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오히려 소비자 선택권 박탈하는 '스탁론 규제'
[기자수첩] 오히려 소비자 선택권 박탈하는 '스탁론 규제'
  • 김한주
  • 승인 2018.06.14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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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리뷴=김한주 기자] 규제는 정책목표의 실현 수단으로 국민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강제적인 방식이다. 따라서 규제가 만들어진 이후에는 애초 정책목표에 적합하게 작동하는지 끊임없이 관리해야 한다. 이는 권리를 제한하고 의무를 부과하는 규제방식을 강요한 당국의 당연한 의무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저축은행 등이 취급하고 있는 스탁론(증권계좌 담보대출) 상품의 수수료 체계를 변경을 추진하자 업계는 오히려 소비자 부담이 커진다며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지난 4일 저축은행들에 공문을 보내 오는 7월부터 스탁론을 취급할 때 대출자에게 위험관리시스템(RMS) 수수료를 따로 받는 것을 금지한다고 안내했다.

 

스탁론은 고객이 주식을 담보로 저축은행이나 캐피털사 등에서 받는 대출이다. 그동안 고객은 연 2~4%의 대출금리와 별도로 2%의 위험관리시스템 수수료를 부담해왔다.
 
그런데 금감원이 저축은행의 대출금리가 지나치게 높다면서 고금리를 낮추기 위한 작업의 일환으로 스탁론 거래에서 부담하는 위험관리시스템 수수료 폐지를 결정한 것이다.

 

당국은 위험관리시스템 수수료를 광고비와 대출모집인 수수료 명목으로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것으로 보고 그만큼 대출금리를 낮출 수 있는 여력이 있다고 판단하면서 이를 폐지한 것으로 보인다.

 

당국은 위험관리시스템사의 서비스가 채권확보를 위한 담보위험관리 등 금융회사를 위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 수수료를 고객에게 전가하고 있으며, 돈을 빌리는 소비자의 증권계좌 투자위험 관리와 무관한 금융회사의 손실보전, 고객모집비용 등도 위험관리시스템 수수료에서 부담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또 위험관리시스템 수수료의 별도 부담으로 인해 스탁론 금리가 증권사 신용융자 등 경쟁상품 금리보다 낮다고 오인하는 ‘금리착시’ 현상을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오히려 소비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당장은 부담이 없어 보이지만 오래 사용할수록 소비자의 부담이 가중되기 때문에 고객 부담을 줄여준다는 취지와도 맞지 않다는 입장이다.

 

현재는 최초 1회에 한해 이용료를 부담하면 사실상 최장 5년을 수수료 없이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래 쓸수록 오히려 소비자에게 더 불리한 구조로 바뀌기 때문이다.

 

업계는 특히, 위험관리시스템 수수료는 이자와 달리 특허기술을 기반으로 한 시스템 용역과 담보관리 수행을 위한 대손비용 등의 ‘이용료’ 재원으로 분류돼야 한다면서 금감원 생각처럼 채권확보를 위한 담보위험관리 등의 자본조달 비용 성격이 아니라 반박하고 있다.

 

또 영업지역이 제한돼 있는 저축은행은 스탁론 업체를 통해 온라인으로 전국적인 영업이 가능한 상황인데, 위험관리시스템 수수료 폐지로 위험관리시스템 업체가 고사하면 건전자산인 스탁론 대출이 위축되면서 전체적인 자산운용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업계는 당국이 업계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밀어붙이기식 결정을 내리면서 여러 부작용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업계의 현실을 무시하고 무조건 초기 수수료 없이 금리를 높여 받으라는 규제가 오히려 고객의 선택권을 박탈하는 것이라는 업계의 주장을 고려해 수수료 폐지 결정을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위험관리시스템 이용료에 대해선 현재와 같이 이용료를 받는 상품과 이용료 없이 대출 금리를 높여 받는 상품을 둘 다 취급해 고객이 합리적 선택을 하도록 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고려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