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퀵턴에 퀵턴" 쓰러지는 에어부산 승무원들 …승객안전도 우려된다
[단독] "퀵턴에 퀵턴" 쓰러지는 에어부산 승무원들 …승객안전도 우려된다
  • 권안나
  • 승인 2018.01.30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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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리뷴]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 LCC(저가 항공사) 에어부산이 이상하다. 승무원들이 열악한 근무환경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과로로 쓰러지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지만, 회사 측은 "금방 해결될 문제"라는 입장이다. 에어부산에서는 대체 어떤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이와 관련해 한 노무 전문가는 승무원과 조종사들의 온전하지 못한 체력과 정신상태가 결국 승객들의 안전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심각성을 지적했다. 

1일 에어부산과 승무원 등에 따르면 최근 대구-타이페이 항공편에서 근무하기 위해 쇼업(출근)한 모 승무원이 쓰러졌고, 구급차에 실려가 구토와 마비 증세를 보이는 사례가 발생했다. 해당 승무원은 명백하게 쇼업을 했음에도 인사고가나 급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미스플라이트(비행기를 놓침)로 처리됐다는 게 목격한 승무원의 주장이다. 사측에서는 시스템상 우선적으로 CMSS(당일 병가)로 처리하고, 다음날 아침 코드를 다시 '당일 조퇴'로 바꿨다고 말했다. 이후 대구-삿포로 비행을 막 다녀온 승무원이 대체인원으로 불려와 야간 퀵턴(비행을 갔다 바로 다시 비행해 돌아오는 스케줄)에 곧장 투입되는 극한의 일정을 치뤘다.

에어부산 승무원 A씨는 최근 두달동안 최소 네명의 승무원이 쓰러졌다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쇼업(승무원의 출근) 전에 한명, 듀티(비행과 관련된 업무) 중 두명, 그리고 레이오버(체류지에서 휴식 시간)동안 머물렀던 호텔에서 한명이 쓰러지는 사태가 발생했다.

에어부산의 경우 타사 대비 새벽 출근이나 야간비행이 많으며 오프(비행과 비행 사이 휴일)는 적어 업계에서 살인적인 스케줄로 유명하다. 특히 평소에도 한달에 6~7일 밖에 제공되지 않던 오프가 2월에는 전체 일수가 28일이라는 이유로 단 5일만 제공되는 승무원도 있었다고 한다. 

같은 LCC 계열인 제주항공의 경우 한달에 최소 8일의 오프가 주어진다. LCC에 비해 장거리 노선이 많아 오프가 더 적게 나올법도 한 대한항공도 규정상 최저 오프 일수가 8일이다. 외국계 항공사인 아랍에미레이트는 평균적으로 10~13일이 주어진다.

에어부산에 근무하는 B씨는 "오프도 적은데다 야간 퀵턴도 많으며, 서울에 거주할 경우 추가 비행을 나서야 하는 경우도 많다"며 "개인시간은 전혀 없이 바쁘고 몸은 피곤한데 막상 비행 시간은 쌓이지 않아 돈은 적게 받는다. 연봉은 업계 최저에 가깝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비용절감을 위해 비행기 한대 당 좌석수는 기존 대비 무리하게 늘여놓고, 일할 사람은 추가로 뽑지 않아 근무환경 역시 열악하다는 게 에어부산 승무원 C씨의 주장이다. 가령 동일한 편종의 경우 좌석수 195석에 넓은 좌석 간격이 최대 장점이었던 데 비해, 에어부산 321편은 20개의 좌석이 더 늘어난 220석으로 만들어졌다. 근무해야할 인원은 1명씩 더 늘어났으나 신입 직원은 추가로 뽑지 않아 주어진 인원에서 모든 걸 감내해야 하는 구조다. 

승무원들은 피로도가 더욱 올라간 상태에서 비정상적인 스케줄까지 소화내 내다 보니 쓰러지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할 수 밖에 없었던 셈이다.

더 나아가 한태근 에어부산 대표가 기내 탑승 후 승무원들의 입술의 각질을 지적하거나 본인을 적극적으로 환대하지 않은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등 갑질을 일삼았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어 직원들의 불만은 치솟고 있는 상황이다.

승무원 뿐만 아니라 조종사들의 불만도 쇄도하고 있다. 부기장 급의 연봉을 입사 1년이 지나면 1000만원씩 올려주는 것처럼 꾸며진 제도는 사실상 250시간 근무로 입사한 부기장들의 연봉을 기존에서 1000만원씩 감봉한 뒤 1년 뒤 승급하면 복귀시켜 주는 형태다. 그것도 승급월을 따로 만들어 놓아 입사일 기준이 아닌, 기준 월을 충족시켜야 승급이 되도록 만들어서 실제로는 입사 후 1년반이 지나서야 기존의 연봉으로 겨우 되돌아간다는 설명이다.

부당한 연봉 제도와 더불어 열악한 근무환경에 놓여있기는 조종사들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에어부산에 근무하는 한 부종조사는 "하루 5시간 비행을 위해 18시간을 근무하는 이같은 스케줄을 가진 항공사는 없다고 들었다"며 "몸이 천근만근에 비몽사몽 상태로 두통에 수면제까지 먹으면서 비행을 얼마나 견딜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무엇보다 직원들의 목숨을 갉아먹는 비효율적이고 비정상적인 일정에도 경영진들은 일체의 시정 노력없이 속수무책으로 손놓고 있다는 생각에 직원들은 더욱 분노하고 있는 모습이다. 직원들은 실제 근무환경에 맞춘 합리적인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에어부산 측은 "금방 해결될 문제"라는 입장이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타 항공사 대비 비행시간이 많다고 할 수 없으며, 휴직에 들어간 인원과 신입 선발 시기 등이 어긋나면서 일시적으로 개인의 근무시간이 늘어나 발생한 문제로 보인다"며 "곧 새로운 인원이 투입되면 금방 해결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4명의 승무원들이 과도한 업무로 인해 실려가는 시점에서도 즉각적이고 구체적인 시정 방안이 마련되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내부 불만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에어부산에서는 "내부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할 뿐, 막상 제도 개선에 대한 구체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게 승무원들과 조종사 일부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노무법인 천명의 박봉규 노무사는 "항공안전법상 비행근무 시간 대비 휴게시간에 대한 규정이 정해져 있어 에어부산의 시스템이 항공안전법이나 근로기준법에 저촉된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근무 조건이 타사 대비 불합리한 것은 맞다"며 "전반적으로 (근무환경에 대한) 개선이 필요한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 노무사는 "가령, 연속 7일마다 연속되는 24시간씩 최저로 휴식을 취해야 한다는 기준에 대해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에 8시간씩 주5일 일하고 토·일요일은 휴식을 취하는 노동자가 있다면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주6일 하루 12시간씩 일하고 일요일 하루 휴식을 취하는 노동자도 있을 수 있는데, 에어부산의 경우 후자에 해당되는 셈이다"라고 덧붙였다.

승무원과 조종사들의 온전하지 못한 체력과 정신상태는 승객들의 안전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에어부산의 열악한 근무 여건은 사회적 문제로 봐야한다고 박 노무사는 지적했다.  

[ 권안나 기자 kany872@biztribun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