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길청 칼럼]암호화폐와 인플레이션
[엄길청 칼럼]암호화폐와 인플레이션
  • 승인 2018.05.17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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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이라는 암호화폐는 블록체인이라는 디지털기술에 의해 설계되었지만, 그가 활동할 수 있는 글로벌한 금융통화 환경은 사상 초유의 디플레이션이었다. 특히 주식, 채권, 부동산 등 자산가격이 하락하고, 나아가 원유, 금 등의 실물가격들이 폭락하는 상황이 나타는 와중에 비트코인은 서서히 가격을 만들어 나가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이 천문학적인 양적완화 정책으로 달러의 유동성이 넘쳐나게 되자 글로벌 통화시장은 맨붕에 가까운 안전통화 공백기를 거쳐야 했다, 평소에 자국의 안전통화를 가지고 늘 풍부한 유동성을 관리해 오던 일본과 스위스가 이런 충격파 속에서 가장 발 빠르게 가상의 디지털 발명품인 비트코인의 실거래에 거래를 받아들인 것도 이들 국가가 만난 이런 상황이 빚은 혼돈의 연장선상들이다.

또한 이 시기에  위안화의 새로운 기축통화 꿈을 가지고 국제통화 질서에 개입하여 영향력을 키우려 했고, 나아가 새로운 국제금융기구로 아시아간접투자은행(AIIB) 설립을 주도하기까지 했던 중국이 누구보다 강력한 비트코인 거래와 발굴을 규제를 하고 나선 것은 또 다른 의미의 혼돈의 연장선상이다.

화폐는 그것이 무엇이든 인플레이션을 스스로 이기지 못한다. 그래서 법정통화들은 인플레이션이 등장하면 기준금리를 올려서 자국의 화폐가치를 방어하게 된다. 지금 미국이 금리를 조금씩 올리고 있는 국면은 바로 조심스럽게 등장하는 인플레 기대심리에 대한 선제대응으로 볼 수 있다.

그러면 만일 지구상에서 인플레이션이 다시 더 본격화되면 과연 암호화폐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게 될까. 아직 그들은 이 세상에 나온 이후 인플레이션을 한 번도 겪지 못한 유사성 암호화폐들이다. 만일 그 시기가 온다면 아마도 암호화폐들은 상당한 혼란과 엄청난 충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짐작이 된다.

지금 글로벌 시장에서 원유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수급이나 경기로 부터의 구조적으로 오르는 것 이외에 중동의 국제정세의 여파도 가세하여 2018년 5월에 브랜트유가 배럴당 80달러를 목전에 두고 있고, 두바이유, WTI 모두 70달러를 넘긴 강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만일 이들이 모두 구조적으로 또 장기적으로 80달러를 넘기면 사실상 경제는 인플레이션의 초기상황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구리가격이 톤당 7,000달러 위로 차고 올라가면 생산자물가는 전반적으로 오르게 되어 인플레이션의 기반이 된다. 지금 구리는 6800달러선이다.

그러나 대체로 금은 이런 시기에 약세를 보이게 된다. 미국 달러가 금리인상을 하게 되면 실물화폐라 할 수 있는 금은 금리기능이 없어 상대적으로 약한 시세가 형성된다. 또한 경기가 살아나면서 금리가 오르면 자금은 기업으로 향하게 되어 주식은 가치가 살아나지만 금은 상대적으로 약하게 된다.

 바로 이런 현상이 나타나면서 인플레이션이 회자되면 그 속에서 암호화폐가 크게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암호화폐는 디지털상의 설계물이기 때문에 그들이 스스로 내재가치나 금리기능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자기 가격을 할인해야 하고 그러면 가격은 크게 무너질 수 있다.

만일 이런 시기가 온다면 비트코인 이외의 이른바 알트코인들은 더 상대적으로 타격이 클 수 있다. 이런 것을 블루칩 현상이라고 하는데 어떤 상품들이 전반적인 약세가 되면 가장 우량하고 대표적인 상품으로 쏠려 방어하려고 해 그 이외의 것들은 대표적인 상품과 격차가 크게 벌어지게 된다.

사실 대부분의 나라는 지금 인플레이션을 모두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고용과 내수소비가 살아나려면 일정한 수준의 인플레이션은 경기회복을 의미한다. 그러니까 사실 암호화폐들은 글로벌경기가 더 확산되고 더 살아나면 그 자체가 암호화폐 시세형성에 부담요소인 것을 잘 알아야 한다. 

암호화폐가 이런 위기를 넘기려면 스스로 내가가치의 이론적 근거를 제시하거나, 여러 가지 실물거래와 연계하여 사용됨으로써 실효적인 대위가격을 통계적으로 만들어 내어야 한다. 만일 지금의 인플레이션의 속도가 빠르다면 그러한 대비가 물리적으로 어려 울 수도 있다. 그래서 비트코인 기준으로 9,000달러의 지지여부를  예의주시할 때이다.
 
[엄길청/global analyst & futur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