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메기 효과' 외친 금융당국…규제 완화가 먼저다
[기자수첩] '메기 효과' 외친 금융당국…규제 완화가 먼저다
  • 김현경
  • 승인 2018.05.04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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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리뷴=김현경 기자] 금융당국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은행·보험·증권 등 업종별 진입장벽을 낮추고, 인터넷전문은행을 추가 허가하는 내용을 담은 '금융업 진입규제 개편 방안'을 2일 발표했다.

 

금융당국에서 인터넷은행 출범에 적극적인 이유는, 새로운 인터넷은행의 등장이 산업 내 경쟁을 촉진시켜 서비스 질 향상 등의 '메기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정작 시장 활성화를 막고 있는 은산분리 규제는 해결될 기미가 안 보이기 때문이다. 은산분리 규제에 막혀 당장 투자금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존 인터넷은행들의 상황을 봤을 때, 인터넷은행 추가 인가가 무슨 소용이냐는 볼멘소리까지 나온다.

 

즉, 산업자본과 은행자본을 엄격하게 분리해 놓은 '은산분리 규제'로 인해 새로운 인터넷은행이 출범한다고 해도 그 역할을 다할 수 없는 환경이라는 것. 현행 은행법은 대기업이 은행을 사금고로 만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산업자본이 보유할 수 있는 은행 지분을 최대 10%로, 의결권이 있는 지분은 최대 4%로 제한하고 있다. 

 

인터넷은행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자본금 확보가 용이해야 하지만, 은산분리 규제에 묶여있어 쉽지 않은 상황인 것이다. 이러한 상황 탓에 출범한지 갓 1년이 지난 인터넷은행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시장 정착을 위한 발판을 제대로 다지기도 어려운 실정이라며 불만을 토로한다.

 

실제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대주주인 KT와 카카오는 투자자금 확보를 위한 증자를 시도할 때마다 진땀을 흘린다. 자본력이 있는 대주주로서 주도적으로 투자에 나설 수 없는 것은 물론, 10~20개사에 달하는 주주들의 의견을 한 곳으로 모으는 게 쉽지 않아 증자 성사 여부가 매번 불투명해지기 때문이다.  

 

현재 국회에는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하는 은행법 개정안이 15개월째 계류된 상태다. 재벌의 사금고화 우려가 크다는 이유에서 관련 법안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4일 오전 금융위에서 윤석헌 서울대 교수를 금융감독원장에 임명 제청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동안 은산분리 완화를 반대해왔던 윤 교수를 임명한 것을 두고 규제 완화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금융위가 인터넷은행 출범을 통해 금융산업의 발전을 꾀할 계획이라면, 다양한 사업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시장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 우선돼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은산분리 완화 관련 은행법 개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국회를 상대로 설득에 나서는 것이다.  

 

기존의 낡은 잣대로는 새로운 산업에 대한 투자는 물론, 발굴 자체도 어려워진다. 금융위는 "은산분리 완화 법안은 국회가 합리적으로 판단할 사항"이라는 말만 반복할 게 아니라, 규제 완화를 위한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