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2위서 1위로 우뚝'…허기호 한일시멘트 회장의 반전 드라마
'만년 2위서 1위로 우뚝'…허기호 한일시멘트 회장의 반전 드라마
  • 전지현
  • 승인 2018.04.11 09: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만년 2위서 업계 1위 '우뚝'·수익성 '강화'·지주사 전환 후 지배력 'UP'

 

[비즈트리뷴=전지현 기자] 허기호 한일시멘트 회장의 인수합병 결단이 오랜기간 저조했던 한일시멘트의 경영실적을 반전시켰다. 지난해 초 현대시멘트 인수를 주도한 허 회장의 결단이 한일시멘트의 실적개선 성과로 이어지면서 '신의 한 수'라는 평가마저 나온다. 회장 취임 2년차를 맞은 허 회장. 그의 경영 반전 드라마에 업계의 눈길이 쏠린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일시멘트는 지난해 개별기준 매출액이 1조668억원으로 쌍용양회가 유지해왔던 1위 자리를 제쳤다. 그간 쌍용양회는 시멘트 업계 독보적인 1위였다.

하지만 한일시멘트는 개별 매출만으로 지난해 쌍용양회를 꺾고 1위를 차지했다. 여기에 지난해 4월 인수한 현대시멘트를 비롯한 계열사 매출까지 합할 경우 한일시멘트는 쌍용양회와의 매출 격차(각사 연결기준)를 전년 109억원보다 올해 572억원으로 약 5배 이상 벌리게 됐다.

 

여기에 한일시멘트는 시멘트업계 7개사중 5개사가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중에도 영업이익 19.3%를 올려 수익성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일시멘트=허기호' 1인 체제 본격화
 
관련업계는 허 회장의 지난해 경영성적표를 두고 취임 2년차에 반전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른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허 회장은 허정섭 한일시멘트 명예회장 장남이자 창업주 고(故) 허채경 선대회장의 장손이자 국내 시멘트업계 최초로 3세 경영체제를 구축한 주인공.
 
허 회장의 경영수업은 20여년 전부터 시작됐다. 1966년생인 허 회장은 성균관대 경제학과와 미국 선더버드 국제경영대학원(MBA) 과정을 마친 뒤 지난 1997년부터 한일시멘트에 합류했다. 이후 관리본부장과 경영기획실장 등을 거쳐 2005년 대표이사 사장, 2012~2015년 그룹 부회장을 역임해 그룹 전사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현장 경험이 풍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20년간 그룹 전방위적 실무를 경험한 허 회장은 지난 2016년 3월 마침내 회장직에 올라 그룹 지휘봉을 잡게 됐다. 하지만 허 회장의 취임 첫해 성적표는 초라했다. 건설경기 호황으로 경쟁사들이 사상최대 실적을 거두는 와중에도 영업이익이 16% 뒷걸음치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 회장은 이듬해부터 '허기호=한일시멘트' 공식을 공식화한다.
 
회장 취임 1년을 맞은 지난해 3월, 아버지 허정섭 명예회장으로부터 지분 10만주를 증여받고, 2만5725주를 장내매수함으로써 최대 주주 자리에도 오르며 그룹 1인 지배체제를 구축한다. 이어 한달 뒤엔 현대시멘트 인수전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시멘트업계 오랜 토종 사업자 체면도 살린다.
 
앞서 한일시멘트는 1961년 설립 이후 삼원진흥건설(한일건설), 한일정보통신, 한세인터내쇼날, 한일개발, 동양탄소, 서부레미콘 등 인수엔 성공했지만, 지난 2년간 주력인 시멘트 기업 인수에는 매번 고배를 마셔야 했다.
 
시멘트업계 시장재편으로 일컫어지는 인수합병전에서 동양시멘트는 삼표그룹에, 쌍용양회는 사모투자펀드 회사인 한앤컴퍼니에게 넘기고 말았다.
 
그러나 허 회장은 업계 마지막 매물로 등장한 현대시멘트를 품에 넣는다. 한일시멘트와 현대시멘트는 업계 4위에서 1위로 뛰어 올랐고, 주도적으로 나선 주인공이란 사실이 알려지며 '과감한 결단력 승부사'라는 타이틀을 뚜렷히한다.
 
앞서 허 회장은 계열사 재편을 통한 그룹 내실 다지기를 진행하는가 하면 2015년 대만 법인 계열사 CCP의 인수 및 매각을 주도해 5배가 넘는 수익을 올리는 등 뛰어난 투자 성과도 보여준 바 있다. 또 2011년 건설경기 불황에 맞서 경쟁사의 드라이몰탈 공장을 인수하는 등 선제적 경영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이제 남은 것은 한일시멘트의 지주사전환이다. 허 회장은 오는 7월로 예정된 한일시멘트 지주사 전환과정에서, 그룹 지배력을 더욱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한일시멘트그룹 오너 일가들은 한일시멘트와 녹십자 지분을 교차로 고루 나눠갖고 있으나 한일시멘트 지분은 허 회장에게 밀어주는 방식으로 일단락 되고 있는 평가다.
 
최근 4남 허남섭씨는 1월31일, 2월1일, 2월2일 등 3차례 장내매도를 통해 지분을 0.2%를 처분했고, 3남 허동섭씨 역시 지난 2016년 1.33%를 팔아 치웠다. 오너일가가 한일시멘트 지분을 보유한 총량은 46.5%으로, 이중 허 회장은 현대시멘트 지분 10.%를 보유한 최대주주. 허 회장은 지난 2016년 초까지 한일시멘트 지분 5.8%을 보유했지만, 증여와 매수를 통해 현재 10.11%까지 끌어올렸다. 
 
여기에 허 회장이 지분 38.09%로 최대 주주로 있는 계열사 중원까지 감안하면 허 회장 지분은 14.09%까지 올라선다. 중원은 1962년에 설립된 휴즈, 전기차단기, 전기시설재 등의 제조와 판매 및 전기공사업 회사로 한일시멘트 지분 3.98%를 보유하고 있다.
 
한편, 한일시멘트그룹은 창업주가 타계한 후 1남 허정섭씨가 한일시멘트, 3남 허동섭 씨가 한일건설, 4남 허남섭씨가 서울랜드를 운영하는 한덕개발을, 2남 허영섭 씨와 5남 허일섭 씨는 녹십자를 맡는 방식으로 교통정리를 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