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금융권 채용비리, 수사 끝은 '허망'…윤종규·김정태 회장은 빼고 '기소'
'막장' 금융권 채용비리, 수사 끝은 '허망'…윤종규·김정태 회장은 빼고 '기소'
  • 김현경
  • 승인 2018.06.18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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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봐주기 수사' 지적

[비즈트리뷴=김현경 기자] 검찰이 KB국민·KEB하나·우리·부산·대구·광주은행 등에 대한 채용비리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지난 8개월간 금융권을 휩쓸었던 채용비리 실태가 낱낱이 드러났다. 조사 결과 채용 과정에서 외부 청탁, 성차별 채용, 점수 조작 등이 만연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검찰이 채용비리와 관련해 수사를 받아 오던 함영주 KEB하나은행장과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 성세환 전 BNK부산은행장, 박인규 전 DGB대구은행장은 불구속 기소,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과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불기소하면서 금융권에서도 희비가 엇갈렸다.
 
지난 17일 대검찰청 반부패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최근까지 수사한 결과 12명을 구속기소하고 전·현직 은행장 4명을 포함한 26명을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고 밝혔다.
 
수사 결과에 따르면 금융권 채용비리는 임직원 자녀·외부 청탁, 성차별 채용, 학력 차별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행됐다. 기소 대상 건수도 295건에 달했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지난 2015년 신입행원 채용 과정에서 여성 지원자 112명의 점수를 낮추고 남성 지원자 113명의 점수를 높이는 등 성차별이 만연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부행장 자녀와 이름·생년월일이 같은 한 여성 지원자를 서류전형에서 합격시켰다가 뒤늦게 부행장 자녀가 아들이라는 것과 당시 군 복무 중이라는 사실을 알고 면접에서 탈락시키는 일도 벌어졌다.
 
KEB하나은행은 청탁 대상자의 면접 점수를 조작하거나 감점사유를 삭제했다. 은행장 청탁 대상자에 대해서는 특별 리스트를 작성해 상부에 별도로 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13년과 2016년 신입행원 채용 과정에서 합격권 점수인 특정대 출신 지원자 6명을 탈락시키고 그 자리에 명문대 출신 지원자 6명을 올렸다.
 
외부 청탁에 의한 채용비리도 비일비재했다.
 
우리은행은 2015년 국가정보원 간부의 채용청탁을 받고 대학교를 졸업하지 못해 채용 조건 미달인 이 간부의 자녀를 합격시켰다. DGB대구은행도 은행장이 주요 거래처 자녀에 대한 채용지시를 내리자 대상자를 '보훈 특채'로 합격시켰다. 이 과정에서 채용 대상자에게는 가짜 보훈번호가 부여되기도 했다.
 
BNK부산은행은 2015년 1조4000억원 상당의 경상남도 도금고 유치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당시 경남발전연구원장으로부터 딸 채용청탁을 받자 모든 전형에서 점수를 조작했다.   
 
JB광주은행의 2015년 신입 행원 채용 면접 현장에서는 인사 부문 총괄 임원과 그의 딸이 상봉하는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다. 당시 이 임원은 딸에게 면접 최고점수를 줬고 딸은 최종 합격했다.
 
이번 검찰 수사 결과에서는 CEO 구속 여부에 따라 금융권 희비가 엇갈렸다. 함영주 하나은행장과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 성세환 전 부산은행장, 박인규 전 대구은행장은 불구속 기소, 윤종규 KB금융 회장과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불기소됐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직 CEO가 기소되면 앞으로 회사 이미지가 하락하는 것은 물론이고, 회사를 경영하는데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그런 점에서 현재 하나은행은 매우 암울한 상황"이라면서 "김정태 회장과 윤종규 회장이 불기소되면서 한숨 돌렸다고는 하지만, 웬만한 은행들은 모두 연루된 상황이니 업계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채용비리가 자행된 금융회사의 책임자인 윤종규 회장과 김정태 회장이 불기소된 것을 두고 검찰의 봐주기 수사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이 두 회장은 채용비리에 직접 연루된 의혹도 받고 있었다.
 
김 회장의 경우 지난 2013년 채용 과정에서 직접 추천했던 지원자가 서류전형 단계부터 최종합격으로 분류된 것을 두고 채용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윤 회장은 누나의 손녀를 채용하기 위해 국민은행 채용 과정에서 손녀의 면접 점수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었다.
 
허권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윤종규 회장과 김정태 회장의 범죄 정황이 너무나도 명백한데도 무혐의 처리했다는 것은 검찰의 수사가 철저하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최종 책임자들을 그대로 두고 꼬리 자르기에 면죄부를 준 검찰의 부실 수사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