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 가니 최종구가…삼성생명 '삼성전자 주식 매각' 압박
김기식 가니 최종구가…삼성생명 '삼성전자 주식 매각' 압박
  • 김현경
  • 승인 2018.04.23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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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리뷴=김현경 기자] 금융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대기업 계열사 주식을 매각해야 한다는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주장이 사실상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한 삼성생명을 겨냥한 발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삼성그룹에 특혜 소지가 있는 현행 보험업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이 퇴진하며 삼성전자 주식 매각 압박에서 한 차례 벗어났던 삼성생명은 최 위원장의 이같은 발언으로 다시 한번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최 위원장은 지난 20일 간부회의에서 "금융회사의 대기업 계열사 주식소유 문제와 관련해 법률이 개정될 때까지 해당 금융사가 아무런 개선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국민의 기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법 개정 이전이라도 금융회사가 단계·자발적 개선조치를 실행할 수 있도록 필요한 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현행 보험업법을 두고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유지를 위한 특혜성 법률이라는 비판을 제기해 왔다. 은행, 증권사 등이 보유한 계열사 주식에 대해서는 시장가격을 기준으로 평가하지만, 보험사 보유 주식은 예외적으로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보험사는 계열사 주식 보유액이 총자산의 3%를 넘을 수 없다. 이에 따라 총 자산이 약 283조원인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의 주식을 최대 8조원까지 보유할 수 있다.
 
문제는 현행법이 주식 가격을 시장가격이 아닌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계산한다는 것이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 8.23%는 30여년 전 취득원가(약 5만원)로 5000억원대 수준이지만, 시장가격인 주당 260만원으로 계산할 경우 약 28조원으로 50배 이상 훌쩍 뛴다. 즉, 취득원가가 아닌 시장가격을 기준으로 평가했을 때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식 약 20조원을 매각해야 한다.
 
이와 별개로 삼성전자가 올해 자사주를 전량 소각할 경우 삼성생명·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의 지분은 10%를 초과하게 돼, 초과분에 대한 매각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금산법 24조에 따라 금융회사는 비금융회사의 지분 10% 이상을 소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삼성생명이 전자 지분 매각의 어려움을 고려해 10%를 초과하는 최소한의 지분 0.43%만 매각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최 위원장의 이같은 발언으로 삼성생명은 20조원에 달하는 삼성전자 주식 매각 압박에 시달려야 하는 부담스러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
 
앞서 김기식 전 금감원장 취임 당시 전문가들은 삼성생명이 삼성전자의 지분 매각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가능성이 높다고 점치기도 했다.
 
당시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당국이 삼성생명의 지배구조 개혁을 본격적으로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 삼성생명은 소수지분(0.43%)보다는 근본적 해결방안을 감독당국에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었다.
 
보험업법 개정을 적극 주장했던 김 원장은 비록 퇴진했지만, 최 위원장이 같은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삼성생명이 받을 삼성전자 주식 매각 압박의 수위도 높아질 것이란 게 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자사주 소각으로 삼성생명이 빠른 시일 내 삼성전자의 주식을 매각할 것이라는 건 어느 정도 예상됐었지만 이번 최 위원장의 발언으로 상황이 어렵게 됐다"며 "삼성생명으로서는 20조원에 달하는 지분을 한꺼번에 처리하기 부담스러울텐데, 당국의 수장이 직접 요구를 했으니 이를 마냥 무시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