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의 팩자타] 조현준 효성 회장, 애증의 ‘갤럭시아일렉’
[기자들의 팩자타] 조현준 효성 회장, 애증의 ‘갤럭시아일렉’
  • 강필성
  • 승인 2018.04.06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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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현장에는 언제나 다양한 의견이 존재합니다.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하나의 팩트(사실)을 두고도 엇갈린 해석이 나옵니다. 독자들도 마찬가집니다. 독자들의 다양한 의견은 비즈트리뷴 편집국에도 매일매일 쏟아집니다. 그래서 비즈트리뷴 시니어 기자들이 곰곰히 생각해 보기로 했습니다. '기자들의 팩자타(팩트 자각 타임)'은 뉴스 속의 이해당사자 입장, 그들의 다른 시각, 뉴스 속에서 고민해봐야 할 시사점 등을 전하는 코너입니다.<편집자 주>

 

[비즈트리뷴=강필성 기자] 회장 취임 1년을 막 넘긴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그의 최근 심경은 적잖게 복잡할 것 같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검찰로부터 200억원 규모 배임, 횡령혐의로 재판을 받아야 하는 상황인데다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사익편취’ 혐의로 고발조치까지 당했기 때문이죠. 그는 효성의 지주회사 전환이라는 과업을 앞둔 상황에서 험난한 재판을 해쳐 나가야하는 처지가 됐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두 가지의 기소, 고발 건에는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회사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GE) 입니다.

 

검찰은 지난해 1월 조 회장을 총 200억원대 배임·횡령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이중 핵심 혐의는 GE에 대한 배임입니다. GE의 상장이 무산된 이후 외국인투자자의 풋옵션 행사로 투자금 환급 부담을 안게 되자 조 회장이 자신의 주식가치를 11배 부풀려 환급받아 회사에 약 179억원의 손해를 입혔다는 것이 골자입니다.

 

지난 4일 발표된 공정위 건도 그렇습니다. 공정위는 효성그룹이 계열사인 효성투자개발을 통해 GE를 지원했다고 결론을 내린 바 있습니다. 자금난에 시달리는 GE의 전환사채 발행 과정에서 효성투자개발의 자산을 담보로 세웠다는 것입니다.

 

이쯤 되면 유·무죄를 떠나 오히려 궁금해집니다. 대체 GE가 뭐길래 조 회장과 효성그룹을 이런 위험에 노출시킨 걸까요.

 

GE는 지난 2006년 LED사업을 위해 설립된 효성그룹의 계열사입니다. 다만 효성그룹의 지분관계는 전무합니다. 이 회사의 최대주주는 62.8%의 지분을 보유한 조 회장이죠. 이 때문에 검찰과 공정위는 GE의 가치가 곧 조 회장의 자산가치로 연결되는 점을 주목했습니다. 효성그룹 차원에서 이를 지원하거나 조 회장이 자산을 지키기 위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논리죠.

 

실제 시장에서는 GE가 조 회장의 경영승계의 핵심 요소가 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죠. 하지만 사실 GE는 그런 알짜회사가 되지 못했습니다. 2008년 매출 100억원에도 못미치던 이 회사는 지난 2010년 매출 400억원을 돌파하고 이듬해 614억원의 매출을 기록합니다. 이 때문에 GE는 상장계획을 세우고 외부 자금까지 유치했지만 문제는 2012년부터 본격적인 실적 악화가 본격화 됐다는 점입니다.

 

LED에 대한 공급과잉이었습니다. 모든 문제는 여기에서 기인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GE의 실적악화는 곧 조 회장의 자산이 줄어든다는 의미니까요. GE는 그야말로 조 회장에게 애증의 계열사라고 할만 합니다. 실적을 잘 낸 것도 아니지만 버릴 수도 없고, 무엇보다 조 회장이 수사, 고발의 대상이 되는 원인이 된 곳이니까요.

 

현재 GE는 그나마 실적을 회복한 상태로 추정됩니다. 지난 2015년 3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이 회사는 지난 2016년 41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흑자전환에 성공했습니다. 이 회사가 되살아나는 과정에서 불법이나 탈법이 있는지 여부는 향후 수사기관과 재판부에서 판단할 일입니다. 재판은 검찰의 기소 건에 대한 재판은 이제 막 시작됐습니다.

 

조 회장의 변호인은 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2차 준비기일에서 “GE의 유상감사 당시 재무상태는 자본잠식 위험이 있을 만큼 열악하지 않았다”며 “절차에 따라 유상감자를 한 만큼 업무상 임무를 위배하지 않았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과연 조 회장은 GE의 부담을 털고 안정된 지주회사 체제를 맞이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