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2년 맞은 두산 박정원號, '11조 차입금' 해법찾기
경영 2년 맞은 두산 박정원號, '11조 차입금' 해법찾기
  • 이연춘
  • 승인 2018.03.05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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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부담 최소화 '과제'…영업익 절반 대출이자로
-박정원 회장 올해 "재무건전성 강화 필요" 강조
 
[비즈트리뷴=이연춘 기자] 120년 역사를 가진 국내 최장수 두산그룹의 4세 경영시대가 빚잔치로 고난의 행군 중이다. 그룹 전반적인 수익창출력은 양호하지만 높은 채무부담이 만만치 않은 과제다. 박정원(사진) 두산그룹 회장은 지휘봉을 잡은지 2년동안 내적성장을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나, 막대한 차입금 부담에 가로막혀 고민이 깊다.
 
5일 재계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두산그룹 박정원호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서는 11조원에 달하는 차입금 문제 등 재무부담 최소화가 가장 큰 관건이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두산그룹의 차입금은 11조원을 넘어섰고 부채비율은 272.1%에 달한다. 차입금 이자비용만 연간 500억원을 육박한다. 연간 벌어들인 영업이익(9000억~1조원)의 절반 이상이 대출 이자로 나가는 셈이다. 대출 이자보다 영업이익을 통해 번 돈이 2~3배(이자보상배율) 이상인 다른 대기업과 달리 두산은 1.8배 수준이다.
 
지난 2일로 회장 취임 2년을 맞은 박 회장의 고민도 이런 맥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는 올해 신년사에서도 "지난 몇 년간 그룹 현금창출 능력이 상당히 약해졌다"며 "무엇보다 재무건전성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두산그룹은 영업으로 번 돈의 상당수가 이자비용으로 빠져나가는 불안한 재무구조가 고착화하고 있다는 판단아래 재무안정화를 올해 최우선 목표로 잡고 있다. 올해에도 계열사 매각을 통해 비주력 사업을 과감히 접고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은 지난해에도 주요 자산 및 사업부문 매각 등을 통해 자금 부족분을 충당하고 차입금을 상환했으나, 채무상황 부담 수준을 크게 완화시킬 정도의 차입금 감소는 이뤄지지 못한 상황이다. 
 

 

이런 연장선에서 두산그룹은 지난달 26일 두산중공업이 보유하고 있는 두산엔진 경영권 지분 42.66%(2965만 주)를 소시어스 웰투시 컨소시엄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비주력 분야를 정리해 핵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등 '1석 2조' 효과를 노린 것이다.
 
사실 박 회장은 그룹의 주요 계열사를 잇따라 매물로 내놓으며 대대적인 재무구조개선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최근 두산그룹이 두산엔진, 포터블파워 사업부 등의 매각을 공식 선언하며 유동성 확보에 나섰다.앞서 2014년부터 두산그룹은 KFC, 두산동아, 몽따베르, 렉스콘사업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 공작기계사업부, 두산DST, 배열회수보일러(HRSG)사업부 등 알짜 계열사와 자산을 모두 매각했다.
 
재계 관계자는 "두산그룹의 경우 잇따른 계열사 매각에 이어 외부 투자자 유치와 자산 유동화 작업이 한창"이라면서 "그룹 계열사들이 2020년 입주할 분당 신사옥 등 어떠한 자산도 예외 없이 부채를 줄이는 데 활용되고 있다"고 했다.
 
박 회장이 재무개선에 속도를 내도록 채찍질 하는데는 은행들이 두산그룹에 여전히 대출하기 꺼려한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KEB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지난 3년간 두산그룹에서 여신 3조원이상을 회수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을 제외한 시중은행은 현재 두산그룹에 대한 여신을 사실상 닫아놓고 있는 상태다.  

이런 여파로 나이스신용평가는 두산중공업의 장·단기 신용등급을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재무부담이 큰 상황에서 정부의 에너지 정책 변화 등 업황 불확실성 등을 고려한 결과다. 'A-(부정적)'이었던 두산중공업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BBB+(안정적)'로 내렸고 기존 'A2-'였던 단기 신용등급도 'A3+'로 함께 강등됐다.

나이스신평은 "현금 창출 능력 대비 높은 차입 부담이 이어질 전망"이라며 "정부의 탈원전, 탈석탄 에너지 정책 추진으로 원자력 발전과 석탄화력발전 등 주요 수주 기반이 약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영 2년을 맞은 박정원호. 올해 11조원에 달하는 차입금 해법찾기가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재계의 시선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