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 채용비리 논란 자유로운 이유는 '신한사태' 덕?
신한금융, 채용비리 논란 자유로운 이유는 '신한사태' 덕?
  • 윤민경
  • 승인 2018.04.06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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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 채용시스템 구축..."고위 임원 자녀 채용 고려 논란 소지 차단 노력"

 

 
[비즈트리뷴=윤민경 기자] 신한은행이 KB국민·KEB하나·우리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 4곳 가운데 유일하게 은행권 채용비리에 연루되지 않으면서 채용시스템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지고 있는 금융권 채용비리 논란에서 한발 물러서 있는 신한은행이 다른 은행보다 유독 투명한 채용시스템을 이어왔는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 '투명' 채용시스템 구축...‘신한사태’ 덕?

 

신한은행은 다른 은행들이 본점 압수수색을 받고 행장 사임까지 초래한 채용비리 의혹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상태에서 안정적인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신한은행이 채용비리에서 벗어나 있는 것은 우선 철저한 관리에 따른 것으로 평가받는다.

 

블라인드 면접을 기반으로 앞 단계 전형이 다음 단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방식으로 채용을 진행하면서 문제가 될 수 있는 소지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투명한 채용시스템을 구축해 왔다.

 

다만, 다른 은행들도 블라인드 면접을 진행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신한은행의 자체적인 채용 기준이 더욱 엄격했던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은행들마다 각자의 독창적인 방식이 있지만 신한은행은 면접방식을 비롯해 일련의 채용과정들을 매년 고민하고 개선해 왔다"며 "해마다 달라지는 채용방식 때문에 비리 논란을 비껴갔다는 것은 비약일 수 있지만 채용 부문에서 특별히 관심을 갖고 노력을 쏟고 있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투명한 채용을 위해 신한은행이 지속적인 고민과 노력을 이어오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일부에서는 운이 좋았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신한은행이 경영권을 놓고 치열한 기싸움을 벌인 '신한사태'에서 고위 인사들의 기록들을 무차별적 조회했다는 논란에 휩싸이자 하드디스크를 3년 주기로 교체해 왔고, 덕분에 채용비리 의혹을 빗겨간 것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하지만 신한은행 관계자는 "항간에 이런 소문이 알려져 사실처럼 여겨지고 있지만, 하드디스크 기록을 파기했다는 내용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또 일각에서는 신한은행에서 신한금융 고위 임원들의 자녀가 일하고 있다는 점을 의식해 더욱 엄격한 잣대로 채용을 실시해 추후 논란의 소지를 아예 없앤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한동우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을 비롯해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 등의 자녀들이 신한은행에 입행한 뒤 일부는 자리를 옮기고 나머지는 여전히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시중은행들, 채용 시스템 개선 움직임...신규 채용은 뒤로

 

시중은행들은 향후 또다시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지는 것을 막고 이전보다 더욱 투명한 기준으로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채용시스템 개선 움직임이 활발하다.

 

은행들은 채용비리 논란을 불식시키고 향후 투명하고 공정한 채용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절차를 외부에 위탁하거나 객관식 위주의 필기시험을 시행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특히, 우리은행은 지난해 말 손태승 행장 체제로 출발한 이후 더욱 철저한 채용시스템을 도입해 재발 방지에 나서고 있다.

 

우리은행은 최근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전격 시행하면서 채용 청탁을 받고 비리를 저지른 은행 임직원 당사자와 채용 지원자 모두에게 바로 해고조치 등 중징계를 내릴 방침이다. 또 면접과정에서 외부 전문가와 우리은행 임원이 함께 채용을 진행하면서 비리 원천 차단에 나설 전망이다.

 

지난해 촉발됐던 채용비리 이슈가 생각보다 길어지면서 은행들은 신규채용을 늦추고 있는 모양새다.

 

신한을 비롯한 국민과 하나 등 주요 시중은행들은 아직까지 상반기 채용계획을 세우지 않은 상태다. 현재 올해 상반기 채용에 나선 곳은 전체 19개 은행 중 우리(200여 명), IBK기업(170명), NH농협(350명), Sh수협(70명) 등 4곳뿐이다.

 

우선 채용비리 후폭풍을 수습하고 기존 시스템을 개선하는 등 혼란스러운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 시기를 뒤로 미루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일단 상황이 잠잠해지고 난 후 은행들이 신규채용에 나설 것으로 판단된다"며 "그 전에 은행들은 같은 문제로 또 재조사를 받지 않기 위해 전반적인 채용시스템 개선에 시간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