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회항 조현아, 뭘 남겼나
땅콩회항 조현아, 뭘 남겼나
  • 승인 2015.05.22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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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 징역1년 집행유예 2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22일 석방됐다. '땅콩회항'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1년형을 받은 그는 이날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6부(김상환 부장판사)는 22일 "피고인의 항로변경 혐의는 무죄"라며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지난해 12월 30일 구속된 이후 143일 만이다.

조 전 부사장은 작년 12월 5일 미국 뉴욕 JFK국제공항에서 대한항공 KE086 일등석 탑승 후 승무원의 견과류 서비스를 문제 삼아 사무장 등에게 폭언·폭행을 하고 램프리턴(항공기를 탑승 게이트로 되돌리는 일)을 지시해 사무장을 강제로 내리게 한 혐의로 올 1월 구속기소됐다.

■항소심 재판부, 항로변경죄 무죄 판결

조 부사장이 집행유예를 받은 것은 재판부가 결정적으로 최대쟁점인 항로변경죄를 무죄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조 전 부사장의 지시로 항공기가 이동(램프리턴)한 경로를 항공보안법상 '항로' 개념에 포함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항로에 대해 법령에서 정의를 두지 않고 있으며 그 사전적 의미가 변경·확장됐다고 볼 뚜렷한 한 근거가 없는 한 문언 내에서 의미를 확정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

특히 "항로는 적어도 지상 계류장에서의 이동은 배제하는 것으로 해석되며 계류장에서의 비교적 자유롭게 허용되는 특수성을 감안하면 이 사건의 지상 이동을 항로 변경으로 보는 것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양형에 관해서는 "피고인의 행위는 같은 법령 위반 사례들에서 확인되는 유형력 행사 정도에 비해 비교적 경미한 정도"라며 "범죄행위 자체에 대한 비난가능성은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이 이 사회에서 가장 낮은 곳에서 사랑하는 가족들과 격리된 채 5개월간 구금돼 살아가는 동안 자신의 행위와 피해자의 상처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고 반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의 이런 진심을 의심할 수 없다고 봤다"고 말했다.

죄형법정주의란 피고인을 처벌하려면 범죄와 그에 따른 형벌이 법률에 명확하게 규정돼 있어야 한다는 형사법상 대원칙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2살 쌍둥이 자녀의 엄마이고 범죄 전력이 없는 초범이며 대한한공 부사장 지위에서도 물러났다. 엄중한 사회적 비난과 낙인을 앞으로 의식하면서 살아갈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삶을 살아갈 한 차례의 기회를 더 주는 것을 외면할 정도의 범죄행위가 아니라면 이런 처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숨돌린 대한항공, 노코멘트

조 전 부사장이 항소심 선고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나자 대한항공은 팽팽하던 긴장감에서 벗어나고 있다.

대한항공측은 "공식적으로 낼 입장은 없다"며 말을 아꼈다.

조 전부사장 변호인단도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 변호인단 관계자는 “조 전 부사장의 집행유예 선고에 대해 노코멘트(no comment)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땅콩회항사건, 무엇을 남겼나

이번 땅콩회항사건은 재계에 던지는 메시도 적지않다. 일부에서는 위기대응 능력을 키워야한다는 주장도 있으나, 그것은 표피적인 것으로 본질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국내 대기업들의 경우 창업세대를 지나 3세,4세로 경영권을 승계하는 그룹들이 한둘이 아니다. 그런 상황에서 조현아 부사장의 땅콩회항사태가 터졌고, 그 파장으로 그룹이미지 실추는 물론 당사자는 경영일선에서 퇴진하는 결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때문에 재계 안팎에서는 재벌 3,4세에 대한 교육방식에 대한 자성론이 일기도 했다. 해외유학을 가서 MBA를 딴 뒤, 국내로 돌아와 과장이나 부장으로 1~2년 근무한뒤 임원으로 승진하고 경영권을 인계받는 도식적인 로드맵으로서는 그룹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끌어갈 수 있겠냐는 반성이다.

재계 전문가들은 경영 3,4세들이 해외에서 따온 MBA자격증 못지않게 한국기업의 정서를 익히고, 공존의 가치를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문한다. 실제 땅콩회항 사건이후 상당수 기업들이 직원들을 존중하는 문화나 장치가 신설됐다.

이병남 LG인화원 원장은 "인화의 시작은 상대방에 대한 존중, 그리고 겸손에서 비롯된다. 결코 자신을 내세우거나 상대방을 무시해서는 안된다. 특히 직원들을 무시해서는 안된다. 기업의 재산은 직원, 즉 사람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은 ‘시장이라는 생태계 안에 자기 자리가 있는 생명체’로 정의할 수 있다. 시장생태계에 기대어 생존하며 사회에 유익함을 주는 것이 기업의 존재 이유"라고 덧붙였다. [비즈트리뷴=이정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