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지배구조 개선해라" vs 금융사 "또 관치 하나?"...커지는 갈등
금융당국 "지배구조 개선해라" vs 금융사 "또 관치 하나?"...커지는 갈등
  • 승인 2017.12.19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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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연임 문제 있다" 지적에 "과도한 간섭이다" 반발
▲ (왼쪽부터) 최종구 금융위원장, 최흥식 금융감독원장ㅣ사진=비즈트리뷴DB
 
[비즈트리뷴]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 승계 프로그램에 대한 금융당국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금융지주사와 당국간 대립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압박이 거세지는데 대해 금융사들은 과도하게 민간 금융사 수장 인선에 개입하는 '신(新) 관치금융'이라는 불만의 목소리를 터트리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에 이어 최흥식 금융감독원장도 지주사 회장의 '셀프 연임'에 대한 비판을 제기한 데 이어, 금감원이 KB금융과 하나금융을 콕 집어 경영승계 절차와 관련해 '경영유의' 제재를 가한게 단순히 지배구조 개선 만을 겨냥한 것은 아니라는 게 금융사들의 시각이다.

◆ "한국 금융 경쟁력 아프리카 수준...관치금융 되살아날 우려"

윤종남 하나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은 지난 18일 금융사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잇따라 지적한 금융당국에 대해 "관치 시도"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윤 의장은 “현재 하나금융의 사외이사 구성이나 운영은 다른 어느 금융회사보다 균형 잡혀 있고, 공정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판단한다”며 “(금융당국의 간섭이) 지나치면 과거 관치 금융이 되살아날 우려가 크다”고 비판했다.

윤 의장은 또 최근 연이어 발표되는 규제 중심의 당국 정책 방향에 정면으로 맞섰다. 그는 “한국 금융회사 경쟁력이 아프리카 국가 수준으로 혹평받는 건 지나친 규제와 관치 때문”이라며 “위법 행위를 하면 혹독한 책임을 져야 하지만 (당국이) 감 놔라 배 놔라 하면 금융회사가 발전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하나금융 이사회는 오는 22일 회의를 열어 회장 선임 절차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회추위에서 김정태 회장을 제외할 예정이다.

윤 의장은 “회추위 명단에 김 회장이 있지만, 회추위를 시작하면서 이해관계자인 김 회장을 제외해왔다”며 “금융당국의 우려도 있어서 아예 회추위에서 김 회장을 제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박문규 사외이사는 최근 하나금융 계열사가 본인이 회장으로 있는 회사가 생산한 물티슈를 사들였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강한 불쾌감을 나타내며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금융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 수장들의 작심 발언이 언론에 연일 보도되고 있어 금융사 차원에서도 목소리를 낸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정부 차원의 지배구조 개선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인 만큼 당국과 민간 금융사간 합의점을 잘 찾아 조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금융당국 '셀프연임' 계속 압박에 금융사들 '발끈'

금융당국와 민간 금융지주사 간 정면충돌 양상은 최근 금융당국이 잇따라 금융사 CEO의 ‘셀프 연임’ 관행을 비판한 데서 촉발됐다.

금융업계에선 이런 움직임이 이미 연임에 성공한 윤종규 KB금융 회장과 내년 3월 3연임을 노리는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을 염두에 뒀다고 보고 있다. 셀프 연임 논란의 중심에 있는 김 회장은 2012년 한 차례 연임에 성공, 이번 3연임에 도전하고 있다. KB금융 역시 최근 윤 회장 연임 과정에서 노조가 윤 회장을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고소하면서 경찰이 KB금융 본사를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앞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말 '셀프 연임' 논란을 빚고 있는 금융지주 회장 선임 절차 과정의 상당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언급하며 금융지주사 CEO의 승계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공개석상에서 첫 언급한 바있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도 이달 13일 "전반적으로 회장 후보 추천 구성에 있어 비합리적이고 불공정한 점이 발견됐다"며 "경영진이 과도하게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은 물론 CEO 승계 프로그램도 형식적이었다"고 지적했다.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 등이 민간 금융사의 지배구조에 허점이 있다고 잇따라 지적한 후 금융사 CEO 선임 절차 과정 감독강화를 위한 정부 규제안이 쏟아지고 있다. 금감원은 내년 1월 주요 금융지주 경영권 승계 절차와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 구성 및 운영 등에 대한 검사에 착수할 예정이며, 은행을 계열사로 둔 KB와 신한, 하나, NH농협 등의 금융지주사들을 중심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금융권에서는 이러한 당국의 움직임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보이고 있다. 금융당국이 지배구조 중에서도 '이사회 구성'과 '경영승계 절차'만을 집중적으로 문제삼은 것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현재 금융지주사의 최고경영자 선임 절차는 금융위의 의결을 거쳐 만들어진 지배구조법에 따른 내부 규범에 맞춰 이뤄지고 있는 만큼, 당국이 금융사 CEO와 사외이사 선임절차 등 민감한 경영 내부사항까지 지적하고 나선 것은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그 간 법 테투리 안에서 공정한 절차 따라온 금융사들의 입장으로서 최근 당국의 잇단 제재조치가 억울한 부분이 있다"며 "당국은 성장을 가로막는 불필요한 규제 대신 금융사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독려하는 새로운 금융정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겨냥했다.
 

[윤민경 기자 bnb826@biztribune.co.kr]