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헤지펀드 전쟁, 주목받는 일성신약
삼성물산 헤지펀드 전쟁, 주목받는 일성신약
  • 승인 2015.06.06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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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성신약, 삼성물산 지분 2.05% 보유...캐스팅보트 쥐나
▲ 일성신약 3년 주가 추이
 
[비즈트리뷴=정윤선기자]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의 일환으로 추진중인 제일모직-삼성물산의 합병작업이 헤지펀드 '엘리엇매지니먼트'라는 암초를 만난 가운데 국내 제약사 '일성신약'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일성신약이 삼성물산 지분 2.05%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합병을 관철하려는 삼성과 합병에 반대하는 외국인투자자들의 연대가 감지되면서 주식 매집 가능성을 높게 보고있다. 양측의 갈등속에서 일성신약의 주가는 하루가 다르게 뛰고 있다.  

지난 4일 9.23% 오른데 이어, 5일에도 10.21%오른 15만65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일성신약은 제약업계에서도 본업인 제약사업보다 부업인 주식투자로 더 유명한 기업으로 잘 알려져있다. 오너인 윤병강회장의 주식를 보는 '촉'이 남다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눈길끄는 윤병강회장의 주식투자

일성신약은 제약업계에서 '약보다 주식에 강하다'라는 평가를 받는다.

일성신약은 과거  KT에 장기투자했고 SK 삼성중공업 현대오토넷 한국전력 등에도 투자한 전력이 있다. 일성신약의 투자 노하우는 오너의 투자철학, 투자노하우와 무관치않다.

오너인 윤병강 회장(85)은 ‘원조 주식 고수’로 평가받는다. 그도 그럴것이 그가 바로 KDB대우증권 전신인 동양증권을 창립한 ‘증권업계 1세대’이기도하다.

1954년 제약업에 뛰어든 윤 회장은 1970년 대우증권 전신인 동양증권을 설립해 1973년 대우그룹에 매각했다. 그는 한때 우리은행 전신인 한일은행 지분 16.5%를 소유하는 등 투자분야에서 남다른 행보를 이어왔다.

■일성신약 2.05%, 캐스팅보트 쥐나

삼성물산 지분을 들여다보면, 삼성그룹 계열사지분은 삼성 SDI 7.18%, 삼성화재 4.65%, 이건희회장 1.37% 등 13.65%다. 이와별개로 삼성물산 자사주 5.75%를 보유중이나 의결권을 갖게하려면 '백기사'가 필요하다. 최악의 경우 쓸만한 카드다. 

삼성의 우호세력으로 분류되는 국민연금이 9.79%를 보유하고 있다.

뒤를 이어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7.12%를 보유하고 있다. 산술적으로 엘리엇측이 밀리지만, 추가지분취득 가능성이 있는데다 외국인 주주들과 연대움직임을 꾀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측이나 엘리엣매니지먼트가 우호세력 확보를 위해 물밑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다음달 17일 열릴 주주총회 표대결을 염두에 두지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때문에 일성신약 지분 2.05%는 경우에 따라 이번 승부의 캐스팅보트를 쥘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표대결 준비 들어가나

증시 전문가들은 실제 표대결까지 벌일 것인지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린다.

대체적인 견해는 주총전까지 주가를 최대한 끌어올린 뒤 주식을 팔고 나갈 가능성이 크다고 봤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엘리엇이 정관변경(현물배당 요구)을 요구하는 주주제안서을 보내오며 압박강도를 높이고 있는 만큼 '표대결'까지 갈 가능성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합병 결의는 출석 주식수 3분의 2 이상과 의결권 주식수 3분의 1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삼성 총수일가와 계열사의 물산 지분은 13.65%다. 9.79%를 보유한 국민연금은 주가가 매수청구권 행사 가격(5만7234원)보다 높다면 합병에 찬성하겠다는 입장이다. 결국 최대 변수는 33%에 달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이다.  엘리엇이 3분의1 이상 우호지분을 확보하면 합병을 무산시킬 수 있다.

물론 주총에서 합병안이 통과되더라도 반대 주주들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매수청구권 행사액이 삼성에서 설정한 한도액 1조5000억원(삼성물산 지분의 17%)을 넘어설 경우 합병은 무산된다.

박용희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상법상 상임이사 추천 등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하려면 10% 이상의 지분 필요하며 엘리엇의 추가적인 지분 매입 가능성 무시할 수 없다"면서 "다음달 17일 임시주주총회 전까지 경영권 분쟁은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비즈트리뷴=정윤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