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치아보험 출혈 경쟁…소비자 부담만 커진다
[기자수첩] 치아보험 출혈 경쟁…소비자 부담만 커진다
  • 김현경
  • 승인 2018.03.27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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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리뷴=김현경 기자] 최근 대형보험사들이 앞다퉈 상품을 내놓으면서 치아보험 시장 경쟁이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과당경쟁으로 무리하게 보장금액을 늘리거나 면책기간을 줄인 상품이 출시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에 따른 손해율 증가 부담이 결국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손해율 증가는 곧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올해 치아보험 시장에 진출한 대형보험사는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 손해보험사 4곳과 생명보험사인 삼성생명 1곳이다. 지난해 이미 치아보험 상품을 내놓은 메리츠화재를 포함하면 빅5 손보사가 모두 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특히, 보험업계 선두주자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가세하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문제는 이 보험사들이 시장 진출 초기인 만큼 치아보험 손해율을 계산할 수 있는 충분한 데이터를 쌓지 못했다는 것이다.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보험사가 제공하는 보장금액 확대, 면책기간 축소 등의 혜택이 '손해율 급등'이라는 부작용을 불러올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축적된 데이터 자체가 없는 만큼 손해율이 언제, 얼마나 오를지 예측할 수 없어 적절한 대응책 마련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 치아보험의 경우, 한 번 치료를 받은 후에는 건강한 상태로 유지되는 기간이 길어 초기 손해율만 높고, 이후 비율이 낮아지는 구조를 보인다. 하지만 면책기간이 줄어들 경우 손실을 만회할 수 있도록 보험료를 쌓을 기간 자체가 줄고, 또 보장금액도 증가하는 만큼 손해율이 급등할 수 있다. 보험사는 손해율을 낮추기 위해 보험료를 인상하거나 혜택을 줄이는 등의 방안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치아보험 과당경쟁은 또 GA(독립법인대리점) 설계사들에 대한 과도한 수수료 지급과 불완전판매로도 이어질 수 있다. GA는 한 보험사의 상품을 독점적으로 판매하는 것이 아닌 제휴를 통해 여러 보험사의 상품을 파는 영업점으로, 보험사들은 GA 설계사들에 대한 수수료를 높게 책정해 자사의 상품을 판매하도록 유도한다.
 
이는 GA 설계사들이 소비자에게 최적화된 상품이 아닌, 수수료가 많이 붙은 특정 상품만 추천하는 등의 불완전판매로도 연결된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도 GA 설계사 인센티브 비율을 250% 수준으로 권고하고 있지만, 일부 보험사에서는 인센티브 비율을 600%까지 올리기도 했다. 
 
GA 설계사들에 대한 수수료 증가에 따른 사업비 증가는 보험료 인상을 초래해, 소비자 부담만 가중되는 결과를 불러올 가능성이 큰 셈이다.
 
치아보험 시장 선점을 위한 보험사들의 출혈 경쟁에 애꿎은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돌아갈까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한편으론 보험사들의 과도한 경쟁이 머지않아 감당하기 어려운 손해율을 만들고 이 때문에 보장이 축소되면서 자칫 치아보험 시장 자체가 소비자들의 외면으로 경쟁력을 잃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건전한 치아보험 시장을 조성하기 위한 보험사들의 자정 노력과 과당경쟁을 제한할 자체적인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