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수장 사퇴'로 힘 잃은 금감원…증권가는 '현안 해결' 고민
'두 번의 수장 사퇴'로 힘 잃은 금감원…증권가는 '현안 해결' 고민
  • 김현경
  • 승인 2018.04.17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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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사업 준비 어렵고, 규제 대응책 마련도 애매" 고민

 

[비즈트리뷴=김현경 기자] "위에서 저러니 밑에서도 자리를 못잡죠."
 
올해 들어서만 두 번째 사퇴다. 최흥식 전 금융감독원장에 이어 김기식 원장도 지난 16일 불명예 퇴진하면서 금융당국은 물론, 당국의 관리감독을 받는 증권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금감원 수장들의 연이은 사퇴에 삼성증권 사태 해결, 단기금융업 인가 등 증권업계 산적한 과제들이 갈 길을 잃고 표류하게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16일 김기식 금감원장은 '5000만원 셀프후원'에 대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위법 판단에 자진 사퇴했다. 선관위는 이날 김 원장이 2016년 19대 국회의원 시절 싱크탱크 '더미래연구소'에 5000만원을 기부한 것이 공직선거법에 위반된다고 결론내렸다.
 
김 원장이 사퇴하면서 금감원장 자리는 한 달여 만에 또 다시 공석 상태가 됐다. 앞서 지난달 12일 최 전 원장은 2013년 하나금융지주 사장 재직 당시 하나은행(현 KEB하나은행) 채용에 응시한 지인의 아들을 추천한 의혹으로 취임 6개월 만에 금감원장직에서 물러났다.  
 

 

다가오는 '6.13 지방선거'의 영향과 한 금융기관의 두 수장이 역대 최단기간 낙마했다는 충격으로 수장 공백 사태가 길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증권업계는 당황하는 분위기다.
 
특히, 현재 전 국민의 관심이 쏠려있는 삼성증권 배당오류 사고 사태를 신속하게 마무리하고 증권업계 시스템에 대한 신뢰 회복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지만, 이를 진두지휘할 수장이 없어 난항이 예고된다.
 
당장 오는 27일까지 예정된 금감원의 삼성증권 현장감사도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우려가 나온다. 감사가 차질없이 진행된다고 해도 결과를 신뢰하기 힘들 것이란 지적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함께 단기금융업 등 신사업 인허가 지연도 불가피해지면서 야심차게 준비해왔던 증권사들의 IB관련 사업도 추진동력을 얻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다. 
 
증권사들은 그동안 초대형IB의 핵심 사업인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사업) 인가 심사가 지연되는 것을 두고 불만을 토로해 왔지만, 김 원장 사퇴로 다시 기약없이 기다려야 하는 처지가 됐다. 
 
발행어음은 증권사가 자기신용을 토대로 발행하는 1년 미만 단기 금융상품으로, 자기자본 4조원 이상 IB가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으면 발행어음을 자기자본의 최대 2배까지 발행할 수 있다. 대규모 자금 조달이 가능해져 초대형IB의 핵심 사업으로 꼽힌다. 발행어음 인가를 받기 위해서는 금감원 심사를 거쳐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위원회 정례회의를 통과해야 한다.
 
현재 금감원의 단기금융업 인가 심사를 기다리고 있는 증권사는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삼성증권 등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11월 업계에서 유일하게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았으며, KB증권은 금리 인상 등 시장 상황을 고려해 인가 신청을 철회했다.
 
증권사들의 바람과는 달리 그동안 규제 강화 기조를 보여왔던 금감원은 대주주 적격성 등의 이유로 심사를 미뤄왔다. 
 
NH투자증권의 경우 최대주주인 NH농협금융지주에 대한 지배구조 및 대주주 적격성 검사로 인해 승인이 지연됐다. 삼성증권도 최대주주인 삼성생명의 지분 0.06%를 보유한 특수관계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 기소되면서 인가가 보류됐다. 또 6일 발생한 배당사고로 인가 신청 철회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계열사간 내부거래 의혹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어 단기금융업 인가가 불투명해진 미래에셋대우는 유상증자를 통해 자기자본을 8조원으로 늘리는 방법을 택했다. 자기자본이 8조원을 넘으면 단기금융업을 건너 뛰고 종합투자계좌(IMA)나 부동산신탁 사업을 영위할 수 있게 된다. KB증권은 시장 상황을 고려해 단기금융업 인가에 재도전할 것이라는 의사를 내비쳤지만, 향후 상황이 불투명한 만큼 섣불리 나서기 힘들 것으로 예측된다.
  
한 대형증권사 고위관계자는 "위에서 자리를 못잡고 갈팡질팡하니 우리로서는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기도 어렵고, 규제 대응책을 마련하기도 애매하다"며 "(업계 상황이) 정말 어렵다"고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