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로 나선 대한항공 직원들…"조양호 일가 퇴진하라"
거리로 나선 대한항공 직원들…"조양호 일가 퇴진하라"
  • 백승원
  • 승인 2018.05.04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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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리뷴=백승원 기자] 대한항공 직원들은 4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의 퇴진을 촉구하며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대한항공 직원연대는 이날 오후 7시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옆 계단에서 '조양호 일가 및 경영진 퇴진 갑질 스톱(STOP) 촛불집회'를 개최했다.
 
집회 시작을 30분여분 남겨둔 시간 '가이 포크스 가면'을 쓴 남녀 2명을 시작으로 1분이 채 안 돼 가면 쓴 참가자는 5명에서 100여명 인원으로 단숨에 늘어났다. 가면을 쓴 참가자들이 도착해 착석할 때 마다 시민들과 참가자들은 박수를 치며 환영했다.
 

 

 

집회 참가자들 다수는 혹시 모를 불이익에 대비해 가면을 비롯해 마스크, 선글라스 등으로 얼굴을 가리고 참가했다.
 
객실 승무원이라고 밝힌 A씨는 나이와 이름을 모두 밝히기 꺼려했다. 그는 "회사에 불만을 제기하면 불이익을 주는게 대한항공"이라며 "신원을 밝히기 어렵다"고 얘기했다. A씨는 이어 "이번 사건으로 직원들도 참담한 심정"이라며 "반드시 조씨 일가가 물러나고 전문경영인이 와야 대한항공이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집회는 대한항공 직원 등 약 2000명이 참여하는 카카오톡 익명 오픈채팅방을 통해 추진됐다.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벼락 갑질'을 도화선으로 명품 밀반입 의혹 등 각종 갑질 및 불법 의혹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서 한진그룹 총수 일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참가자들은 '물러나라 조씨일가, 지켜낸다 대한항공', '갑질 세트 조현아 조현민을 추방하라', '갑질폭행 이명희를 구속하라', '갑질 원조 조양호는 퇴진하라' 등 구호를 함께 외쳤다.
 
이날 집회의 사회를 맡은 '땅콩 회항 사건' 피해자 박창진 전 대한항공 사무장(현 팀원급)은 "이 자리에 온 분들은 아마도 모두 같은 마음으로 오셨을 것"이라며 "인간으로서 사랑받을 권리가 있지만 현실이 그렇지 못해서 이 자리에 나왔다"고 밝혔다.
 
17년 전 노동조합 설립을 시도하다가 해고당했다고 밝힌 전직 대한한공 직원은 "당시 노조를 만들어 조양호 총수 일가를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했다면 최근의 일들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때 당시 제대로 못한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집회를 계기로 대한항공을 새롭게 바꿀 수 있겠다는 희망찬 마음 가지게 됐다"며 "조양호 일가는 빨리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모두 발언이 이어질수록 집회 분위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한명, 한명 마스크를 벗는 모습도 보였고 일부 참가자들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이날 집회에는 직원들뿐 아니라 일반시민들도 힘을 보태기 위해 함께 구호를 외쳤다. 
 
취업준비생이라고 밝힌 김두하(26)씨는 "이번 문제는 대한항공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의 문제라고 생각해 참석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