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날' 맞는 반도체업계…산자부 발표에 촉각
'운명의 날' 맞는 반도체업계…산자부 발표에 촉각
  • 이연춘
  • 승인 2018.04.17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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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리뷴=이연춘 기자] 반도체업계가 산업통상자원부의 삼성전자의 '작업 환경 측정 보고서' 발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에선 정부가 산업재해 피해 입증을 이유로 삼성의 반도체·디스플레이 관련 생산 기술 노하우가 담긴 자료를 공개하기로 하면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반도체 강국의 중심인 반도체공장과 디스플레이공장 전체가 공개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향후 불똥이 업계 전반으로 흐르지 않을까 우려한다.
 
삼성전자의 '작업 환경 측정 보고서'에 담긴 내용이 국가핵심기술인지 정부가 17일 추가 회의를 열어 결론을 낼 전망이다. 전날 열린 회의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하자 사안이 급박한 만큼 곧바로 2차 회의를 여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오후 4시 30분 서울에서 산업기술보호위원회 반도체 분과 전문위원회 2차 비공개 회의를 연다고 밝혔다.
 


작업환경 보고서는 노동자에게 해를 끼치는 유해물질의 노출 정도, 사용 빈도 등을 측정한 결과를 적은 것이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사업주가 6개월마다 고용노동부에 제출해야 하지만 삼성 측은 경영·영업상 비밀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반도체전문위원회는 산업부와 국가정보원 등 정부위원 2명과 반도체 관련 학계, 연구기관, 협회 등 민간위원 13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는지 여부만 확인할 뿐 정보 공개 여부나 공개의 적절성에 대해 판단하지는 않는다.

노동부는 산업재해 피해를 입증하기 위해 이 보고서 공개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삼성 측은 보고서에 포함된 생산설비 배치나 공정 단계만 봐도 핵심 기술을 파악할 수 있는 만큼 국가중요기술이 노출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 보고서 공개가 곧 영업기밀이 누설이라고 주장하는 삼성전자에 힘이 실릴 수 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작업환경보고서를 공개하겠다는 고용노동부의 움직임에는 제동이 걸린다. 반면 보고서 내용이 국가핵심기술 여부와 무관할 경우 기흥·화성·평택 공장의 작업환경 측정보고서가 추가로 공개될 가능성이 커진다.

하지만 쟁점이 워낙 팽팽하게 엇갈리는 만큼 1차 회의에서 위원들이 의견을 모으기엔 시기상조였던 것으로 풀이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보고서를 보면 공정 순서와 화학물질 구성뿐 아니라 어떤 화학업체의 제품을 쓰는지 제품명까지 알 수 있다"며 "중국 등 경쟁사들이 이를 토대로 기술력을 빠르게 올릴 수 있고, 삼성전자만의 독자 기술력이 사라질 수 있다"고 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에선 산업 재해를 둘러싼 합당한 수준을 정보 공개 범위를 넘어선 기업의 생존을 위협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며 "업계뿐만 아니라 전문가들도 정부가 기업의 정보를 공개할 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