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리스크 여전...당국, 거래 추가 제재 나서나
가상화폐 리스크 여전...당국, 거래 추가 제재 나서나
  • 윤민경
  • 승인 2018.02.06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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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실효성 논란...실명제 전환률 10% 미만

 

[비즈트리뷴=윤민경 기자] 금융당국이 가상화폐 거래 혼란을 막기 위해 시중은행에 대한 감독 강화에 나섰지만, 보이스피싱에 악용되거나 가격이 널뛰기하는 등의 문제로 여전히 몸살을 앓고 있다. 

 

이처럼 혼란이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은 가운데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전날(5일) 법 개정을 통한 가상화폐 거래사이트의 직접 규제 방침을 시사하면서 당국이 관련 법안에 따른 추가 제재에 나설지 주목된다.

◆ 리스크 여전...보이스피싱 피해액만 148억원

 

금융당국의 연이은 제재에도 불구, 가상화폐 리스크는 점차 확산하고 있다. 

 

먼저, 가상화폐를 인출 수단으로 악용한 신종수법에 따라 보이스피싱에서 대출빙자형 피해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감독원이 5일 발표한 지난해 보이스피싱 현황에 따르면 피해액은 무려 2423억원으로 1년전보다 499억원이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가상화폐를 악용한 보이스피싱 피해액만 148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피해액 증가분의 30%를 차지했다.

 

가상화폐를 악용한 수법은 피해 금액도 컸는데, 1건 당 평균 1137만원으로 전체 보이스피싱의 평균 피해금액 485만원보다 2배 넘게 많았다.

 

보이스피싱은 해외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통제가 쉽지 않은 만큼 이런 가상화폐 악용 사례들이 앞으로도 줄어들 가능성이 희박해 피해 금액이 더욱 증가할 것이란 관측이다.

 

일각에서는 "당국이 법적으로 여전히 가상화폐를 화폐로 규정하고 있지 않고 법적테두리 안에 있는 금융사들만 옥죄면서 규제가 규제답지 않게 겉도는 것 아니냐"는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가상화폐에 대한 우려가 많은 만큼 최근 들어 더욱 늘고 있는 관련 정책토론회에서는 가상화폐에 대한 구체적인 성격 규명이 시급하다는 진단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5일 국회에서 열린 '암호통화의 경제적 의미와 정책대응방향 토론회'에서 "현재는 암호통화에 대한 구체적인 성격이 규정돼 있지 않다"며 "어느 정도의 성격을 규정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또 "금융투자 자산에 준하는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 상식적"이라며 "규제 당국, 규제 규율, 소비자 보호 원칙을 적용할 수 있고, 과세 문제도 비교적 손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잇따른 가상화폐 문제로 금감원이 금융사들에 가상화폐 거래 계좌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를 주문하면서 추가적인 재제안이 마련될 지 주목되고 있다.

 

◆ 규제 실효성 논란...실명제 전환률 10% 미만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5일 금융업 진입규제 개편방안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법 개정을 통한 가상화폐 거래사이트의 직접 규제 방침을 시사했다. 가상화폐에 대한 불법행위를 원천차단하고 소비자 보호를 위해서는 금융사들 이외에 거래사이트에도 자금세탁방지를 의무화 해야한다는 판단에서다.

 

최 위원장은 "결국 모든 것은 투자자 보호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며 "(가상통화 취급업자에게도) 앞으로 자금세탁 방지 장치를 갖춰야 할 의무를 부과하는 쪽으로 관련법을 개정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얼마전 금융당국이 야심 차게 추진해 시중은행에 도입한 '가상화폐 계좌 실명제'도 실제 이용자가 1주일이 되도록 아직 10%에 못 미친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당국 규제안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를 하고 있는 IBK기업은행과 NH농협은행, 신한은행은 지난달 30일부터 당국의 요구되고 가상화폐 실명전환을 진행하고 있다. 이 3개 은행이 실명제 전환을 해야 하는 계좌 수는 총 174만5000개인데, 4일까지 실명전환이 이뤄진 계좌는 14만3300개(8.2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160만개는 실명 확인을 하지 않은 셈이다.
 
신한은행과 코빗이 12만5000개 중 1만2300개 계좌(9.84%)가 실명으로 전환했고, 농협은행의 코인원은 15만개 중 1만3000개(8.67%)가 실명 전환했다. 농협은행과 빗썸은 90만개 계좌 중 4만7000개만 실명 확인 전환율이 5.22%에 그쳤다.

 

이 같은 결과는 가상화폐 비트코인 가격이 연일 최저점을 경신하고 있는 것도 투자자들이 실명제를 통한 신규 투자를 주저하게 하는 한 요인인 것으로 분석된다.

 

6일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오전 9시 50분 현재 770만원 내외에서 거래되고 있다. 2일 폭락한 이후 한때 1000만원을 회복했지만 연일 하락세를 타면서 700만원대로 다시 추락했다.

 

이같이 급락을 이어가고 있는 가상화폐의 하향세와 보이스피싱 악용 피해 등으로 여전히 가상화폐 리스크가 산적한 만큼 투자자들이 앞으로도 쉽게 재투자에 나서지 못할 것이라는 게 시장의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