슷하다.

한 재계 관계자는 “위축된 기업 투자 환경이 더욱 악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며 “날로 악화되는 반 기업 정서와 이에 기반한 정부의 차가운 시선 속에 한진그룹은 일종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물론 죄가 있으면 그에 합당한 벌을 받아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죄형 법정주의 및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냉정하게 이뤄져야 한다. 여론에 휩쓸린 망신주기식 수사로는 문제의 본질을 해결할 수 없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사람을 살리는 수사를 해야지, 사람을 죽이는 수사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김진태 전 검찰총장의 퇴임사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감정적, 여론을 위한 접근이 아니라 순수한 법리적 검토를 통한 접근만이 이런 우려를 씻을 수 있다는 지적이 힘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