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린 운명' 성동조선·STX조선…유동성이 갈랐다
'엇갈린 운명' 성동조선·STX조선…유동성이 갈랐다
  • 강필성
  • 승인 2018.03.08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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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성동조선 ‘법정관리’, STX조선 ‘자구안 마련’

 

[비즈트리뷴=강필성 기자] 정부의 관리를 받아오던 성동조선과 STX조선해양의 운명이 엇갈렸다. 정부가 성동조선에 대한 법정관리(회생절차)를, STX조선에 대한 자구안 마련에 따른 구조조정을 결정한 것이다. STX조선 역시 대규모 구조조정을 예고하고 있지만 법원으로 넘어가 청산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있는 성동조선에 비하면 훨씬 나은 처지다. 


이들 두 조선소의 운명이 엇갈린 배경에는 유동성이 주효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8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와 같이 밝혔다. 


이날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STX조선은 경쟁 심화 및 기술격차 축소, 원가 경쟁력 상실 등으로 현재 구조로는 정상화가 불확실했다”며 “반면, 유동성 외 추가적인 재무 관리 요소가 없고 자체 자금으로도 독자 경영이 가능해 고강도 자구계획 및 사업재편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물론 이 과정에서 채권단은 인력 40% 이상의 감축을 요구할 계획이다. 아울러 LPG/LNG 등 고부가가치 위주로 사업을 재편하기로 했다. 


이 회장은 “이에 대한 분명한 노사의 확약이 한달 내 이뤄지지 않는 경우에는 원칙대로 법정관리에 들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성동조선의 상황은 더 안 좋다. 

 

은성수 수출입은행장은 “성동조선의 인력을 40% 이상 감축하고 금융지원을 지속하더라도 자본잠식이 심화되는 등 독자생존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경영정상화 지원을 지속할 타당성과 실익이 없어 채권단 주도의 구조조정을 종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채권단은 성동조선에 대한 산업컨설팅을 실시한 결과 블록, 개조사업 등 사업전환과 추가 비용절감 등 다양한 경쟁력 방안을 고려해도 손실 지속 및 자금부족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추가지원 대신 법정관리로 넘기겠다는 방침이다. 법정관리라고는 하지만 성동조선은 회생보다는 청산이 보다 유력하다. 


은 행장은 “법원 회생절차 이전이라 미리 예단하고 청산이나 회생을 말할 수는 없다”면서도 “산업컨설팅 결과 재무실사 결과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를 크게 상회했다”고 말했다. 


결국 STX조선과 성동조선에 모두 신규자금을 지원하지 않는다고 전제했을 때 당장 상반기를 넘기기 힘든 성동조선에 대한 정리를 우선적으로 결정했다는 이야기다. 


실제 현 상태로 STX조선에 대한 정상화를 기대하기는 힘들지만 지난달 기준 유동성 1475억원을 보유하고 있어 채권단의 신규 자금 지원이 없어도 구조조정을 통한 자력생존이 가능하리라는 것이 산업은행의 판단이다.


반면 수출입은행은 성동조선의 유동성을 고려할 때 올해 2분기 중에는 자금부족 및 부도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동성의 차이가 두 회사의 운명을 가른 셈이다. 여기에는 두 조선사의 주력선종에 대한 시황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성동조선의 주력선종인 수에즈막스나 아프라막스는 오는 21년까지 고점대비 30~40%밖에 회복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STX조선의 주력선종인 중형 탱커 및 소형 LNG 등의 시황은 상대적으로 회복세가 양호하다. 


결정적으로 정부의 중견조선업종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계산도 작용했다. 


이 회장은 “성동조선에 이어 STX조선까지 일시 정리시 협력업체의 경영 위기 가중 등 조선 산업 전반의 생태계 붕괴 역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