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는 재산?…대법원-정부 엇박자에 업계는 '답답'
암호화폐는 재산?…대법원-정부 엇박자에 업계는 '답답'
  • 김현경
  • 승인 2018.06.01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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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발전하려면 규제 가이드라인 마련 선행돼야"

[비즈트리뷴=김현경 기자] "도대체 어느 장단에 맞추라는 건지. 냉탕과 온탕을 왔다갔다하는 기분입니다."
 
한 암호화폐 업계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암호화폐의 재산 인정 여부를 둘러싸고 대법원과 정부간 입장차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명확한 가이드라인 마련도 없이 사법기관과 행정기관이 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는 것을 두고 시장 혼란만 가중될 뿐이라며 암호화폐 시장 발전 동력 상실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대법원 3부는 불법음란물사이트를 운영하며 19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지난해 5월 구속 기소된 안모(34) 씨에 대해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범죄수익으로 얻은 암호화폐 비트코인을 몰수하는 판결을 내렸다. 안 씨가 사이트 이용료로 받은 비트코인은 구속 당시 가치로 5억여원에 달했다.
 
암호화폐 몰수 판결을 두고 업계와 투자자들은 대법원에서 암호화폐의 재산적 가치를 인정했다며 반색을 표했다. 이번 판결을 바탕으로 암호화폐 제도화 논의까지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내비쳤다.
 

 

하지만 바로 다음날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암호화폐는 금융자산이 아니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지난달 31일 최 위원장은 서울 강남구 디캠프에서 열린 은행권 청년창업재단 출범 6주년 행사에서 전날 대법원의 암호화폐 몰수 판결에 대해 "재산적 가치가 있다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지만, (암호화폐를) 금융상품으로 볼 것인지 금융 규제 대상으로 삼을 것인지는 별개의 문제"라며 "암호화폐에 대해 자산으로 인정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암호화폐 제도권 편입에 대한 기존의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하겠다는 것.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건전한 시장 조성에 앞장서야 할 당국에서 오히려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는 등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어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실제 그동안 암호화폐 시세는 당국 관계자들의 발언에 따라 최대 50%까지 급락과 급등을 반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 암호화폐 업계 고위관계자는 "지금 법원이랑 법무부, 금융위가 계속 엇박자인데 도대체 어느 장단에 춤을 추라는 건지 전혀 모르겠다"며 "이런 불확실성은 암호화폐 업체도 그렇지만 정말 투자자들이나 시장을 바라보는 참여자들한테 몹쓸 짓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별 타격도 없다"며 "그래도 이번 대법원 판결로 어느 정도 기대감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아니나 다를까 당국에서 또 찬물을 끼얹었다"고 한숨을 쉬었다.
 
업계는 암호화폐를 어느 정도까지 인정하고 규제할 것인지 정부 차원의 명확한 가이드라인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암호화폐 거래소 고위관계자는 "정부에서 규제 기조를 계속 이어갈 입장이라면 그에 따른 가이드라인만이라도 우선적으로 마련해줘야 한다"며 "시장이 발전하려면 지금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