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전자 지분 1.1조원 매각…최종구 압박에 대한 화답?
삼성생명, 전자 지분 1.1조원 매각…최종구 압박에 대한 화답?
  • 김현경
  • 승인 2018.05.30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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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리뷴=김현경 기자]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중인 삼성전자 지분 일부를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한다고 밝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금융당국의 거센 압박에 화답하는 차원에서 내린 결정이란 분석이 제기된 가운데 이번 삼성전자 지분 매각이 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30일 이사회를 열고 삼성전자 지분 1조4000억원(0.42%) 가량을 매각하기로 결의했다. 삼성생명이 처분하는 삼성전자 주식은 2298만3552주(0.38%)다. 처분금액은 1조1790억원으로 자기자본의 3.79%에 해당하는 규모다. 삼성화재의 경우 삼성전자 주식 총 401만6648주(0.07%)를 매각한다. 처분금액은 2060억4000만원으로 자기자본의 1.72%에 해당한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삼성전자 주식 매각은 삼성전자의 자사주 소각 방침에 따라 보유지분을 10% 이하로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에 따라 대기업 계열 금융회사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비금융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지분을 10% 이상 보유하지 못한다.

 
현재 삼성전자에 대한 삼성생명(8.23%)과 삼성화재(1.44%)의 지분율은 총 9.67%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계획대로 올해 안에 보유중인 자사주를 전량 소각할 경우 각각 지분율은 8.9%, 1.55%로 상승해 합계 지분율이 10%를 초과하게 된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초과분에 해당하는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하기로 한 것.
 
이날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금융산업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위반 리스크를 사전에 해소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두고 금융당국으로부터 계속된 압박을 받아온 삼성금융계열사들이 이에 따른 리스크와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매각을 진행했다는 관측을 내놨다.
 
지난 10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대한상공회의소 회관에서 10대 그룹 전문경영인과 만나 삼성그룹의 소유지배 구조에 대해 지적하며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간의 지분 구조를 해결하라고 압박했다.
 
지난달 20일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금융회사의 대기업 계열사 주식소유 문제와 관련해 법률이 개정될 때까지 해당 금융사가 아무런 개선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국민의 기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당시 최 위원장의 이같은 발언을 두고 사실상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한 삼성생명을 겨냥한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금융당국의 요구에 삼성이 화답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이번 매각이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이 될 것이란 시각도 나온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은 그룹 지배구조의 가장 핵심이 되는 고리였는데, 이를 매각한다는 것은 결국 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며 "지금 그룹 자체가 여러모로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인 만큼 삼성에서 당국을 만족시킬만한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놓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현재 금산법과 금융그룹통합감독에 대비해서 문제를 사전에 해소하기 위해 매각을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오는 31일 장 시작 전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삼성전자 지분을 처분한다.
 
매각주관사는 글로벌IB 골드만삭스와 JP모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