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밴수수료 추가 인하 예고...카드업계 '다운사이징 밴' 거세진다
7월 밴수수료 추가 인하 예고...카드업계 '다운사이징 밴' 거세진다
  • 승인 2018.01.11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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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 밴사 끼지 않고 가맹점 카드결제 직승인..수수료율 인하 보전 나서
▲ 사진=신한카드
 
[비즈트리뷴]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신년사에서 오는 7월 카드 밴수수료 조정에 나설 뜻을 밝히면서 신용카드 수수료 추가 인하가 예고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전날 "7월에는 신용카드 수수료가 추가 인하된다. 서민과 소상공인에게 힘이 돼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런 추가 수수료 인하 정책에 대해 금융당국은 서민 영세가맹점주들을 위한 방안이란 입장이다. 하지만 수익 악화에 시름하고 있는 카드업계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게 됐다.

여기에 일부 밴(VAN)사들의 수수료 부담가중으로 오래전부터 팽팽하게 맞서왔던 카드사와 밴사 간 수수료 갈등이 재점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서민 소상공인 위한 카드 수수료 개편, 카드사-밴사는 '울상'

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밝힌대로 금융당국은 올 하반기 안으로 카드 수수료 체계 손질에 나설 방침이다.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바뀌어 가고 있는 과도기에 놓인 밴수수료 체계를 오는 7월 내에 완전 정률제로 못박으면서 수수료 합리화를 유도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현재 결제 건별로 밴수수료는 95원 정도를 부과하는 정액제지만, 앞으로는 결제 금액이 낮으면 밴수수료를 적게, 결제 금액이 높으면 높게 책정하는 정률제로 바뀔 예정이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서민 영세 가맹점의 수수료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향후 인하 대상, 인하 폭 등 세부적인 내용은 당정협의 등을 거쳐 확정·발표할 예정"이라며 "빈번한 소액결제로 카드수수료율이 높고 아르바이트 고용이 많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이 큰 소액결제 위주 소매업종의 수수료 부담 경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정책에 따라 소액결제가 대부분인 동네 슈퍼마켓 빵집 등의 소규모 점포의 가맹점주들은 수수료 걱정을 덜 것으로 보이는 반면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 고액결제 가맹점의 수수료는 높아진다.

문재인 정부 들어 카드업계의 수수료 손질이 연이어 계속되고 있다. 금융위는 지난해 7월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을 개정해 영세 가맹점은 연매출 2억원 이하에서 3억원 이하로, 중소 가맹점은 2억~3억원에서 3억~5억원으로 대상을 확대한 바있다.

일각에서는 이미 수익성에 비상등이 켜진 카드업계에 이번 당국의 추가 수수료 조정 발표로 더 큰 충격을 주게 될 것이라는 진단을 하고 있다.

◆ 카드사들, 결제 체계 손질...'다운사이징 밴' 바람 거세질듯

잇따른 수수료 인하 정책에 이어 이번 당국의 발표로 소상공인들과 달리 밴사들은 울상일 것으로 보인다. 아직 완전히 정률제를 적용하지 않는 밴사들에 부담이 될 수 있어서다.

최근들어 전자전표나 앱을 통해서 전표를 받는 등 기술이 날로 발전하면서 밴사를 경유하지 않으려는 카드사들이 늘어나며 밴사들의 입지가 날로 좁아지고 있다.

밴수수료 절감을 위해 카드사들은 현행 카드 결제 체계 손질을 본격화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올해 중 밴사를 끼지 않고 카드사와 가맹점 간 카드결제를 직승인하는 ‘다운사이징 밴’을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카드사들이 승인 과정에서 밴사를 거치며 지급하는 수수료는 건당 100원이지만 다운사이징 밴을 도입할 경우 이 비용을 없앨 수 있기 떄문이다.

실제 신한·삼성·롯데카드는 기존 밴(VAN)사가 맡았던 전표 매입을 전자문서로 대체해 정산 비용을 줄일 예정이다. 현재 밴사는 전표 매입과 수거 명목으로 카드사에 건당 약 20원의 수수료를 받고 있다.

이어 오는 2월 위비톡의 업그레이드버전인 ‘위비톡 3.0’을  출시를 앞두고 있는 우리은행은 밴수수료가 발생되지 않은 카드단말기가 필요없는 폰투폰 결제를 선보일 예정이다.

한편, 카드사들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전년대비 큰 폭으로 감소했다. 국내 7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하나·우리·롯데카드)들의 지난해 3분기 기준 전체 당기순이익은 3978억원으로 전년 동기 4838억원 대비 860억원(17.8%)이나 감소했다.
 
이같이 수익악화로 허리띠를 졸라매야하는 상황에 놓인 카드사들는 이번 당국의 조치로 밴사들을 거치지않는 지급시스템 도입에 더욱 속도를 낼 것이란 분석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 정책으로 실적하락이 앞으로도 예상되는 만큼 밴 수수료 절감은 필수인 상황"이라며 "밴사를 끼지 않고 기존 100원의 건당 수수료를 제하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부담을 덜 수 있다"고 전했다.

당국이 발표한 오는 7월 조치와는 별도로 올해는 전체 가맹점 수수료율 체계에 대한 대수술이 예정돼 있는 만큼 카드사와 밴사들의 고심이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윤민경 기자 bnb826@biztribu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