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길청 칼럼]속도혁신이 만들어 내는 것들
[엄길청 칼럼]속도혁신이 만들어 내는 것들
  • 승인 2018.05.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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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리뷴]사람들은 곧잘  자신에게 물질이나 마음의 여유가 쌓이면 점점 느리게 살려고 희망하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사람이 남겨 놓는 지식은 언제나 그 스스로 쌓이면 쌓일수록 점점 빠르게 세상을 혁신하려고 한다. 드디어 이젠 그 지식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속도로 그동안의 지식을 만들어 준 사람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으려 한다. 결국 사람은 이제 사물들의 생산 작업에서도 물류 작업에서도 디자인 작업에서도 이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게 되고 서서히 배제되고 있다.
 
 

 

 

괴짜라고 부르는 두 명의 미래기업가가 있다. 스페이스 X의 일론 머스크와 버진 그룹의 리처드 브랜슨 회장이 그들이다. 그들은 현재 새로운 차원의 속도에 몰입하고 있다. 특히 그들의 생각은 초고속철도에서 열정적으로 만나서  머스크회장이 투자한 하이퍼루프원 이란 초고속철도개발 회사를 2017년에 브랜슨회장이 인수해 현재 그야말로 초고속으로 사업을 진행 중이다. 브랜슨회장은 2018년에 두바이에 DP월드라는 철도건설회사를 세우고 아부다비와 두바이 사이에 사막을 가로지르는 초고속 철도를 놓으려 하고 있다. 우선 화물을 먼저 이동시키게 될 이 열차는 시속이 1,000킬로미터에서 1,200킬로미터로서 샌프란시스코와 LA를 30여분에 주파하고, 서울에서 부산은 15분여면 도착한다.

 
일찍이 왕실이나 귀족들이 성이나 궁전에 모여 사는 이유는 안전하고 완전한 원 스톱 서비스의 삶을 살기 위함이었다. 대체로 그들의 삶은 20-30분정도의 동선 안에서 필요한 모든 것이 놓여있는 그런 삶을 살려고 한 것이다. 그러는 동안 성 밖의 사람들은 점점 성안의 부자가 필요로 하는 농노의 신분에 묶이게 되어 결국 자유도 잃고 재산도 없는 처지가 되었다. 그나마 성 밖에서 소상공인으로 도전적인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 오늘의 자유시장 경제를 우리에게 전하고 있다.
 
부유하고 권력을 가질수록 그들은 세상이 그들 곁으로 오길 원하지, 그들 스스로 필요한 것을 찾아 나서지 않는다. 콜럼버스가 인도를 찾아 나선 이후 새로운 혁신적 사고의 대상은 또 다른 대륙이 아니라 대륙 간의 이동속도가 혁신의 대상으로 변하게 되어 항구나 공항을 가진 대도시의 등장과 도시부자의 양산이 오래 동안 초래되었다. 이처럼 속도혁신은 언제나 인간의 꿈의 연구대상이었지만, 그 혁신의 결과는 항상 부의 집중을 가속화시켰다. 오늘날 정보처리 속도의 혁신을 주도하는 반도체와 인터넷의 놀라운 성장발전은 삼성전자나 FANG이라는 거대한 부자기업을 만들어냈지만, 이용자의 삶은 점점 더 늘어나는 정보생활 비용에 치이고 있다.
 
일본은 국민들을 대상으로 서로 다른 속도의 정책을 사용했었다. 긴 국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속철도를 놓아 전국토의 남북간 이동속도는 크게 줄였지만, 도쿄 같은 대도시에서는 도시외곽을 넓게 확장하여 그 외곽으로 서민들의 주택을 중점으로 배치하고 보니 그들의 경제적 처지가 일생동안 지불하는 도심으로의 이동비용 때문에 여전히 서민의 살림을 벗어나지 못한 연구결과를 초래했다.
이 정책은 우리나라도 지금 유사한 결과를 만들어 내어 서울을 규제한 대가로 커진 수도권의 크고 작은 주거지 거주자들은 도심으로의 이동시간과 비용을 많이 지불해야했다. 게다가 이제 이 속도를 줄이고자 외곽과 도심의 고속철도를 놓으려 하니 다시 도심 부동산가격이 치솟는 부의 쏠림현상이 등장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 지역 간 이동속도와 함께 인간의 작업의 속도가 혁신의 대상으로 등장하고 있다. 지금 일본의 로봇선두업체인 가와다공업이 만든  휴머노이드 로봇인 넥스테이지(nextage)는 양팔을 가지고 산업현장에서 생산과 물류를 담당해내고 있으며, 2018년 현재 로봇경제인간은 이미 산업현장에서 300만대 가량이 가동 중에 있다. 이제 여기에 인공지능이 결합되어 로봇이 사람을 돌보는 지혜와 감성의 서비스작업의 세계도 빠르게 찾아오고 있다. 그런데 이 작업의 속도는 결국 산업현장에서 사람을 내보내고 지능기계를 쓰거나 플랫폼 시스템을 사용하게 되면서 점점 근로자는 작업에서 배제되지만 기업투자자의 이득은 더욱 커지는 현상을 빚어내게 된다.
 
빠른 속도는 시간이 돈이 되는 사람에겐 복음 같은 일이지만, 시간을 보내기 위해 자연탐사를 떠나는 사람에겐 그가 없는 도심의 가치를 더욱 높여놓게 된다.
 
그래서 어느 경우라도 항상 속도의 혁신이 일으키는 본질을 잘 이해하고 통찰해야 한다. 가령 어느 치료제의 치료효과가 빠르다면 그 약을 개발한 제약회사는 더 빠르게 돈을 번다. 어느 수송기계의 속도가 더 빨라진다면 이용자는 더 많은 돈을 내야 하지만, 그 기업은 더 많은 돈을 번다. 결국 더 빨라지는 미래사회로 가면서 외부적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속도혁신의 이용자로만 산다면 엄청난 손실을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힐링으로 자신을 돌보아야하는 시대는 기계적인 일상으로 작업장이나 매장에서 일생을 보내는 시절에는 아주 필요한 일이지만, 갈수록 할 일이 줄어드는 오늘의 혁신의 시대에서는 점점 부와 멀어지는 길임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 선택의 결과는 오롯이 본인의 몫이다. 
 
마찬가지로 우리 주변에 인간사회의 속도를 혁신하는 기업들이 있다면 그 성공가능성을 잘 따져보면서 그 속도의 결실이 그 기업의 이득으로 가고 있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래서 그동안 침체의 늪에 빠진 조선업계가 점점 육상의 수송속도 혁신을 따라가기 위해 배의 크기보다 이제는 획기적으로 이동속도가 빠른 배를 만들 때가 되어간다고 보는데 어디 그런  조선소가 없는지 세심히 살펴볼 일이다.
 
엄길청 global analyst & futur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