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트리뷴] 롯데쇼핑 강희태, '승부사+겸손+소통' 3박자 갖춘 CEO
[핫트리뷴] 롯데쇼핑 강희태, '승부사+겸손+소통' 3박자 갖춘 CEO
  • 전지현
  • 승인 2018.05.18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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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리뷴=전지현 기자] "한번 결정하면 의사결정이 빠르고 지시가 명확하다. 결과물이 뚜렷할 수 밖에 없다. 뭐하나 빠지는게 없다."
 

강희태(사장·59) 롯데쇼핑 대표를 오랫동안 봤던 한 내부인사의 증언이다.

 

강 사장은 취임 1년을 맞은 지난 15일 언론 앞에서 공식 데뷔전을 했다. 3조원 규모 거액을 투자하는 롯데 e커머스사업본부 전략 및 비전 소개하는 자리였다. 그는 강단있는 목소리로 직접 30여분간의 프리젠테이션을 이끌었다. 이어진 기자들의 총 27개 질문과 40분 질의응답에 똑부러진 답을 내놓으며 'A+급' 평가를 받았다. 

 
◆초고속 승진의 수장, 별명은 '정통 롯데맨'·'중국통'
 
1959년 서울에서 태어난 강 사장은 경희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뒤 1987년 롯데쇼핑에 입사한 '정통 롯데맨'이다. 이후 2007년 롯데백화점 잠실점장과 소공점(본점)장을, 2011년 롯데백화점 상품본부장을 거쳐 2014년부터 롯데백화점 중국사업부문장을 지냈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3월, 강 사장을 핵심사업인 백화점 수장으로 전진배치했다. 당시 그를 꾸민 수식어는 '중국통'. 강 사장이 2014년 8월 중국 베이징으로 건너가 롯데쇼핑 대표로 선임되기 전까지 롯데백화점 중국사업부문장을 3년간 이끌었기 때문이다.
 
강 사장은 중국 현장 경험을 두루 거쳐 시장 이해도가 높다는 점에서 롯데쇼핑내 중국사업에 대한 참여와 의사를 표하는 핵심인물로도 꼽힌다. 강 대표는 차이나사업부문장 시절, 중국 시장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는가 하면, 지난해 12월 이원준 롯데지주 유통부분 BU장(부회장)과 함께 문재인 대통령 중국 경제사절단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보다 2년여 앞선 2015년에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함께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에게 중국사업 전체에 대한 것을 직접 보고한 인물이다.
 
회사 내부에서는 강 사장의 지난해 백화점 대표 인사 소식에 술렁임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룹 핵심 계열사인 롯데백화점 대표에 부사장급이 임명된 전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강 사장은 비슷한 연배의 롯데백화점 동기 가운데서도 가장 먼저 수장 자리에 올랐다.
 
롯데쇼핑 한 관계자는 "내부에서는 강 사장이 대표에 자리할 것을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며 "수많은 선배들을 제치고 파격적인 인사로 수장에 자리한 것이었지만, 실적뿐만이 아닌 다른 성과 때문이란 데 모두 동의하는 분위기였다"고 술회했다.
 
◆허례허식 없는 '강온(强溫)의 승부사'
 
"실패를 두러워말라, 실패하려면 빠르게 실패하라. 나이든 사람보단 젊은 친구들이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에 능하고 새로운 시도도 가능하다."
 
강사장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실제 롯데백화점 내부 직원들은 강 사장에 대해 모두 '명석한 두뇌'를 꼽았다. 명석한 두뇌를 바탕으로 강한 추진력을 발휘하지만 허례허식이 없고 합리성을 추구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때문에 사내에서 신망도 두텁다. 
 
일례로 강 사장이 백화점 지휘봉을 맡은 직후 롯데백화점 내에 사장 직속 펫비즈니스, 멀티채널네트워크(MCN) 등 3~4명으로 구성된 다양한 셀(Cell) 프로젝트 조직이 신설됐다.

 

셀 프로젝트는 지난해 백화점 경기가 어두워 큰 프로젝트 시도가 불가능하다는 점에 착안해 작은 팀으로부터 성과를 내자는 시도에서 기획됐다. 

 

눈에 띄는 것은 사장 직속이란 파격적인 핫라인에 더해 대리급 및 과장급 팀장도 탄생됐다는 점이다. 롯데백화점이 SNS를 활용한 마케팅 조직 MCN팀은 5년차 대리급이, 펫비즈니스는 과장급 직원이 팀장을 맡았다. 

 

MCN팀은 SNS에 익숙한 젊은 고객과 소통하기 위해 신설됐고, 펫비즈니스는 신입사원들의 프리젠테이션에서 나온 아이디어를 실제 프로젝트팀으로 만든 유례없던 조직이었다. 

 
나이든 임원들은 젊은 층 감각과 생각을 따라갈 수 없다는 강 사장 생각 때문이었다. 강 사장은 사내 공모를 통해 직급을 막론하고 능력을 통해 팀장을 발탁했고, 이후엔 유관부서의 전폭적인 지원을 요구했다고 한다.
 
두번째 사례는 지난 15일 진행된 '데뷔전'에서 엿볼 수 있다. 강 사장은 통상 실무자가 신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수장들은 질의 응답만 받는 관례를 벗어던졌다. 프리젠테이션을 위해 전날 늦은 시각까지 직접 최종점검과 결정을 마친 후에야 다음날 단상에 올랐다는 후문이다.
 
아울러 강 사장의 합리적이고 실용성을 추구하는 경영스타일은 결제 라인에서도 드러난다. 강 사장은 "보고는 임원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팀장도 할 수 있다. 업무에 한해 긴급을 요하는 것은 서류보다 문자나 카톡으로 보고하라"고 서스럼 없이 주문한다고 한다. 특히, 강 사장은 실시간으로 의사소통을 하곤 하는데 이 대상에는 막내 사원까지 포함된다.
 
롯데쇼핑 한 관계자는 "내부직원들의 의견을 많이 청취하고 권위적이지 않으며 다양한 채널을 통해 소통을 많이 한다"며 "잠실점장, 본점장, 영남지역장 중국 등을 두루 거쳐 많은 직원들과 인맥이 열려 있다. 막내 사원까지 문자나 카톡을 할 정도로 열린 소통을 추구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요가하는 우리 사장님~, 2018년은 '강희태 색깔' 원년
 
'겸손'. 강 사장을 꾸미는 또 다른 수식어다. 강 사장은 지난 15일 진행된 간담회장에서도 '중국통'이란 별명이 있다는 말에 "중국에서 보낸 시간은 3년 정도밖에 안된다"며 중국통이란 수식어에 부담스러워 했다. 그러면서도 "중국 현장 경험을 두루 갖춰 시장 이해도가 높다는 점에서 롯데쇼핑내 중국사업에 대한 참여와 의사를 적극하는 위치"라고 말했다.
 
게다가 강 사장은 그간 지휘봉을 맡은 이후 전임자들의 성과를 간과하지 않고 이어가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강 사장은 여성상품 부문장, 본점장, 백화점 대표까지 이원준 부회장이 밟았던 전처를 3곳이나 이어받았다.
 
내부 한 관계자는 "강 사장은 '전임자 성과를 없앴다면 지금의 성과가 없었을 것'이라며 손실이 나더라도 전임자들이 진행하던 프로젝트를 줄이거나 무시하지 않고 이어간다"며 "선배들에 대한 최대한의 예우를 지키려는 섬세함과 배려심이 묻어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강 사장은 백화점 사업에서 매출 비중이 가장 높아 요직으로 꼽히는 여성복분야를 두루 거쳐 '여성상품 전문가'로도 꼽힌다. 이 때문인지 강사장은 꼼꼼하고 섬세하며 부끄러움과 쑥쓰러움이 많은 의외성도 갖고 있다고 한다.
 
헬스와 근력운동을 매일 거르지 않고 최근엔 요가도 시작했다. '웃을 수 있는 조직과 유연한 생각이 필요하다는 마인드 때문에 자기 관리가 철저하다는 후문이다. 강 사장은 슬하에 딸이 한명 있다.
 
지난해 강 사장은 매서운 신고식을 치뤘다. 경영 첫해였던 백화점 영업이익은 3960억원으로 35.6% 줄었고, 매출은 3조2040억원에 그치며 전년대비 무려 60.1%나 고꾸라졌다.
 
하지만, 이는 '사드 후폭풍'에 따른 영향으로 강 사장 색깔이 담긴 본격적인 성과는 올해부터 실현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미 첫 출발이 좋다. 롯데백화점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5.6% 오른 1433억원,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3.2% 증가한 8218억원을 기록했다.
 
다음은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사장)의 프로필이다.
 
▲1959년생(59세) ▲경희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졸업 ▲1987년 롯데쇼핑 입사 ▲2007년 롯데백화점 잠실점장 ▲2008년 롯데백화점 소공점(본점)장 ▲2010년 롯데백화점 영남지역장 ▲2011년 롯데백화점 상품본부 본부장 ▲2014년 롯데백화점 차이나사업부문 부문장(부사장) ▲2017년 롯데백화점 대표(부사장) ▲2018년 롯데쇼핑 대표(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