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흥식 금감원장 채용비리 논란...은행권 수사 차질 불가피
최흥식 금감원장 채용비리 논란...은행권 수사 차질 불가피
  • 윤민경
  • 승인 2018.03.12 10: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당국發 은행 채용비리 근절 TF 구성, 실행 영향

 

[비즈트리뷴=윤민경 기자]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2013년 하나금융지주 사장 재직 시절 하나은행 공채에 지원한 친구 아들을 인사 추천한 특혜 의혹이 불거지면서 당국발 채용비리 수사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금융당국이 은행들의 채용비리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채용 모범규준 마련을 위한 태스크포스(TF) 구성에 나선다고 밝혔지만, 정작 금융권 감독의 중심에 서있는 금융당국 투명성에 의문이 제기 되면서 채용비리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한편으론, 하나금융과 다소 껄끄러운 관계에 있던 금융당국이 VIP 채용청탁이라는 민감한 사안으로 얽히면서 골이 깊었던 금융당국과 하나금융 간의 갈등이 재점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 금감원장 VIP 특혜 채용 연루?...최흥식 "전달만"

 

은행들을 겨냥한 금융당국의 채용비리 수사가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최흥식 금감원장 본인이 과거 하나은행 VIP 특혜 채용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불거져 논란이 커지고 있다.

 

올 초부터 강화되고 있는 금감원의 은행권 채용비리 근절을 위한 엄정 수사를 통해 채용과정에서 금융권의 전반적인 투명성 제고가 이뤄질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었지만, 금감원장 본인의 채용 청탁 의혹으로 은행권 비리 척결 수사 속도에 탄력이 떨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금감원장의 채용비리 논란은 최 원장이 하나금융지주 사장이었던 지난 2013년 하나은행에 입사 지원한 친구 아들을 추천해 합격했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이에 최 원장은 "단순히 이름 전달만 했을 뿐 채용과정에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고 10일 공식입장 발표를 통해 강하게 해명하며 하나은행에 오히려 증거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금감원은 하나은행에 최 원장의 친구 아들이 하나은행에 채용됐던 2013년 당시 점수 조작이나 채용기준 변경이 있었는지 11일 오전까지 확인해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권 채용비리를 검사하는 감독당국의 장(長)이 채용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초유의 사태인 만큼 사실 여부를 하나은행이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하나은행 관계자는 "최 원장이 당시 채용과정에서 특정 인물을 언급한 것은 사실이지만 단순 합격 여부를 물어보는 차원이었을 뿐 채용과정에 개입하거나 점수 조작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하나은행은 채용 관련 검찰수사를 받고 있는 입장으로 채용 담당 서버에 접속이 안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당시 채용 과정에 대해 정확히 말씀드리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번 최 원장의 채용비리 의혹은 앞서 검찰 수사에서 최근 적발된 총 22건에 이르는 은행들의 사례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적발된 은행권 채용비리 의혹들은 면접점수 조작과 채용요건에 적절하지 않은 지원자들이 합격한 사례"라며 이번 의혹은 은행들과는 분명히 다르다며 선을 그었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하나은행에서 최 원장의 채용비리 의혹 관련 실질적인 조작 증거를 밝혀내지 못할 경우 최 원장이 법적 책임을 질 가능성이 매우 낮은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직접적인 채용 비리에 연관된 것이 아니더라도 금융개혁에 앞장서야 할 금융당국의 수장이 좋지 않은 주제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는 것에 대해 비난을 피해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CEO '셀프연임' & SKY 특혜채용 악연...하나금융 vs 금융당국 갈등 재점화?

 

최흥식 원장의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해 금감원이 하나은행과 민감한 사안으로 다시 얽히면서 일각에서는 "김정태 회장 셀프연임과 관련한 지배구조 문제와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출신 채용비리 등으로 오래전부터 이어온 금감원과 하나금융 간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김정태 회장 연임 과정에서 금감원은 하나금융에 CEO 리스크 등을 이유로 "회장추천위원회 일정을 연기해달라"고 수차례 요청했지만 하나금융은 "문제 될 것 없다"며 일정을 강행, 이후 극심한 대립각을 이어왔다.

 

이번 사안으로 하나금융이 금감원장의 채용 비리을 밝히는 과정에서 당시 채용 자료를 공개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긴 시간 서로 이어온 팽팽한 줄다리기 싸움이 다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강력하게 결백을 주장하는 최 원장은 직접적인 조사를 요구하며 의혹들을 모두 반박하고 나서는 등 떳떳하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대처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나타내고 있다. 검찰수사에 따른 최 원장의 결백 입증도 중요하지만 금감원장이 수사 대상 명단에 올랐다는 것 자체가 당국의 신뢰도 하락을 초래할 것이라는 게 금융업계의 해석이다.

 

금융권의 건전성과 투명성 확립을 위해 앞장서야 할 금융당국의 수장이 채용 비리라는 오명을 입게 되면서 금융업계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11일 현안 브리핑을 통해 “최 원장은 채용 비리 의혹에 대해 반성하기는 커녕 연락이 온 것을 단순히 전달했을 뿐이라는 황당한 답변을 했다”며 “금융지주 사장이 특정 인물에 대한 내용을 전달한 것이 암묵적 추천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최 원장의 의혹으로 은행권 VIP 채용 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정식 발족에 나설 예정이었던 은행 채용 모범규준 TF의 도입과 실행이 지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은행권 내에 만연했던 채용비리를 완전히 불식 시키기위해 은행들과 외부자문업체들이 협력해 TF를 구성하고 공동 모범규준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었지만 감독 역할을 맡아야 할 금융당국이 관련 논란의 휩싸이면서 향후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이고 있다.

 

채용비리 의혹으로 은행들은 행장 사임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고 본점 압수수색까지 당하는 등 큰 홍역을 치렀던 만큼 최 원장도 이번 검찰 수사롤 통해 작은 혐의라도 발견되면 책임을 면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한편, 하나금융은 오는 23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3연임을 확정한다. 김 회장의 3연임이 현재로서는 거의 확정된 사안으로 업계는 보고 있지만 채용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의 수사 결과가 막판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